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9

2022.10.07

소녀시대·EXID·투애니원… 돌아온 걸그룹 레전드들

[미묘의 케이팝 내비] 다채로운 스토리로 대중 관심 다시 모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10-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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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앨범 ‘X’로 컴백한 걸그룹 EXID. [EXID 공식 인스타그램]

    새 앨범 ‘X’로 컴백한 걸그룹 EXID. [EXID 공식 인스타그램]

    EXID가 8월 29일 새 앨범 ‘X’로 컴백했다. 2014년 역주행 신화를 쓴 ‘위아래’의 주인공이다. 일본 케이팝 열풍을 견인한 카라(2007년 데뷔)도 11월 완전체 컴백을 예고했다. 앞선 8월 소녀시대(2007년 데뷔)도 데뷔 15주년을 맞아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이외에도 올해 3월에는 투애니원(2009년 데뷔)이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7년 만에 완전체 무대를 선보였고, 7월에는 씨스타(2010년 데뷔)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대중음악은 곧잘 추억으로 연명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연이어 돌아오는 베테랑 걸그룹에는 분명 그 이상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 차세대 걸그룹들이 쟁쟁한 만큼 시장 공백으로 설명될 만한 일도 아니다.

    2000년대 후반 케이팝 아이돌 시장은 거의 공백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데뷔 기회가 없어 긴 연습생 기간을 거치는 이도 많았다. 당시 아이돌 상당수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선발된, 경쟁력이 큰 인물들이었다는 뜻도 된다. 대중도 케이팝의 가파른 양적·질적 성장을 지켜보며 느끼는 흥분을 이들에게 곧잘 투사했다.

    과거와 달라진 새로운 모습이 매력

    케이팝 시장은 고도로 복잡해졌다. 통칭 ‘세계관’ 등의 복잡한 설정이나 다양한 자체 콘텐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은 현재 케이팝의 흥행 필수요소로 꼽히지만 동시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숨겨진 의미를 찾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소비해야 한다는 건 코어팬(진심으로 깊이 좋아하는 팬)에게는 크나큰 즐거움이지만, 광범위한 대중이 다가가기에는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지상파 TV만 틀면 쉽고 매끈한 팝송과 인물의 매력을 기분 좋게 즐기던 과거, 특히 대중적 인기를 지향하던 걸그룹들에 대한 향수가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른 면도 변했다. 길어야 7년이라던 걸그룹 수명이 대폭 연장됐다. 남돌-여성팬과 여돌-남성팬이라는 이분법이 무너지고 여성 팬이 주축이 돼 걸그룹을 지탱하는 일이 본격화됐다. 이 아티스트들이 지금 다시 소환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소녀시대는 당시 ‘삼촌팬’이라는 키워드에 가려 있던 ‘걸그룹 여성 팬’ 현상을 일찍부터 이끌었고, EXID의 섹시한 이미지나 카라의 사랑스러운 무드 역시 그런 관념의 덫에도 상당한 여성 팬의 지지를 받았다. 동시에 과거 시장의 한계로만 여겨지던 것들이 파쇄될 가능성도 점쳐보게 한다. 예를 들어 ‘직캠으로 흥행한 섹시 걸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거나 입체화하려던 EXID의 행보는 지금의 달라진 시장 구도에서 새로운 맥락과 행보를 요청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또한 아티스트를 보호하고자 하는 여성 팬들의 뚜렷한 경향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일종의 ‘대체역사물’과도 같은 새로운 가능성을 베테랑들의 커리어에 제공할 여지가 있겠다.

    방송가에서도 WSG워너비에 윤은혜(베이비복스)와 코타(써니힐)가 참여하고, 지난해 tvN ‘엄마는 아이돌’에는 선예(원더걸스), 박정아(쥬얼리), 가희(애프터스쿨)가 출연했다. 기념 앨범이나 이벤트성 활동 등 일회성으로 돌아오는 데 그치는 사례도 있겠다. 그러나 달라진 시장에서 이들은 분명 과거 자신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대 초반의 ‘상큼’하고 ‘순수’하거나 섹시한 모습이라는 고전적 여성 아이돌상은 붕괴했다. 이미 대중은 더 다채로운 모습과 다양한 이야기를 여성 아이돌에게 기대하고 있다. 과거 스타들이 돌아오는 것도 반갑지만, 앞으로의 케이팝 산업에도 이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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