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 선진 의료기관

40대부터 통증 관리 들어가야 하는 이유

안강 병원장 “근육이 마르기 전 일찍 관리하면 60세 이후라도 통증 및 노화 늦출 수 있어”

  •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입력2019-09-27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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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아~악~.” 

    9월 23일 서울 강남구 통증 전문 치료기관 안강병원에서 환자들이 내는 신음소리는 보통 사람이 듣기에는 데시벨이 너무 컸다. 안강 병원장이 회진하는 침상에서 환자들은 평소에는 꾹 참아온 통증을 날카로운 비명소리로 호소했다. 외상이 없는데도 몸 안에 남아 있는 원인 모를 통증. 이것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은 완치가 될지, 치료가 끝나면 통증이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사라질지, 통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안 원장에게 물었다. 

    안 원장은 투시경하신경유착박리술(FIMS)이라는 치료법으로 유명해졌다. 통증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찾아 끝이 둥근 특수 바늘로 그 부위를 자극해 환자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인데, 원인을 잡아내는 독특한 방법과 시술 방식은 국내에서 안 원장이 첨단을 달리고 있다. 안 원장은 최근 중동 국가에도 병원을 개원해 주말마다 그곳에 다녀온다. 이와 함께 자신만의 독보적인 치료 영역을 개척한 이야기를 담은 책 ‘통증박사 안강입니다’ 시리즈 2편을 펴냈다. 

    만성통증을 자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몸이 손상된 경우 일정 시간이 흐르면 회복돼 통증이 사라져야 한다. 회복 이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만성통증으로 보곤 한다. ‘뼈 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도 듣지 않는다. 보통 통증이 처음 발생한 시점이 6개월을 넘어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 잠을 잘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도 피곤한 경우, 통증 부위가 확대되거나 아픈 부위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가 진단받는 것이 좋다.” 


    안강병원에서 통증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안강병원]

    안강병원에서 통증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안강병원]

    통증은 MRI(자기공명영상법)로 확인되나.



    “꼭 그렇지 않다. MRI에서 똑같이 병이 심한데 어떤 사람은 아프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뇌가 통증을 선택적으로 인지한다는 얘기다. 만성통증은 아픈 부위에 신경회로가 형성돼 뇌가 아프다는 사실을 프로그램화한 것이다. 통증이나 신체 손상이 일정 시간이 지나도 강하게 지속된다면 뇌의 프로그램화로 만성통증이 오기 쉽다.”


    통증 치료법으로 알려진 FIMS를 쉽게 설명한다면…. 

    “지금 어깨 사이가 아프고 힘줄을 다쳤다면 그 부분을 건드려선 안 된다. 건드리면 더 나빠질 개연성이 크다. 원인이 되는 부위를 찾아 자극하고, (근육이나 힘줄 등) 유착이 있어 통증이 생겼다면 바늘을 넣어 이를 풀어주는 것이 FIMS 치료법이다. 통증 환각제로 알려진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는 것이 이 치료법의 특징이다.” 

    원인이 되는 부위를 자극하면 어떻게 치료가 된다는 말인가. 

    “아픈 곳을 직접 찌르지 않고 병변 주위의 건강한 조직에 미미한 손상을 주면 이 손상이 회복되면서 병변이 함께 회복되는 원리다. 과거 줄기세포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무릎에 줄기세포를 투입하기 위한 전 단계로 무릎 아래 경공에 작은 생채기를 냈는데 그 손상이 회복되면서 무릎 통증이 급격히 없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다른 부위의 통증도 유사한 원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만성통증도 늘어나고 치료하기 힘든 것 아닌가.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나도 만성통증은 빠르면 40대, 늦어도 60대에는 누구에게나 시작된다. 60세부터 100세까지 어떻게 건강하게 몸을 유지할 것인지가 의료계의 큰 과제다. 그런데 우리 몸의 회복 능력을 이용하면 100세까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그는 “근육마름병(사코페니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코페니아는 40대와 50대를 전후로 근육이 말라가는 병으로, 근육이 1년에 평균 1%씩 없어지면 100세쯤에는 근육의 50%가 사라진다고 한다. 과거에는 근육 마름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이것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40대부터 적극적으로 예방에 나서면 노화와 만성통증도 늦출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근육이 없어지는 것도 자연적인 노화 현상 아닌가. 

    “사코페니아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뇌를 포함한 운동신경과 팔다리 같은 말단 기관이 서로 소통하지 않아 생기는 병이다. 다시 말해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운동신경이 망가졌다는 것은 팔다리를 지배하는 뇌의 일부분이 고장 났다는 뜻이다. 뇌에서 팔을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리면 목과 허리에서 척추에 둘러싸인 천수신경이라는 곳을 타고 내려간다. 척추를 다치거나 그 사이가 흔들리면 신경 손상과 함께 통증 또는 이상 감각, 운동 둔화 등이 유발된다. 신경이 손상되는 부위는 주로 척추에서 팔다리로 나가는 구멍(추간공)이다. 나이가 들면 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자꾸 좁아지거나 불안정해진다. 사코페니아로 근육이나 힘줄 인대가 약해질 경우 신경은 더 많이 손상되고 통증이 온다. 그러면 근육도 더 말라가게 된다. 그러나 약간의 신경 손상은 흔하게 볼 수 있고 우리 몸은 그러한 손상을 오히려 재생 기회로 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만일 근육이 소실되지 않는다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근육 마름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코페니아의 가장 흔한 형태는 덜 쓰거나 안 써서 망가지는 것이다. 근육을 덜 써 망가지면 힘줄, 인대, 뼈뿐 아니라 신경기능과 혈류도 약해진다. 근육 마름을 방지하려면 40대부터 우리 몸의 엔진인 근육을 움직여줘야 한다. 근육이 살아나면 놀랄 만큼 병을 예방할 수 있고 기존 병도 호전시킬 수 있다. 일단 운동신경이 망가지더라도 말단 기관을 써 뇌에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척추협착증 환자가 울면서도 걸어야 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아프다는 것은 고쳐달라는 신호지 그 자체가 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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