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中 공격형 잠수함, 은밀한 선제 타격 대결

버지니아급 vs 쑤이급(095형), 치열한 잠수함 개발 경쟁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9-12-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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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최신예 공격형 핵잠수함(SSN)인 쑤이급(095형)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왼쪽). 중국의 쑤이급(095형) 핵잠수함. [clubchina.com, 환구시보]

    중국이 최신예 공격형 핵잠수함(SSN)인 쑤이급(095형)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왼쪽). 중국의 쑤이급(095형) 핵잠수함. [clubchina.com, 환구시보]

    황쉬화(黃旭華·95) 중국 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핵잠수함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는 과학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아 국가 최고 훈장인 ‘공화국 훈장’을 황 원사에게 수여했다. 상하이 교통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황 원사는 1958년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지시로 핵잠수함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마오는 “1만 년의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며 핵잠수함을 반드시 건조할 것을 당부했다. 

    황 원사는 랴오닝(遼寧)성 후루다오(葫芦島)시 보하이(渤海)조선소 719연구소에서 개발팀을 이끌며 핵잠수함 건조에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그는 연구 장비가 부족해 주판으로 계산하고, 외국 신문을 샅샅이 뒤져 핵잠수함에 대한 자그마한 정보라도 찾아내고자 애썼다. 그리고 1970년 우여곡절 끝에 중국의 첫 핵잠수함 ‘창정(長征) 1호’를 건조했다. 이 잠수함은 수중 시험 등을 거쳐 1974년 실전배치됐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 옛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황 원사는 지금도 핵잠수함 건조 작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 민간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중국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진수한 군함, 잠수함, 지원함, 수륙양용 함정은 현재 영국 해군이 보유한 전체 함대보다 많다. 중국 해군은 400여 척의 함정을 2030년 530척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최신예 핵잠수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잠수함 전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해군력은 미국에 비해 열세다. 특히 중국은 항공모함 2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항모 전력에는 훨씬 뒤처진다. 수상함도 마찬가지다. 중국 이지스함은 미국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잠수함은 전력이 떨어져도 특유의 은밀성 때문에 적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잠수함은 일단 항구를 출항한 후에는 위치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적국의 공격으로부터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상당한 보복 능력도 갖춰 반격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1982년 4월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은 제해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5척의 핵추진잠수함과 1척의 디젤잠수함, 다수의 대잠전 수상함과 헬기를 동원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젤잠수함을 1척도 격침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잠수함의 탐지와 격침은 어렵다.

    세계 5번째 핵잠수함 보유국

    중국이 최신예 전략원잠(SSBN)인 탕급(096형)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위). 중국의 탕급(096형) 핵잠수함. [중국군망, 환구시보]

    중국이 최신예 전략원잠(SSBN)인 탕급(096형)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위). 중국의 탕급(096형) 핵잠수함. [중국군망, 환구시보]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은 적국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가 5월 3일 발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전략원잠(SSBN) 4척을 비롯해 공격형 핵잠수함(SSN) 6척, 공격형 디젤잠수함(SS) 50척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은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SLBM 발사가 가능한 핵잠수함은 SSBN, SLBM을 쏠 수 없지만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잠수함은 SSN, 재래식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은 SS로 불린다. 중국은 2020년대 초반까지 모두 65~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이 건조하는 최신예 핵잠수함은 SSN인 쑤이(隋·095형)급과 SSBN인 탕(唐·096형)급이다. 쑤이급 잠수함은 8개의 미사일 수직 발사관을 갖추는 등 대함 및 크루즈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쑤이급은 미국 항모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항모 킬러’로 불린다. 게다가 기존 중국의 주력 핵잠수함인 상(商·093형)급은 소음이 커 상대에게 발각되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쑤이급은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제원을 보면 길이 115m, 폭 12m, 수중 배수량 7900t, 작전 심도 250m, 최대 심도 500m이며, 신형 원자로 2기를 탑재해 잠항 속도는 최대 32노트, 작전 가능 일수는 80일, 승조원은 130명이나 된다. 중국은 현재 쑤이급 잠수함 8척을 건조하고 있고, 2020년대 초반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탕급 잠수함은 16개의 수직 발사관을 장착해 미국이나 러시아에 버금가는 SSBN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사거리 1만1000km의 SLBM인 쥐랑(巨浪·JL)-3 16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수중음파 탐지와 소음 기술까지 갖출 계획이다. JL-3는 둥펑(東風·DF)-41의 기술을 이용해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JL-3와 DF-41 모두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는 등 유사한 점이 있다. JL-1은 중국 1세대 SLBM으로 사거리가 1700km이고, JL-2는 오랫동안 개발 실패를 겪다 2012년에야 수중발사에 성공했는데, 사거리가 8000km에 달한다. JL-2는 길이 13m, 직경 2.25m에 핵탄두 3~8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JL-3는 미국 전역을 포함해 지구상 모든 곳을 타격 가능하며 핵탄두 10개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탕급 잠수함의 제원을 보면 길이 150m, 폭 20m, 수중배수량 1만6000t이며, 신형원자로 2개를 장착해 최대속도 32노트로 항해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대 초반까지 탕급 잠수함 4척을 건조해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인 쑹중핑은 “중국은 4년 이내에 사거리를 더욱 늘린 차세대 SLBM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에 핵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최신예 잠수함들은 스텔스 기능까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웨이밍 중국 해군 소장은 “모든 엔진 출력을 전기로 변환하는 통합전기추진체계(IEPS)와 림 구동 펌프 제트(Rim-driven Pump-jet) 엔진이 중국 해군의 최신형 핵잠수함에 장착됐다”며 “이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로, 비슷한 기술을 개발해온 미국을 크게 앞선다”고 말했다. 림 구동 펌프 제트는 둥근 원통 모양의 전기 모터 내부에서 회전 날개를 돌려 추진력을 만드는 방식이다. 축이 없고 물거품을 적게 만들어 기존 엔진보다 훨씬 조용하다.

    中 스텔스 잠수함 개발

    미국의 최신예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SSN)  미시시호가 항해하고 있다(왼쪽). 미국이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 [미국 해군]

    미국의 최신예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SSN) 미시시호가 항해하고 있다(왼쪽). 미국이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 [미국 해군]

    이와 관련해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 차세대 전략무기들은 미국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연구소 등 미국 국책연구소 출신으로 중국에 귀환한 과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텔스 잠수함 개발에는 허궈웨이 중국과학원 교수와 리닝 샤먼대 에너지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로스앨러모스 출신이다. 허 교수는 잠수함이 기동할 때 생기는 난기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상대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개발과 적 잠수함 조기 탐지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는 “중국이 만약 스텔스 잠수함을 개발해 실전배치한다면 중국 해군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잠수함 전력이 갈수록 증강되자 이에 맞서 미국도 잠수함 전력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해군은 222억 달러(약 26조5000억 원) 규모의 최신예 버지니아급 공격용 핵잠수함(SSN) 9척을 구매하는 계약을 코네티컷 소재 방위산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와 체결했다. 이는 미 해군의 역대 함정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로, 중국의 해군력 증강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이번 계약은 바다 밑은 물론, 전 세계에서 미국의 힘을 미래에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18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건조 중인 10척도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주한 최신예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들은 2025~2029년 해군에 인도돼 노후한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과 교체된다.

    美 해군의 핵심 전력

    미국이 내년 건조에 착수할 최신예 SSBN인 컬럼비아급 핵잠수함의 조감도(오른쪽). 미국이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II D-5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미국 해군]

    미국이 내년 건조에 착수할 최신예 SSBN인 컬럼비아급 핵잠수함의 조감도(오른쪽). 미국이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II D-5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미국 해군]

    최신예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모두 차세대 모델이다. 배수량이 1만2000t으로, 기존 잠수함(7800t)의 1.5배며, 길이도 기존 114.8m보다 긴 140.2m이다. 특히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40기를 발사할 수 있어, 12기를 발사하는 기존 잠수함보다 공격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산소와 물을 자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수개월간 잠수가 가능하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미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적 잠수함들과 교전뿐 아니라 지상의 선박, 육상 목표물도 타격 가능하고, 정보 수집이나 정찰 같은 특수 작전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칼 슈스터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이번 발주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대와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라며 “중국의 해군 전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 미 해군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잭 리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차세대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은 내년부터 1280억 달러(약 152조8190억 원) 예산을 들여 SLBM을 발사하는 최신예 SSBN인 컬럼비아급 잠수함 건조 사업에 착수한다. 컬럼비아급은 모두 12척이 만들어져 2030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오하이급과 단계적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컬럼비아급은 길이 171m, 폭 13m, 수중배수량 2만810t으로 승조원 155명이 탑승하고 트라이던트II D-5 미사일 16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각각 8〜12개의 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MIRV)를 적재하며, 위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보다 1000배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밑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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