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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20년 투자 전망의 핵심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12-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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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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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 수요의 기준으로 흔히 ‘인구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거 면적, 주거 형태 등 더욱 입체적으로 주거 수요의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구 형태’를 따져봐야 한다. ‘◯  ◯뉴타운 올해 2000가구 공급’이라는 헤드라인에서 볼 수 있듯이,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 수요 단위 역시 ‘가구’다. 필자 또한 ‘가구수’를 기준으로 관심 지역의 아파트 수요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주거 수요의 형태 변화뿐 아니라 양적 수준의 예측에도 ‘가구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단서인 것이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자녀 수) 1.0이 붕괴된 지금, 인구로 본 주거시장의 미래는 몇 년 후 혹은 몇십 년 후도 회색빛이다. 

    그러나 가구 형태로 주거시장을 보면 회색빛에 가려진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30년 후엔 1, 2인 가구가 55%에서 72%로 대세가 되고, 4인 가구가 17%에서 7%로 줄어든다. 2037년에는 자녀와 함께 사는 ‘부부+자녀’ 가구보다 ‘부부’ 가구가 많아진다. 2047년에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 가구주보다 골드미스로 불리는 ‘미혼’ 가구주가 많아지게 된다. 이렇듯 가구추계는 ‘고령화 일로’인 인구추계에 비해 미래 30년간 다양한 변주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점차 그렇지 않게 보일 것이다. 앞으로 30년, 과연 어떤 주거 면적(평형)이 뜰 것이며, 어떤 주거 상품이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9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가구특별추계 : 2017~2047년’을 통해 주거시장의 미래를 살펴보자.

    ‘1인 가구’의 허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중소형 아파트 본보기집. [뉴스1]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중소형 아파트 본보기집. [뉴스1]

    ‘솔로이코노미’로 대표되는 1인 가구는 2017년 28.5%로 비중이 가장 컸다. 매년 초 발간되는 트렌드 서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1인 가구와 ‘원룸’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의 주거 형태다. 그러나 1인 가구의 대세는 2010년 이미 시작됐다. ‘대세 10년’을 맞이한 1인 가구의 대표 주거 형태인 오피스텔은 2019년 현재 완연한 꽃을 피우고 있을까. 



    최근 10년간 전국 오피스텔 가격변동률 추이를 보면 가장 높았던 2011년 가격상승률 3.6%(서울 4.7%)를 넘긴 해가 없었다. 1인 가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8년 전국 오피스텔 가격은 1.3% 상승폭에 그치며 ‘1인 가구 부흥’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1인 가구 증가 속도보다 오피스텔 공급 속도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40% 증가폭을 보인 반면, 오피스텔은 2010년 6840실에서 2019년 역대 최고 수준인 9만 실의 입주를 기록했다. 1인 가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대세가구’가 되겠지만 덮어놓고 원룸오피스텔에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꾸준히 증가하는 수요라지만 가파른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철저한 입지공식(역세권 · 핵심 업무지구)을 바탕으로 지역 시세를 감안해 투자 수익률 마지노선(서울 4% · 수도권 5%)을 검증하고 접근해야 한다. 


    통계청의 장래가구특별추계를 살펴보면 가장 다이내믹한 연령 이동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1인 가구다. 2020년대까지는 20, 30대가, 2030년대부터는 60, 70대가 주 연령층이 된다(그래프1 참조). 1인 가구의 빠른 고령화로 원룸오피스텔 투자 유효 기간은 2020년대까지가 될 것이다.

    가구원수가 알려주는 ‘주거 면적’의 변곡점

    평균 가구원수 추이를 살펴보면 ‘소형 핵가족화’의 진행 속도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핵가족화의 첫 번째 변곡점은 2005~2010년이다. 2000년 3.2명에서 2010년 2.7명을 기록해 평균 가구원수 3.0명 장벽이 무너진 시점이다(그래프2 참조). 그러나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평형의 공급은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0년 약 100% 상승률을 기록했다(그래프3 참조). 아무리 시장 사이클이 회복 시점에 다다랐다 해도 주택 수요의 핵심인 가구원수 추이에 반하는 공급은 찬바람을 맞게 마련이다. 

    덕분에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2010년 역대 최고치인 5만 호를 기록하게 된다. 또한 이로 인해 현재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공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가 대세로 굳어지다 보니 항간에는 ‘10%’에 불과한 대형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는 ‘대형아파트 상승론’이 회자됐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의 가구추계를 무시한 주장이다. 오래전 평균 3.0명이 붕괴된 가구원수는 2047년 평균 2.03명으로 추계돼 2.0명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 집에 사람이 2명이 채 안 되는 가구가 급증한다는 전망이다. 특히 먼 미래가 아닌 2025~2030년 가구원수가 2.0명을 향해 급감할 것이다. 이런 추계를 보고도 과연 ‘대형평형 가치상승론’을 신뢰할 수 있을까. 평균 가구원수 추계치는 경고하고 있다. 대형평형에 거주한다면 앞으로 5년 내 입지가 더 좋은 중소형 평형으로 갈아타라고. 


    2037년부터는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보다 ‘부부끼리’ 사는 가구가 많아진다(그래프4 참조). 부부만 혹은 부부 각자를 위한 공간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이에 발맞춰 ‘알파룸’은 부부를 위한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알파룸은 자투리공간을 아빠 서재, 엄마 공방, 아이 놀이방처럼 수요 맞춤형으로 꾸민 것을 말한다. 앞으로 ‘부부 가구’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면 남편과 아내를 위한 ‘따로 또 같이’ 철학을 잘 녹여낸 공간이 집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따로 또 같이’를 위한 공간 키워드로는 ‘룸인룸(Room-in Room)’ ‘가변형 구조’ ‘반려공간’(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어 등을 위한 공간)을 꼽을 수 있다. 10년 후엔 부부 가구 중에서도 60, 7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실버 부부 가구’의 시대가 열린다. ‘고령화’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지만, 조만간 60대에 진입할 현 50대는 과거와 달리 스스로를 부양할 줄 알고 문화와 오락 등에 소비할 여력도 높다. 그래서 이들을 독립적이고 활력 넘치는 삶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라고 부른다. ‘노인복지시설’이 아닌 ‘자기가 살던 집에’ 거주하려는 ‘Aging-in-Place’ 트렌드를 탄생시킨 주인공들이다. 

    고령가구가 독립적이고 안전한 삶을 꾸준히 영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스마트 기술’이다. ‘스마트’ 하면 정보기술(IT)을 잘 다루는 젊은이가 떠오르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음성인식처럼 단순히 ‘말’로 집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체력 부담이 따르는 집안일을 알아서 해주는 디바이스나 로봇 역시 스마트 기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 홈’ 플랫폼의 장착 여부가 고령가구의 주거 품질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의과대학이 있는 ‘종합대학’의 인근 주거시설은 ‘실버 가구’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진구 실버타운‘The Classic 500’. [더 클래식 500]

    서울 광진구 실버타운‘The Classic 500’. [더 클래식 500]

    액티브 시니어의 삶은 ‘배움, 봉사, 문화 활동’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와 건강을 유지해줄 신속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핵심이다. 이것들은 모두 종합대학에서 해결 가능한데, 대표 사례로 건국대 인근에 위치한 실버타운인 ‘The Classic 500’을 들 수 있다. 해당 주거시설은 건국대와 제휴해 노인대학 강의는 물론, 메디컬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 도심형 실버타운이 각광받는 이유 역시 이런 ‘활력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당당한 ‘여성 솔로족’

    2020년대까지는 결혼한 ‘여성 가구주’가 흔하겠지만, 2030년대부터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가구주가 대세가 된다(그래프5 참조). 2000년 초반부터 회자된 ‘골드미스’ ‘알파걸’이 비로소 2030년대부터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당당한 여성 솔로족 사이에서는 기존 주거시설에 호텔식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residence)’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룸클리닝, 세탁대행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뿐 아니라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같은 고급 부대시설을 통해 혼자지만 혼자 같지 않은 우아한 삶을 구현해줄 하이엔드 주거 상품이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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