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6

2021.09.10

시어머니도 엄지척! 여수 삼합·해운대 대구탕·강릉 짬뽕

[김민경의 미식세계] 밀키트, 추석 요리 부탁해!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1-09-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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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갈하게 나눠 먹기 좋은 밀푀유 나베는 밀키트계의 스테디셀러다.

    정갈하게 나눠 먹기 좋은 밀푀유 나베는 밀키트계의 스테디셀러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세 번째 명절을 맞이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사람들은 “내년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이동하지 않은 채 일하고, 만나지 않은 채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집에 머무는 게 익숙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20개월 동안 적응하면서 집이라는 공간과도 소통하게 됐다. 소비 방법도 바뀌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집밥’ 횟수가 증가했다. 가정간편식(HMR)이 매일같이 집 앞에 찾아오게 된 건 당연하다.


    수요 치솟는 밀키트

    아이들과 재미있게 완성할 수 있는 피자 밀키트.

    아이들과 재미있게 완성할 수 있는 피자 밀키트.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가정간편식은 우리 곁에 있었다. 우선 편의점에서 파는 김밥과 샌드위치를 비롯해, 봉지에 든 김치나 샐러드처럼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이 있다. 그리고 3분카레, 컵라면, 컵밥, 냉동 피자, 냉동 갈비탕, 파우치에 든 사골국물처럼 데워 먹는 완전조리식품이 있다. 양념이 다 돼 있지만 조리를 거쳐야 하는 불고기, 낙지볶음 같은 반조리식품도 있다. 마지막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수요가 치솟고 있는 ‘밀키트’다.

    밀키트(meal kit)는 말 그대로 음식(meal)을 완성할 수 있게 구성해놓은 식재료 조합품(kit)이다. 깨끗하게 손질해 알맞게 계량한 식재료, 누가 만들어도 맛좋은 양념과 소스, 간단하되 실패 없는 조리를 위한 요리법까지 구성에 포함된다. 소비자는 포장을 뜯어 요리법에 따라 썰고, 섞고, 가열해 담아 내기만 하면 된다.

    밀키트의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배달음식, 완전·반조리식품과 달리 식재료 상태를 두 눈으로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키트 식재료는 특성에 맞게 각각의 압력으로 진공 포장된다. 이동 거리와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소비자 만족은 물론, 제맛도 물 건너간다. 그러니 포장할 당시 식재료의 신선함은 항상 최상을 유지해야 한다.

    처음에 나온 밀키트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법한 이국적 음식이 많았고,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밥과 반찬, 일품요리, 국과 찌개, 아이 간식, 술안주, 브런치, 캠핑 요리 등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가 출시되고 있다. 이런 밀키트는 시간은 벌어주고, 노동은 덜어주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빚어내 최고의 식생활 도우미로 자리 잡았다.



    요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탄생 배경이 확실한 밀키트가 주목받는다. 특정 국가, 지역, 식재료, 식당, 인물 등의 이야기를 밀키트에 담아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붐벼서 못 간 핫 플레이스, 멀어서 안 간 백년식당,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낸 미쉐린 레스토랑 등이 모두 밀키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뿐 아니라 유명 유튜버와 연예인 손맛까지 차곡차곡 담아 식탁으로 가져다준다. 봉지를 뜯어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평균 20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입맛과 입장이 제각각 다른 가족의 취향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탕수육과 파스타를 한 상에 뚝딱 차리고, 베트남식 샐러드와 미국식 피자를 같이 먹을 수 있다. 요리하는 사람의 피로를 줄이고, 버리는 식재료 없이 함께 어울려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밀키트계 스테디셀러 밀푀유나베

    배우 류수영의 손맛대로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참간초면(왼쪽). 가지만 손질하면 근사한 중국풍 요리가 완성되는 돼지고기가지볶음.

    배우 류수영의 손맛대로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참간초면(왼쪽). 가지만 손질하면 근사한 중국풍 요리가 완성되는 돼지고기가지볶음.

    추석 연휴에 뭘 먹으면 좋을까. 여느 때였다면 여행이라도 떠났을 법한 기간이다. 갈 수 없다면 식탁에서라도 즐겨보자. 이탈리아 메뉴는 샐러드부터 파스타, 피자까지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스페인 풍미가 담긴 감바스 알 아히요나 파에야 같은 지중해 풍미를 더해보자. 조금 헛헛하다 싶으면 스테이크 밀키트를 하나 추가하자. 육류도 좋고, 연어나 메로 같은 커다란 생선도 맛있다. 종류와 부위, 소스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집에 머무는 식구가 여럿이라면 한 끼 정도는 묵직한 중식 투어를 해도 좋다. 고추잡채와 꽃빵, 해물누룽지탕, 멘보샤, 탄탄면 같은 구성으로 어른스러운 맛을 즐겨도 되고, 짜장면과 다양한 볶음밥을 택하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알맞다.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며 맛집 밀키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식, 중식, 일식, 양식, 한식 등 전국 내로라하는 핫한 식당 메뉴가 골고루 있다. 대구 떡볶이, 김포공항 칼국수, 춘천 닭갈비, 강릉 짬뽕, 해운대 대구탕, 여수 삼합, 서울 압구정동 메밀국수까지 모두 집에서 맛볼 수 있다.

    어르신들과 정갈하게 나눠 먹기에는 샤브샤브, 스키야키, 불고기전골 종류가 좋다. 밀푀유나베처럼 특별히 예쁜 음식을 만들어내기도 어렵지 않다. 칼국수, 수제비, 밥 등을 국물에 넣고 끓여 든든하게 마무리한다. 샤브샤브나 스키야키를 월남쌈과 묶은 세트 밀키트도 있다.

    아이와 함께 요리를 완성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쫀득한 도우에 직접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토핑을 얹는 피자나 손수 마는 꼬마김밥뿐 아니라 샌드위치, 햄버거, 꼬치요리, 만두 등 조물조물 완성해 맛볼 수 있는 밀키트가 꽤 다양하다. 타코나 파히타 같은 밀키트는 복잡한 조리 없이 각자 만들어 푸짐하게 먹는 재미가 있다.

    국, 찌개, 찜 같은 한식은 동네 밀키트 전문점을 활용해본다. 보통 무인으로 운영하며 24시간 열려 있어 언제든 구매 가능하다. 편의점 밀키트는 끼니보다 별식의 즐거움을 준다. 편의점마다 특색 있는 밀키트를 구비해놓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즉석식품이 많아 산책이나 가까운 나들이에 함께하기 좋다. 올 추석 입맛의 스펙트럼은 한 치 양보 없이 밀키트로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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