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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미만 저가 와인, ‘미끼’ 상품으로도 팔린다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44]

  •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5000원 미만 저가 와인, ‘미끼’ 상품으로도 팔린다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44]

[GettyImage]

[GettyImage]

국내 와인 시장이 뜨겁다. 멋진 레스토랑과 와인 바가 아닌 홈술, 혼술용 와인 시장 이야기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홈술, 혼술 하면 애처롭게 소주나 맥주 한잔 하던 모습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고, 외부 활동도 줄어든 상태에서 오히려 살짝 ‘부띠끄’한 느낌으로 집에서 즐기는 술이 트렌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공격적인 와인 마케팅을 하며 초저가 와인을 판매하는 것도 한 몫 한다. 그렇다면 고가 와인과 저가 와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맛일까? 

고가 와인에 대한 기준은 간단하다. 얼마나 좋은 원료로 세밀하게 만들었느냐로 가격을 결정한다. 여기에 역사성, 신뢰성 등이 들어간 브랜드 파워가 크게 한 몫 한다. 원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성이다. 포도 산지에 대한 정확한 지역명이 나올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이마트 초저가 와인 도스 코파스.

이마트 초저가 와인 도스 코파스.

프랑스 와인보다는 보르도(Bordeaux) 지역이, 보르도 와인보다는 그 안의 메독(medoc) 지역이, 메독보다는 뽀이약(Pauillac), 생줄리앙(Saint-Julien), 마고(Margaux) 등의 구체화된 지역에서만 생산되면 가격이 높아진다. 쌀에 비유하자면 외국산보다는 이천 쌀이 좋고, 농사를 지은 논까지 알려준다면 더욱 고급이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렇게 포도 산지를 한정짓고 와인을 만들면 원료 수급에 불편한 점이 많다. 하지만, 신뢰성은 높아진다. 그래서 관리도 더욱 철저하다. 좋은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나의 포도밭에서 나왔다는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 초저가로 나온 제품들은 싱글 빈야드와는 거리가 있다.

산지 범위의 차이

홈플러스 초저가 와인 카퍼 릿지.

홈플러스 초저가 와인 카퍼 릿지.

저렴한 와인은 그 범위가 넓다. 아예 국가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와인 중 이러한 와인들이 꽤 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와인 원액을 수입해서 프랑스에서 병입한 뒤 대량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다. 산지가 불분명한 프랑스 와인보다는 차라리 신대륙 와인이 믿음이 간다는 게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최근 나오는 초저가 와인 중 신대륙 와인이 많은 이유는 이러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다만 스페인산은 유럽에서도 상당히 저렴한 축에 속한다. 벌크로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도 지극히 많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매실주 중 일부 제품에는 스페인산 화이트 와인이 들어간다. 매실주에는 매실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숙성기간, 용기, 마개의 차이

롯데마트 초저가 와인 레알 푸엔테.

롯데마트 초저가 와인 레알 푸엔테.

숙성기간에서도 고가와 저가는 차이가 있다. 당연히 고급 제품의 숙성기간이 길다. 스페인 와인 등급 중 크리안자(Crianza) 등급은 6개월 이상 오크 숙성에 병입 숙성까지 총 24개월, 리제르바(Reserva) 등급 제품은 12개월 오크 숙성을 거쳐 병입 숙성까지 총 36개월을 숙성시켜야 하며, 그랑 리제르바(Grand Reserva) 등급은 18개월 오크 숙성을 거쳐 60개월 이상을 숙성시켜야 한다. 오래 숙성할수록 맛도 더 묵직해진다. 

반대로 저렴한 제품은 6개월~1년 이내로 숙성한 경우가 많다. 오래 저장할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맛은 상대적으로 장기 숙성 제품보다 가볍다. 김준철와인스쿨의 김준철 원장은 “저가의 와인은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기에 구입한 후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고가와 저가 제품은 숙성 용기도 다르다. 저렴한 제품은 고가의 오크통보다는 오크나무 칩 등을 이용해 스테인레스 저장고에 넣고 오크나무의 맛과 향을 침출시킨다. 이렇게 되면 따로 오크통 저장고도 필요 없어지며, 발효된 발효조에 오크칩만 넣어주면 완성된다. 공정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참고로 오크통 숙성은 주로 레드 와인에 해당된다. 

와인 가격은 코르크 마개에서도 달라진다. 고가의 와인은 참나무 껍질로 코르크 마개를 만들지만 저가의 와인은 코르크 마개를 만들고 남은 조각을 가공 또는 접착해서 마개 형태로 만든다. 쉽게 말해 천연 코르크와 인공 코르크라는 것이다. 인공 코르크는 조각을 모아 가공한 만큼 수명이 짧다. 그래서 와인을 여는 과정에서 조각이 떨어지기 쉬운 게 단점이다. 

최근 대형 마트에서 선보인 와인 역시 저가 기준에 부합한다. 홈플러스의 '카퍼 릿지(COPPER RIDGE)',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DOS COPAS)', 그리고 롯데 마트의 '레알 푸엔테(REAL FUENTE)' 등이 그런 부류다. 일단 숙성기간이 6개월~1년 미만으로 짧다. 원산지는 미국산 카퍼릿지(COPPER RIDGE)만 캘리포니아 정도는 소개가 되었지만 세부적으로 나파 벨리, 소노마 벨리같은 명칭은 기입되지 않았다. 도스 코파스와 레알 푸엔테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와인이 아닌,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자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나온 와인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같은 맛의 와인을 판매할 수는 있으나, 대량생산을 통해 저가로 판매해야하는 비즈니스의 성격상, 브랜드를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도스 코파스 와인 시리즈에는 다양한 나라 와인이 혼재돼 있다. 카베르네 쇼비뇽은 칠레산이며, 레드 블렌디드(Red Blended)라는 제품은 스페인산이다. 여기에 프리미엄급(8900원)으로 만든 리제르바는 포르투갈산이다.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쇼비뇽은 약 8개월 숙성, 리제르바 제품은 1년을 숙성했다고 한다. 도스 코파스 리제르바(Reserva) 제품에 적힌 ‘vinho regional lisboa’는 와인 산지가 리스보아(lisboa)라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칠레산인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쇼비뇽에도 원산지 표시는 있다. 센트럴 벨리(Valle Central)라는 곳. 칠레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센트럴 벨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 와인 산지인 마이포 벨리가 있다. 하지만 역시 세부 산지까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코르크 뚜껑의 경우, 도스 코파스와 레알 푸엔테 역시 나무 조각을 가공한 인공 코르크를 쓰고 있으며, 카퍼 릿지는 코르크가 아닌 스크류 캡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 호주 및 뉴질랜드 와인이 스크류 캡을 많이 사용하는데, 카퍼 릿지도 편하게 즐기는 데일리 와인이라는 느낌으로 스크류 캡을 선정한 듯하다. 원가도 저렴해 진다. 알코올 도수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카퍼 릿지는 11%, 레알 푸엔테는 12%, 도스 코파스는 13.3%였다. 와인에서 알코올 도수는 원가와 비례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가성비 좋은 와인들

새로 선보이고 있는 신대륙 와인은 모두 포도 품종에 대해서는 기입했다. 구대륙 와인의 경우 레알 푸엔테는 스페인의 대표 품종인 템프라니요를 사용했지만, 나머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산의 도스 코파스는 기입하지 않았다. 구대륙에서는 품종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대륙의 경우는 수천 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만큼, 동네 이름만 대면 어떤 와인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굳이 원료 및 재료를 넣지 않더라도 그 동네 와인이라는 것으로 신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신대륙은 달랐다. 지역 자체가 새로웠기에 와인을 소개하는 데 수식어가 필요했고 그를 위해 포도 품종을 쓴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다. 알고 보면 와인에 포도 품종이 기입된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5000원 이하라는 가격은 엄청난 메리트다. 1만원 내외의 와인들도 앞서 설명한 특징을 일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한잔 값으로 와인 한 병을 구입할 수 있다니, 어떻게 보면 획기적인 일이다. 늘 와인은 고급 품목으로 살까 말까 고민하다 주저하게 되지 않던가. 

대형마트의 저가 와인들이 가성비 최고라는 데는 이견이 있다. 더 저렴하고 좋은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와인 전문 강사 양진원 교수는 “이번 와인들이 가격 퍼포먼스가 훌륭한 것은 분명하지만, 더 질 좋고 맛있는 와인을 찾는다면 박스타입의 와인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유리병이 아닌 종이박스에 들어가 있는 제품으로 코스트코 등에서 판매하는 호주산 박스 와인 하디스의 경우 5L에 1만6900원이다. 750ml의 와인이 6~7병이나 들어간다. 단순히 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양 교수는 “박스 와인은 가볍고 깨질 염려가 적어 관리 및 운송비가 적게 든다. 그 만큼 맛에서도 훌륭한 가성비를 이끌어 낸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에 있어서는 번거로움이 있다. 박스 와인의 일반적인 유통기한은 한 달 정도. 마신 후에 꾸준히 냉장고에 보관해야하는 것도 일 중에 하나다.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와인이 바로 설탕만 대량으로 투입하여 단 맛만 나는 와인이다. 단순히 단 맛이 싫다기보다 단맛은 음식과의 궁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와인뿐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단 맛이 강한 주스와 음식을 같이 먹는 일은 드물다. 이번에 시음한 레드 와인 3종은 모두 이런 것들과 거리가 있었다. 나름 포도의 특성을 살리려했으며, 대중주로써 적당한 육류 및 기름진 음식과 어울릴 수 있다. 가성비가 좋고, 마트 입장에서도 이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트가 초저가의 와인을 파는 이유는, 육류, 치즈 등 음식 및 안주의 부대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엄경자 학과장은 “막걸리가 무조건 저렴할 필요가 없듯이, 와인도 무조건 고가여야 할 필요는 없다”며 “저가 와인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하였다. 

홈술, 혼술로 이어지는 와인 시장은 홈바, 홈아트, 홈인테리어 등 홈코노미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와인 판매가 아닌, 와인 잔, 와인 거치대, 관련 인테리어 사업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와인 시장은 소멸하는 게 아니라 넓게 펼쳐지고 있다.

초저가 와인 3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품평
직접 비교 시음해 본 마트 3사의 초저가 레드 와인. 왼쪽부터 홈플러스 카퍼 릿지(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 이마트 도스 코파스(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 레알 푸엔테(템프라니요 포도 품종).

직접 비교 시음해 본 마트 3사의 초저가 레드 와인. 왼쪽부터 홈플러스 카퍼 릿지(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 이마트 도스 코파스(카베르네 쇼비뇽 포도 품종), 레알 푸엔테(템프라니요 포도 품종).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쇼비뇽), 카퍼릿지(카베르네 쇼비뇽), 레알 푸엔테(템프라니요) 초저가 와인 세 가지를 마셔보고 맛과 향을 비교했다. (필자의 주관적인 취향이 반영돼있다.)

색의 진함: 레알 푸엔테>카퍼릿지>도스 코파스
포도의 아로마 및 부케 향: 레알 푸엔테>도스코파스>카퍼릿지
오크향: 도스코파스>레알 푸엔테>카퍼릿지
단맛: 도스코파스=레알 푸엔테<카퍼릿지
신맛: 도스코파스>카퍼릿지>레알 푸엔테
타닌감: 카퍼릿지>도스코파스>레알 푸엔테
알코올: 카퍼릿지=도스코파스=레알 푸엔테
바디감(전체적으로 가벼움): 카퍼릿지>도스코파스>레알 푸엔테





주간동아 1263호 (p58~61)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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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6호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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