주간동아 1223

2020.01.17

특집 | 설 연휴 ‘혼라이프’

어깨관절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안강 안강병원장

    kangahn2003@gmail.com

    입력2020-01-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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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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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 성이 걸어갈 때 톱니바퀴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톱니 하나가 움츠러들면 다른 하나가 타원처럼 변해 옆 톱니바퀴들에 힘을 전달한다. 우리 몸의 관절들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자동차 엔진이 동력을 전달할 때처럼 인체도 동작과 동작 사이에 부드러운 전달 체제가 짜여 있다.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 때문에 어깨를 싸고 있는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이 감소해 어깨 통증이 한층 심해진다. 요즘 병원에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어깨 통증 가운데 가장 특이한 증상들을 소개한다.

    유착성관절낭염으로 불리는 동결견

    아파서 어깨를 잘 움직이지 않고 코트 안에 숨기고 다니는 병이 바로 동결견이다. 동결견은 어깨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가 단단해져 생긴 병이다. 50대 주모 씨(여)는 한쪽 움직임이 어색하다고 할 정도로 불편해 보였는데, 그의 통증 부위는 어깨였다. 초기에는 통증만 있었지만, 점차 어깨 움직임이 제한돼 팔이 올라가지 않을 만큼 심각해졌다고 했다. 머리를 빗거나 감는 것, 옷을 입는 것 등 간단한 일상조차 힘들었다. 주씨는 병원에서 진단 받기 전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며 통증을 호소했다. 검사 결과 주씨의 병명은 동결견이었다. 

    실제 이 증상을 겪는 환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부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반응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지만 팔을 위로 올리거나 뒤로 돌릴 때 어깨의 한 부위가 찢어질 듯 아프고, 어깨 통증 때문에 머리를 감거나 옷을 입고 벗을 수 없는 것이 이 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어깨가 아프다고 무조건 쓰지 않으면 운동 범위가 계속 줄기 때문에 적절하게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깨의 운동 범위는 머릿속에 기억돼 있다. 강제로 엉겨 붙은 곳을 뜯어 운동 범위를 넓혀준다고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치료와 운동을 병행해야 운동 범위가 점차 늘어나게 된다.

    힘줄이 끼어 아픈 어깨충돌증후군

    어깨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의 아랫부분이 단단해져 생기는 병이 어깨충돌증후군이다. 동결견처럼 어깨관절 주머니 전체가 단단해져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깨관절 주머니의 아랫부분이 긴장되거나 단단해져 통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 경우 어깨를 들어 올리면 힘줄이 관절 사이에 끼어 극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40대 젊은 농부 김모 씨는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사과를 경작하려면 팔을 높이 쭉 뻗어 나무를 전지하거나 사과를 따야 한다. 가을 농사를 끝낸 직후 그는 팔을 위로 쭉 뻗는 동작을 할 때면 통증이 극심하고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팔을 들어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심하다고. 검사 결과 김씨는 어깨 연골 손상이 동반된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어깨충돌증후군은 대부분 어깨관절 아랫부분의 긴장이나 단단해짐에 의해 발병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톱니 하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성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경우 힘줄이 관절 사이에 끼인 것을 치료하기보다 통증의 원인이 되는 어깨관절 주머니 아랫부분의 단단해짐을 치료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치료 방법 다양한 오십견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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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는 견갑골과 팔의 윗부분으로 구성된다. 어깨를 이해하려면 먼저 견갑골이라는 뼈에 대해 알아야 한다. 견갑골은 몸통과 팔의 윗부분을 이어주는 매우 큰 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십견은 팔의 윗부분과 견갑골이 부딪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런데 사실 오십견이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어깨가 아프다는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워낙 많이 쓰이는 용어니, 가장 흔한 어깨 병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견봉하충돌증후군’이나 ‘견쇄관절염’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정형외과 어깨 분야를 개척한 권위자 찰스 S. 니어 박사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견갑골 윗부분의 뼈 모양이 이상해 어깨가 아프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지배하던 지난 30년간 견갑골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갔지만 치료 효과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수술하지 않고 1∼2년간 통증을 참은 경우 경과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요즘에는 그의 학설이 매우 어설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대신 견갑골을 몸에 붙여주는 근육이 감소하거나 균형을 이루지 못해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견갑골과 팔의 윗부분이 부딪쳐 어깨가 아픈 ‘식견갑골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정립됐다. 이 사례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병을 진단하고 수술하는 현대의학의 모순점을 잘 보여준다. 

    견갑골 모양이 이상하거나 뼈가 자라 염증이 생겼다면 일시적으로 수술 또는 뼈 주사가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견갑골을 몸에 붙여주는 근육이 감소하거나 균형이 깨지면서 어깨에 병이 온 것이라면 운동이나 마사지, 혹은 초음파, 자장, 적외선 등을 이용한 자극치료가 효과적이다. 

    물론 어깨 질환이 오십견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간단한 병이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은 필수다. 실제로 어깨관절은 운동 범위가 크고, 목 문제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잘못된 진단이 나오곤 한다. 수술이나 뼈 주사가 필요한지, 운동이나 자극치료가 필요한지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된 뒤에 판단해야 한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의료에서는 무지 자체가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의료인들이 쉬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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