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5

2020.11.20

‘패션 정치’ 예고한 질 바이든의 원피스와 진주 귀걸이 [명품의 주인공-45]

  •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입력2020-11-2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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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7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열린 승리 연설장에 오스카 드 라 렌타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 [연합뉴스]

    11월 7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열린 승리 연설장에 오스카 드 라 렌타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 [연합뉴스]

    대역전 드라마를 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11월 7일(현지시각) 토요일 밤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당선 소감과 함께 가족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인생의 굴곡을 함께 해오면서 선거기간 동안에도 지치지 않는 도움과 지지를 보내 준 아내 질 바이든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러분,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다시피 나는 질의 남편입니다(I’m Jill’s husband)”라고. ‘바이든의 아내 질’이 아니라 ‘질의 남편 바이든’이란 뜻일 것이다.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은 조 바이든 당선인은 8번의 청혼 끝에 지금의 아내 질 바이든과 재혼했다. 계속된 7번의 구애에도 그녀가 거절했던 이유는 “조는 이미 부인을 잃은 큰 상처가 있다. 그리고 다시 나와 사랑을 하는데 만약에 내가 함부로 결혼을 결정해서 혹시라도 또 한 번 부인을 잃게 된다면 이 사람은 무너진다. 나는 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청혼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46대 미국 퍼스트레이디가 될 질 바이든은 남편이 8년간 부통령을 지낼 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직을 겸했던 최초의 ‘워킹 세컨드 레이디’ 출신이다.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도 교수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첫 ‘투 잡’ 퍼스트레이디의 탄생을 예고한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연설 순간에는 질 바이든도 함께 했다. 이날 질 바이든은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섰다.


    오스카 드 라 렌타, 꽃무늬 원피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원피스. [GettyImages]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원피스. [GettyImages]

    그가 선택한 의상은 검정색 바탕에 붉은 꽃잎이 화려하게 수놓인 비대칭형 원피스였다. 거기에 간결한 주얼리, 리본 장식의 핑크색 구두, 검은 마스크가 조화를 이뤘다. 질 바이든이 승리 연설 현장에서 입었던 이 꽃무늬 원피스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인 ‘오스카 드 라 렌타’ 의상이다. 

    오스카 드 라 렌타(1932~2014)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 이민자로 자신의 이름을 따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특히, 1960년대부터 상류층 여성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맞춤복 디자인을 선보여 큰 사랑을 받았다.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세계의 저명 인사들을 고객으로 둔 패션 브랜드로 유명하다. 사라 제시카 파커, 비욘세, 페넬로페 크루즈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영국 앤드류 왕자의 전 부인인 사라 퍼거슨, 스웨덴의 마들렌 공주 등의 왕족들이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고객이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낸시 레이건, 힐러리 클린턴, 로라 부시 등 영부인의 의상도 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드 라 렌타의 도움으로 검정색 의상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화사하며 여성스러운 색채와 소재를 이용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에 다시 검은색 의상을 착용하고 나타나 드 라 렌타를 화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반면 미셸 오바마는 이전의 영부인과는 달리 비교적 저렴한 신진 디자이너의 의상이나 제이크루와 같은 대중적 상표의 의상을 애용하곤 했다. 이를 두고 드 라 렌타는 영부인이 미국 패션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고가의 디자이너 작품을 착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녀가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엘리자베스 2 세 여왕을 만났을 때 카디건을 착용한 모습을 두고 크게 비난했다가, 역으로 대중의 공격을 받기도 하였다. 

    질 바이든은 승전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저명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꽃무늬 원피스를 선택했다. 그간 퍼스트레이디들이 단색이나 잔잔한 무늬가 있는 의상을 공식석상에서 주로 입었던 것에 비하면 과감한 선택이었다. 캠페인 기간 동안에는 그녀도 단색이나 무늬가 도드라지지 않는 정장투피스나 원피스를 즐겨 입었다. 하지만 결정적이거나 중요한 고비 때는 꽃무늬 원피스를 선택했다. 


    대선토론회 참석한 
질 바이든(왼쪽)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EPA_Bloomberg]

    대선토론회 참석한 질 바이든(왼쪽)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EPA_Bloomberg]

    지난 10월 22일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도 그녀는 연한 하늘색 바탕에 총천연색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의상과 동일한 꽃무늬 마스크도 썼다. 이 원피스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돌체 앤 가바나의 작품이었다. 거기에 옅은 베이지 톤의 하이힐을 매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디올의 검정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검정색 마스크를 쓴 것과는 확연히 대조적이었다. 

    패션을 통해 질 바이든 여사의 대담함, 적극성 등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질 바이든은 남편을 향해 달려드는 여성을 밀쳐내는 등 ‘경호원’ 역할을 한 적도 있다. 재임기간 중 앞으로 수많은 결정적 순간을 맞이할 테니, 그때마다 ‘꽃무늬 원피스’가 그녀의 패션 아이콘이 될지 주목된다.

    지미 추, 리본장식 구두

    지미 추의 
리본장식 구두. [GettyImages]

    지미 추의 리본장식 구두. [GettyImages]

    꽃무늬 원피스와 같이 매치한 구두는 영국의 고급 구두 전문 브랜드 ‘지미 추’ 제품이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구두 장인 지미 추와 영국의 패션 전문지 보그의 액세서리 편집장이었던 타마라 멜론이 공동으로 설립한 브랜드로 영국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를 위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맞춤형 구두들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명성과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꽃무늬 원피스와 매치했던 핑크색 구두는 앞부분에 작은 크리스탈이 박힌 리본이 장식이 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대선 토론회에서 돌체 앤 가바나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날에도 지미 추의 핑크색과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인 옅은 베이지색 구두를 착용했다.


    진주 주얼리

    진주 주얼리를 착용한 질 바이든 여사. [뉴스1]

    진주 주얼리를 착용한 질 바이든 여사. [뉴스1]

    공식석상에서 질 바이든 여사는 항상 주얼리를 착용한다. 그 중에서도 진주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를 즐긴다. 특히 귀걸이에 포인트를 두는 경우가 많다. 달랑거리는 진주가 달린 드롭형과 귀에 딱 붙는 진주 스터드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2015년 7월 세컨드 레이디로 방한했을 때는 드롭형 진주귀걸이를 착용했다. 

    서양 정치권에서 진주 주얼리는 뿌리 깊게 애용되어 왔다. 서양에서 주얼리는 정장 드레스 코드의 일부이고, 은은하고 우아한 광택이 아름다운 진주는 여성 정치인들이 자신의 위엄과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격식을 갖출 때 가장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보석이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미셀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도 진주 주얼리를 애용했다. 질 바이든 여사도 진주 귀걸이와 긴 진주목걸이를 겹쳐 늘어뜨리는 방식으로 착용해 그녀만의 아이코닉 진주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겹쳐 낀 팔찌

    팔찌를 겹처 착용한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 구글이미지]

    팔찌를 겹처 착용한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 구글이미지]

    하늘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었던 대선 토론회에서 질 바이든 여사는 원피스와 함께 3~4개의 팔찌를 겹쳐 껴서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날을 포함해 다른 공식석상에서도 팔찌를 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델라웨어 승리 연설 현장에서도 꽃무늬 원피스에 팔찌를 매치했다. 

    팔찌의 디자인은 의상에 따라 달라진다. 이브닝 드레스를 입을 때는 반짝이는 보석이 세팅된 팔찌를, 정장을 입을 때는 동그란 원고리 모양의 단순한 뱅글을 착용해 세련미를 더한다. 팔찌는 주로 여러 개를 겹쳐 오른 손에 착용하고, 왼손에는 시계를 차는 식으로 활동적으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의 향기를 풍긴다. 또한 정치행사 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일이 많은 질 바이든 여사의 경우,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질 바이든 여사가 승리 연설 현장에서 입었던 꽃무늬 원피스는 연설 후 몇시간내 미국에서 전 제품이 팔려나가 완판을 기록했다. 마치 이제는 질 바이든 시대의 출발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질 바이든은 퍼스트레이디 ‘패션 정치’의 예고편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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