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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약발 떨어지기 전에 롯데주류 등판해야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도 ‘4캔에 1만 원’ 대열 합류할 듯

  •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카스테라’ 약발 떨어지기 전에 롯데주류 등판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놓인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오비맥주의 ‘카스’.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놓인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오비맥주의 ‘카스’. [뉴스1]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맥주에 대해 ‘지겹다(boring beer)’고 촌평했다. 김치, 산낙지 등 한국 음식은 매우 흥미로운 데 반해 ‘카스’, ‘하이트’는 인상적이지 않다는 것. 반면 북한의 ‘대동강 맥주’는 놀랍도록 맛있다고 평가했다. 

‘맥주 강국’ 영국으로부터 혹평을 당한 한국 맥주는 이후 다행스럽게도 많은 변화를 보여줬다. 소규모 맥주 제조·유통이 허가돼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가 선보였다. 대박 뉴스는 지난해 터졌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출시 9개월 만에 4억5000만 병 판매를 돌파한 것. 테라 출시 이후 ‘카스 대(對) 테라’ 양강 구도가 부각되면서, 술자리에서 “뭐가 더 맛있냐”는 즐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테슬라’(테라+참이슬),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 같은 소맥에 붙은 애칭도 유행했다. 최근에는 ‘테진아’도 등장했다. 최근 히트를 친 ‘진로이즈백’과 테라를 섞은 소맥을 부르는 말이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15년간 한국 맥주 1위를 지켰던 하이트진로가 카스에게 뺏긴 1위 자리를 되찾아올 것인가 하는 이슈도 증권가의 관심을 모았다. 테라 출시 전 한국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 55%, 하이트진로 25%로 추산된다.


2019년은 ‘테라’의 해

2019년 3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9개월간 4억50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 [사진 제공·오비맥주]

2019년 3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9개월간 4억50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 [사진 제공·오비맥주]

테라는 우선 녹색병으로 소비자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갈색병에 지루했던 소비자에게 녹색병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마케팅에서 회사명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올드한 이미지에서도 벗어났다. 제품명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한다. 기가(giga)보다 메모리 용량이 1024배 많은 것이 테라(tera)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1테라바이트 플래시 메모리 개발 계획을 발표, 1테라바이트짜리 메모리를 만나는 것이 그다지 멀지 않은 일이 됐다. 

테라와 카스의 양강 구도가 뜨다 보니 수입맥주는 화제에서 밀려났다. 2018년 네이버의 키워드별 미디어 노출 건수를 보면 ‘수입맥주’는 2만3308건, ‘국산 맥주’는 1392건으로 수입맥주가 16배 더 많았다. 그런데 2019년에는 수입맥주 5800건, 국산맥주 8936건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테슬라 관련 기사는 1만3535건, ‘카스테라’(카스와 테라) 관련 기사는 6956건이나 됐다. 테슬라와 카스테라가 미디어에서 언급될 때마다 테라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테라를 중심으로 국산맥주가 화제몰이를 한 데는 일본맥주 추락의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반발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불이 붙었다. 2019년 12월 일본맥주 수입액은 21만 달러(2억 4700만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7.8% 감소했다. 일본맥주가 안 팔리니, 다른 수입맥주 판매도 저조해졌다. 편의점에서 일본맥주를 빼놓고 ‘4캔에 1만 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한 해 수입맥주 총액은 2억8088만 달러(약 3300억 원)로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신제품이 국산맥주 시장 살린다

롯데주류가 2014년 출시해 맛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클라우드’ [동아DB]

롯데주류가 2014년 출시해 맛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클라우드’ [동아DB]

지난해 9월 메리츠종금증권이 판매시점관리(POS)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울 강남, 여의도, 홍대 식당에서 맥주 점유율이 테라 61%, 카스 39%로 집계됐다. 서울의 핫플레이스에서 테라를 반긴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테라가 카스를 제쳤다고 할 순 없다. 전국 단위로 보자면 카스의 아성이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테라가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테슬라, 테진아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 테라는 소맥 시장에서 특히 강세를 보인다. 소맥은 주로 회식 자리에서 소비되는데, 회식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사양 시장이다. 테라는 아직 충성도 높은 팬층도 확보하지 못했다. 화제가 바닥나면 소비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카스와의 경쟁 구도를 강조한 점도 테라의 발목을 잡는다. 테라 때문에 카스가 1위인 것을 알게 됐다고 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카스 점유율에 큰 이상이 없다고 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분기 소매점 매출이 오비맥주 4818억 원, 하이트진로 1921억 원으로 여전히 격차가 크다. 4분기 실적이 집계돼야 테라의 능력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라는 ‘지겹다’는 말을 듣기도 한 국산맥주에 새로운 화제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공이 크다. 신제품을 기획, 개발,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테라는 증명했다. 

2020년에도 국산맥주가 도약을 이어가려면 ‘테라 VS 카스’ 구도만으로는 안 된다. 3파전이 필요하다. 즉, 맥주 3위 업체인 롯데주류의 분발이 있어야 한다. 롯데주류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해 맛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4% 내외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약 롯데주류가 카스와 테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제품을 내놓아 치열한 3파전을 전개한다면 국산맥주 시장은 또다시 화제에 오르내리며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롯데맥주만 분발할 것은 아니다. 1만 원에 4캔을 구입하면서 계속 똑같은 제품만 살 수는 없다. 계절별, 지역별, 기념일별로 각각 다른 제품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 국산맥주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것이다.


종량세 시행으로 수제맥주에 ‘기회’

편의점 CU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 수제맥주. [뉴시스]

편의점 CU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 수제맥주. [뉴시스]

한때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던 한국의 수제맥주는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다. 수제맥주 업계의 염원이었던 주세법의 종량세(從量稅)로의 전환이 마침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맥주의 가격이 아닌 양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게 되면서, 수제맥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TIP 참조). 

현재 국내에는 120여 곳의 수제맥주 양조장이 있다. 양조장 한 곳당 10개 제품만 생산해도 1000가지 수제맥주가 나오는 셈이 된다. 종량세 시행으로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겨, 수제맥주도 ‘4캔에 1만 원’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수제맥주는 현재 편의점에서 ‘3캔에 1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충분한 생산시설을 갖춘 곳이 적다는 점, 맛의 다양성을 아직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피자 외에는 딱히 어울리는 음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올해 수제맥주 업계에서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극명하게 가려질 것 같다.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발포주(맥아 비율 10% 미만)는 캔맥주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존재감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포주는 ‘8캔에 1만 원’에 판매되기도 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맥주는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생맥주에 한해서 종량세로의 완전한 전환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더라도 올해 최종 소비자 가격이 500원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스테라’ 약발 떨어지기 전에 롯데주류 등판해야




주간동아 2020.01.17 1223호 (p90~92)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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