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3

2023.01.13

이번 설 제주 햇살과 바람 품은 감귤 증류주 어떠세요?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온라인 구매 가능한 프리미엄 전통 소주들

  •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과정 교수

    입력2023-01-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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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시즌에 대목인 술이 있다. 제사상에 올리고 가족이 음복하는 전통주다. 전통주는 말 그대로 전통 기법으로 만든 술을 뜻하지만, 주세법상으로는 사뭇 다르다. 무형문화재, 식품명인 등 정부가 인증한 장인이 빚는 술이 있는가 하면, 농민 또는 농민과 협업해 설립한 농업법인이나 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든 술도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해당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야 하는 것. 그래서 전통주는 지역을 알리고 국산 농산물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주류 가운데 유일하게 인터넷 판매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구매 가능한 주류는 총 1000여 종에 이른다. 프리미엄 막걸리부터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는 물론 한국 와인, 진, 보드카, 럼 등 외국 주종까지 다양하다. 지역 농산물로 만들면 큰 틀에서 전통주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해 크게 히트한 제품은 원소주다. 전통주 범주에 들어가면서 고급 소주 시장의 확장을 이끌었다. 관리가 쉽고 칵테일, 하이볼, 온더록스 등 알코올 도수를 조절해가며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게 고급 소주의 인기 비결이다. 그렇다면 원소주 말고 어떤 고급 소주가 있을까. 2023년 설을 맞아 하이볼과 온더록스로 즐길 수 있고 온라인 구매도 가능한 프리미엄 소주를 소개한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그대, 청주 ‘마한 오크’

    청주 ‘마한 오크’. [스마트브루어리 제공]

    청주 ‘마한 오크’. [스마트브루어리 제공]

    위스키 마니아들이 호평하는 전통 소주가 하나 있다. 충북 청주시 스마트브루어리가 출시한 ‘마한 오크’. 마한이라는 명칭은 청주 지역이 과거 삼한 중 하나인 마한의 영토였던 것에서 유래했으며, 오크는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시켜 붙은 것이다. 청주 햅쌀을 직접 발효시켜 감압 증류로 만들었다. 18개월간 숙성시켰지만 더운 여름을 두 번 거치면서 자연스레 숙성 효과가 커졌다. 위스키 마니아들이 호평하는 이유는 부드러운 질감에 바닐라, 초콜릿, 견과류의 맛과 향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리안 라이스 위스키라는 별명도 붙었다. 40도와 46도 두 제품이 있다. 40도 제품이 2만 원대 중후반이며 용량은 375㎖다. 첫 잔은 스트레이트, 두 번째는 온더록스, 나중에는 하이볼로 즐기면 좋다.

    #잘 익은 고구마 향, 여주 ‘환상주’

    여주 ‘환상주.’ [youliyan 제공]

    여주 ‘환상주.’ [youliyan 제공]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나온 신흥 전통주 강자 술아원과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의 술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술이다. 고구마 소주는 일본 가고시마가 유명하지만 의외로 우리 문헌에도 많이 등장한다. 농업 실학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감저주(甘藷酒)가 나오고, 구한말 문헌 ‘서현호감저소(徐玄扈甘藷疏)’에는 “고구마 술지게미로도 보통 소주를 내린다”고 구체적인 레시피까지 기록돼 있다. ‘환상주’는 여주산 황금 고구마와 밤고구마를 발효시키고, 지게미를 거른 후 정통 상압식 증류 방식으로 소주를 내려 1년가량 숙성시킨 뒤 출시한다. 첫 모금에 고구마 향이 쭉 올라오고 이내 은은한 부드러움으로 마무리된다. 알코올 도수는 23도, 가격은 3만5000원 전후다. 첫 잔은 향이 잘 올라올 수 있도록 넓고 깊은 잔에 온더록스로 시작한 후 스트레이트, 마지막으로 하이볼로 즐기기를 추천한다.



    #칵테일 같은 상큼한 향, 제주 ‘미상’

    제주 ‘미상’. [시트러스 제공]

    제주 ‘미상’. [시트러스 제공]

    제주 대표 과일인 서귀포 감귤로 만든 증류주다. 감귤로 유명한 마을인 서귀포시 신례리에서 만들며, 제주 감귤농장 대표들이 모인 영농조합법인 시트러스가 제조한다. 껍질을 벗긴 감귤즙의 맑은 부분만 채취해 발효와 갑압식 증류를 통해 만든다. 이곳에서 좋은 감귤이 나오는 이유는 강한 겨울바람을 한라산이 잘 막아주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많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서 좋은 귤이 나오는데, 서귀포는 이러한 환경을 잘 갖추고 있다. 다만 감귤로 만들었다고 직관적으로 귤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이 술 한 잔에는 제주의 햇살, 바람, 사람이 깃들어 있다. 하이볼, 온더록스, 스트레이트 순으로 즐기면 운치가 더해진다. 알코올 도수 25도, 가격은 1만3000원 전후다.

    #사과향과 초콜릿향 품은, 예산 ‘추사40’

    예산 ‘추사40’. [네이버 지식백과 제공]

    예산 ‘추사40’. [네이버 지식백과 제공]

    프랑스에는 칼바도스라는 술이 있다. 노르망디 지역에서 나는 술로,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사과를 이용한 정통 증류주다. 한국에도 칼바도스가 있는데 예산사과와인이 만드는 ‘추사40’이다. 과수원에서 재배한 예산 사과로 와인을 만들어 증류하고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출시한다. 라벨에는 예산이 고향인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가 그려져 있다. 은은히 풍기는 바닐라향에 사과향이 살짝 숨겨진 느낌. 도수가 높은 만큼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지만 위스키, 코냑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점이라면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추사40을 구하기 어렵다면 추사백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아 투명한데, 사과향을 즐기기에 좋다. 추사40은 스트레이트로, 추사백은 하이볼로 즐겨보자. 추사40, 알코올 도수 40도, 500㎖, 7만 원 전후.

    #춘향이가 몽룡이 잡으려 한 술, 파주 ‘감홍로’

    파주 ‘감홍로’. [술마켓 제공]

    파주 ‘감홍로’. [술마켓 제공]

    전통 약소주를 원한다면 파주 ‘감홍로’를 추천한다.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 중요한 술이라 적시했고, 1920년대 쓰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춘향전’에는 성춘향이 이몽룡의 마음을 잡으려고 들인 주안상에 이 술이 등장한다. 시와 그림에 능했던 개경 최고 기생 황진이는 그리워한 남자 서화담의 기개가 마치 감홍로의 붉은색과 같다고 했다. 감홍로는 사랑에 빗대어 표현되고 지역 명물로 소개되는, 개경과 평양의 최고 술 중 하나다. 다양한 한국 허브가 들어가 살짝 헤이즐럿향과 초콜릿향이 느껴진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으면 독특한 아포가토가 완성된다. 하이볼보다는 스트레이트, 온더록스로 즐기기를 추천한다. 알코올 도수 40도, 700㎖, 7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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