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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산책, 아이돌 MV 촬영장 구경… 어, 이것도 되네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거리두기 4단계 방구석에서 찾아간 메타버스 속 ‘핫플’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한강공원 산책, 아이돌 MV 촬영장 구경… 어, 이것도 되네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메타버스 ‘제페토’ 속 서울 한강공원. 실제 한강공원처럼 자전거와 텐트, 여객선 등이 있다. [구희언 기자]

메타버스 ‘제페토’ 속 서울 한강공원. 실제 한강공원처럼 자전거와 텐트, 여객선 등이 있다. [구희언 기자]

어제 하루 서울 한강공원에서 따릉이를 탔다. 롯데월드타워와 남산서울타워가 보이는 강변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방탄소년단(BTS)과 있지(ITZY)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현장에 다녀왔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 쇼룸에서 가방과 옷을 구경했다. 차기 대선후보들의 선거 유세 현장도 돌아다녔다.
모두 현실이 아닌 메타버스에서 한 일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은 ‘로블록스’이고, 한국에서는 3차원 아바타를 만들어 이용하는 ‘제페토’가 유명하다. 제페토는 2018년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에서 만든 서비스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사용자는 전 세계 2억 명. 90%는 해외 이용자고, 전체 사용자의 80%는 10대다.

구찌 이어 디올도 제품 판매

제페토 속 구찌 빌라에서 찍은 사진. 아바타용 아이템은 판매가 종료됐다. [구희언 기자]

제페토 속 구찌 빌라에서 찍은 사진. 아바타용 아이템은 판매가 종료됐다. [구희언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핫 플레이스들이 더는 ‘핫’하기 어려워졌다. 공간 몇 군데를 섭외하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방문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시선을 메타버스로 돌렸다.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남들과 밀착해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어도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는 곳. Z세대 감성도 느껴볼 겸 메타버스에서 만난 핫 플레이스 일부를 소개한다. 취재를 위해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제페토다.

일단 메타버스에 접속하려면 스마트폰에 제페토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야 한다. 앱을 설치하고 얼굴 사진을 찍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3차원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얼굴과 머리 스타일, 체형, 의상 등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싸이월드 아바타가 그랬듯 더 멋진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 의상은 젬이나 코인으로 살 수 있다. 유료 결제를 해도 되고, 광고를 보거나 이벤트에 참여해 재화를 모을 수도 있다. 아바타가 머무는 방도 꾸밀 수 있는데, 예쁘다 싶은 가구나 소품은 유료다. 역시나 자본주의 세계는 냉정하다.

숍에는 ‘메타버스에서 명품을 산다고?’로 화제를 모은 구찌 제품 외에 패션기업 LVMH그룹의 크리스챤 디올 메이크업 컬렉션도 들어와 있다. 9종의 메이크업을 사 아바타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에 팔던 구찌 의류와 가방은 판매가 종료됐다. 메타버스에서 한정판은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정판이었다.

무료 아바타로도 충분히 메타버스를 즐길 수 있다. 아바타를 만들었다면 ‘프로필’을 눌러보자. 인스타그램 같은 화면은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써본 사람은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피드에 올릴 수 있고, 그냥 스마트폰에 저장만 할 수도 있다. 이제 ‘월드’ 버튼을 눌러 여행을 떠나보자.



선거 유세도 메타버스에서?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왼쪽). 제페토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맵. [구희언 기자]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왼쪽). 제페토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맵. [구희언 기자]

‘내게 맞는 맵 찾기’를 통해 원하는 맵을 여행할 수 있다. 지하철, 교실, 바닷가, 한강공원, 공항 외에도 블랙핑크의 블핑하우스, ITZY의 사막, BT21의 테마파크,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의 구찌 빌라(Gucci Villa) 같은 컬래버레이션 맵에도 들어갈 수 있다.

접속하는 시간대에 따라 아바타 밀집도는 천차만별이다. 많은 아바타가 몰리면 벚꽃 축제 기간 여의도 윤중로처럼 혼자 셀카 찍기도 버겁다. 사진에 함께 찍힌 멤버는 피드에 올리면 @ 표시와 아이디(그 사람의 계정)가 뜬다. 가끔 사진을 찍는데 옆에 와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화려한 ‘핵인싸’를 만날 수 있다. 셀카는 셀카봉과 전경 모드로 바꿔가며 촬영할 수 있다. 맵에서 의자나 탈것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버튼이 뜨면 타거나 앉을 수 있다. 다른 아바타가 사용 중인 기물은 쓸 수 없다.

메타버스가 대세라고 하니 정치인들도 맵을 만들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맵이 가장 활성화돼 있다. 맵에 들어서자 거대한 홍보 팻말과 세세한 공약을 적어놓은 포스터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박주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맵을 둘러봤다. 선거 유세장이라고 보면 이 전 대표의 맵이 가장 완성도가 높았고, 꽃나무 등 자연 풍경과 잘 어우러진 건 원 지사의 맵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맵은 아직 없다. 다만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열렬한 지지자 외에 많이 찾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최근에는 주요 기업도 제페토에서 회의나 협약식을 열고, 유명인도 팬미팅을 하는 등 메타버스 세계관이 넓어지고 있다. 제페토에 전시 공간을 연 박물관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는 한 메타버스 인기는 반강제로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아바타 조작이 어색했지만 여러 맵을 돌고 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수십 장의 아바타 인증샷과 함께.

#방구석나들이 #유료는유료 #2시간순삭

가까이 갔을 때 버튼이 뜨는 아이템은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쿠키런 킹덤 맵에서 인형을 선택해 올라탄 모습. [구희언 기자]

가까이 갔을 때 버튼이 뜨는 아이템은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쿠키런 킹덤 맵에서 인형을 선택해 올라탄 모습. [구희언 기자]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 해부해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주간동아 1299호 (p62~63)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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