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0

2021.10.15

누구나 최후에는 아기 얼굴로 죽는다

[책 읽기 만보]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10-22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강봉희 지음/ 사이드웨이/ 220쪽/ 1만5000원

    아직은 ‘본인상’보다 ‘부모상’이나 ‘조부모상’이 익숙할 20대 때 친한 선배, 동료의 상을 연달아 치렀다. 나랑은 한참 먼 것만 같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 것도 그때부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죽음은 우리 생각보다 더 가까워졌다. 사실 늘 곁에 있지만 애써 모른 척했을 뿐이다. 이 책은 수많은 이의 죽음을 돌본 장례지도사로 20년 가까이 일한 저자가 써내려간 죽음에 대한 단상이다.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 단장이기도 한 저자는 2004년부터 후배들과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대구시 무연고자와 기초생활수급자의 장례를 치러주고 있다. 수많은 죽음을 접한 그에게도 지난해 대구의 봄은 잊히지 않는다. 전대미문의 공간 및 나날로 기억된다. 두 달간 감염 공포로 다른 곳에서는 손대지 않으려 해 방치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24구를 수습한 사연을 읽다 보면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법, 인간과 장례의 의미에 대해 저자처럼 뿌리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독사한 노인의 마지막 모습, 사망한 지적장애인의 가족을 돌본 공무원 이야기, 불법체류자의 죽음을 목도한 기억, 무연고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 죽은 사람의 돈에 눈독 들이는 가족 등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 인물의 죽음과 삶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



    돌아가신 분의 얼굴이 어땠는지 묻는 이들에게 저자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아기 때 표정 그대로 돌아갈 뿐이라고. 살아 있을 때는 누구나 짜증을 내고 화도 내지만 숨이 끊긴 뒤에는 평온해져서다.

    ‘장례’ 자체가 산 사람의 뜻이기에 이쑤시개 하나도 돈인 장례식장에서 모든 죽음이 지금보다 더 소박해도 된다는 말도 덧붙인다. 남을 의식해 남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 하지 말고, 업체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기본만 하라고 뜻이다. 죽어서 리무진 타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햇볕 따뜻하고 바람 잔잔한 곳이라면 어디든 명당이라며, 산 사람의 마음에 돌아가신 분이 계속 남을 수 있는 곳,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곳, 그곳이면 명당 조건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좌청룡·우백호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