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2

2021.08.13

태권도에서 미리 본 케이팝 ‘세계화’

[미묘의 케이팝 내비] 진화한 모습 인정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할 거 아냐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8-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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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이 태권도처럼 전 세계 주류 팝시장을 휩쓸고 있다. [뉴스1]

    방탄소년단(BTS)이 태권도처럼 전 세계 주류 팝시장을 휩쓸고 있다. [뉴스1]

    2020 도쿄올림픽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종목 가운데 하나가 태권도다. 우리는 태권도 종주국이다 보니 당연히 메달을 휩쓸길 기대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이탈리아, 터키,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가져갔고, 정작 한국은 금메달 없이 돌아왔다. 수모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야말로 태권도가 진정한 세계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동안 메달이 한국에 지나치게 몰린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에 대항하기에도 제격인 현상이 연출된 셈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로, 세계 속 케이팝을 생각해본다. 지난 25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온 케이팝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방탄소년단(BTS)은 세계 주류 팝시장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는 2019년부터 ‘케이팝 부문’을 신설했고, 올해 9월이면 3년째 시상하게 된다. 당시부터 ‘케이팝 부문’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케이팝이 그만큼 성장해 따로 다루게 됐다는 해석과 케이팝 아티스트들을 주류 팝으로부터 격리하는 차별적 조치라는 의견이 맞섰다. 비유하자면 올림픽에 출전하던 케이팝 선수들을 떼어내 별도의 대회를 열었다는 것인데, 이 경우 케이팝은 그만큼 인정받는 종목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올림픽에서 ‘퇴출’됐다고 봐야 할까.

    태권도가 세계적 스포츠가 된 데는 특별한 장소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태국, 튀니지, 코트디부아르 등 메달 약소국들이 대거 메달을 따낸 것도 그래서라는 분석이다. 이번 대회뿐 아니라 예전부터 태권도는 메달이 1개도 없던 나라에 첫 메달을 안기는 종목으로 기능한 바가 많았다. 묘한 이야기지만, 케이팝에도 엇비슷한 면이 있다. 해외 케이팝 팬덤은 이민자를 포함해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의 비중이 높다. 어차피 한국까지 갈 게 아니라면 비싼 콘서트에 못 간다는 박탈감도 크지 않다. 더구나 케이팝은 유튜브를 통해 ‘공짜로’ 즐기기에 가장 효과적인 장르 중 하나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고 소일하기에도 좋다. 그래서 더 매료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팬덤 저변에 관한 이야기일 뿐, 케이팝 콘텐츠는 매우 자본집약적이다. 태권도처럼 ‘세계 케이팝 대회’에서 ‘약소국’이 메달을 휩쓰는 장면을 상상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다만 팬덤이 커버 댄스 등 특유의 팬 콘텐츠를 만들어낼 때 이 역시 별다른 자본 없이도 생산하고 나눌 수 있는 형식이 많다. 그래서 높은 확산력을 갖고 특유의 케이팝 문화를 형성해온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는 어느 시점에 케이팝이 ‘진정한 세계화’를 이뤘다고 진단하게 될까. 이번 올림픽에서 태권도의 경우를 참고한다면, 그것이 케이팝을 통해 느끼는 국가적 자부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메달 개수가 줄어들고 순위가 낮아짐에 따라 사람에 따라서는 ‘수모’를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케이팝은 국기원의 가이드를 받지도 않으니 한국인의 통념이나 심미적 취향에서 아득히 벗어나는 모습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그것을 인정할지 말지도 우리가 결정할 사항이 아닐 테다. 전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가 된다는 것, 그런 문화의 발상지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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