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5

2021.06.25

“이건 좀…” 교복 입은 女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또 시작!

[미묘의 케이팝 내비] MBC 새 프로그램 ‘방과후 설레임’이 민폐인 까닭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7-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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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새 여자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방과후 셀레임’의 티저 영상 중 한 장면. [‘방과후 설레임’ 유튜브 캡처]

    MBC 새 여자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방과후 셀레임’의 티저 영상 중 한 장면. [‘방과후 설레임’ 유튜브 캡처]

    MBC에서 새로운 여자아이돌 오디션프로그램 ‘방과후 설레임’이 시작한다. 제작발표회도 ‘입시 설명회’라는 제목을 붙였다. 티저 영상은 ‘꿈을 가진 소녀들을 응원하는 공익광고 같은’ 느낌이다. “운명은 네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카피가 그렇다. 이 티저는 지원자를 모집하는 광고이니 대상을 향한 메시지가 들어가는 건 당연하고, 그게 이 방송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입시 설명회’에서 걸그룹이 수행해야 할, 그 지겹게 들어온 ‘미덕’들을 굳이 또 나열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꿈을 가진 학생들이 느끼는 방과후 설렘보다 타인이 방과후 학생에게 느끼는 설렘이 주제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학생이라는 기호와 아이돌을 이야기할 때면 교복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을 대충 아는 사람에게 교복은 아이돌을 상징하는 의상이다. 창작물에서도 종종 아이돌은 교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아이돌을 웬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교복 의상이 활발하게 활용된 영역이 있기는 하다. 소위 ‘행사 걸그룹’이라고 부르는 시장이다. 교복은 일상복보다 눈에 띄어 무대의상으로서 역할을 하면서도 코스튬 시장에서 대량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또한 ‘걸그룹=교복’이라는 등식이 적어도 이 시장 기획자들에게는 상식에 가깝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반면 주류 시장에서 교복을 모티프로 한 의상을 착용하는 아이돌은 소수다. 여자아이돌의 경우 2014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접근 방식도 조심스러웠다. 상당수는 마법학교 같은 판타지물이나 ‘백합’(여성 간 우정이나 동성애를 다루는 장르)의 색채를 얹고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과 청춘이라는 매혹적인 기호를 사용하면서도, 현실이 아닌 비현실로 선을 긋기 위해 장르물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교복을 아이돌 콘텐츠에 활용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비윤리의 경계에 닿기가 무척 쉽기 때문이다. 대중 역시 “이건 좀…” 하며 손사래를 칠 그런 선 말이다.

    아이돌과 교복 사이

    그리고 2016년 101명의 여성이 교복을 입고 한 무대에 오른 상징적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이 ‘방과후 설레임’ 한동철 PD의 전작 ‘프로듀스 101’이었다. 아이돌과 교복 사이의 지뢰밭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 보인 것이다. 지금 대중이 아이돌의 교복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면 이 사건이 기준선을 끌어내린 탓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왜 그렇게까지 교복과 학교에 천착해야 할까. 아이돌이 학생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윤리적 위험을 감수하며 관철할 숭고한 경지일까. 아이돌에게 다른 멀쩡한 성취가 수도 없는데 말이다. 아주 비윤리적인 어떤 가능성을 이 논의에서 배제한다면, 아이돌에게서 떠올릴 게 그것뿐인 사람이라는 답만이 가능하다. 게으르기만 하다면 차라리 안심이다. 방과후 설렘을 제공할 ‘여고생’을 모집해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갖는 음험함에 비하면 말이다. 한 고등학교 교장이 여학생들에게 섹시 댄스를 강요한 사건도 ‘스쿨미투’ 이후 시대 아니겠나.



    아이돌에게 교복과 학교는 편리하지도, 안전하지도, 동시대적이지도 않다. 아이돌이라는 세계를 그렇게나 납작하게 이해하고, 이를 주류 미디어에서 미학인 양 전개하는 것은 아이돌 산업에 대한 지독한 무례이자 민폐다. ‘여고생’을 문화적 기호로 삼아 소비하는 것은 당장 근절해야 할 비윤리다. 지상파 방송에 최소한의 염치는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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