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2

2020.10.30

인스타에 오르는 운치 있는 양조장 TOP 5 [명욱의 술기로운 생활-43]

  •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입력2020-10-13 17: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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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한국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가 뜨겁다. 우리 판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춤꾼들이 등장해 서울과 부산, 전주를 각각 소개하는 3편의 동영상은 토털 조회 수가 8000만이나 된다. 이는 단순히 한류가 한류스타에 의존한 한때의 붐이 아니며, 우리 판소리가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한류는 K-팝을 넘어 전통이 함께하는 한식, 한복, 그리고 국악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한국의 주류 부문이다.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와 달리 부가가치 높은 우리의 술 문화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늘 마시고 취하는 문화만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술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지역적 가치를 알리는 양조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이 함께 따라간다. 요즘 말로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에 올릴 말한)’ 공간, 대한민국에서 사진 찍기 좋은 양조장 Top 5를 사견을 담아 선정했다.

    카페와 마당이 있는 양조장 ‘제주술익는집’

    우선 제주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에 위치한 양조장이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한 식품명인 제84호 김희숙 명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빚는 술은 발효주인 ‘오메기맑은술’과 소주인 ‘고소리술’. 오메기는 좁쌀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오메기맑은술은 오메기떡과 제주의 쌀로 만들어진다. 고소리술은 제주 전통 소주의 명칭으로 일반적으로 오메기술을 증류해서 나온 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술맛도 술맛이지만, 제주도다운 공간이 그대로 넘쳐나서이다.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담 사이로 들어가면 탁 트인 넓은 정원에 자리한 자그마한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김희숙 대표는 삶의 터전이던 제주도 옛집을 그대로 보존해 갤러리&카페로 운영하고 있는데, 넓은 앞뜰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이 좋다. 5일 전에 예약하면 전통식 시음 체험, 누룩 체험, 술 빚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방문은 상시 가능하다. 성산일출봉까지 자동차로 10분 내외면 도착한다.

    정원이 아름다운 양조장 ‘해남 해창주조장’

    한국에서 가장 멋진 양조장을 꼽으라면 해남의 해창주조장을 손꼽는 사람이 꽤나 될 것이다. 100년 전 만들어진 정원과 건물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해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모양이 상당 부분이 바뀌었다지만 사면에 걸쳐 조성된 넓은 창과 미닫이문에서 당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뒤틀리고 구멍 난 모습으로도 꽃을 피우는 600살이 넘었다는 배롱나무부터 육백나무, 동백나무, 겨울에도 초록을 수놓은 듯 푸른 이끼의 모습은 해창주조장만의 볼거리이다. 

    정원 중앙에는 연못이 있는데 건축업계는 이러한 정원 형식에 연못을 도입하고 그 가운데 고대 인도에서 말하는 세상의 중심인 상상의 산 수미산(須彌山)을 만들어 세운 형태가 불교의 이상 세계를 정원에 압축했다고 평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에 우리 국민이 아닌 시바타 히코헤이라는 일본인이 살았다는 것. 바로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수탈의 역사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 양조장 반경 50m에는 100년 전 당시 사용되던 창고와 주택, 방앗간이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자녀 교육 삼아 방문하는 가족들도 있다. 현재는 오병인·박미숙 부부가 귀촌해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무감미료 해창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데  팬덤이 형성될 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다. 양조장 주변에 위치한 땅끝마을, 철새도래지인 고척암, 두륜산의 대흥사 등도 해남이 자랑하는 관광 명소다.



    강원도의 맑은 바람이 함께하는 곳 ‘홍천 예술주조’

    강원 홍천군 내촌면에는 동창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백암산 자락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앞쪽에는 사계절 수량이 풍부한 내촌천이 흐른다. 강원도의 맑은 바람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곳의 아미산 중턱에 예술주조가 있다. 홍천의 단호박과 쌀을 이용해 무감미료 술을 빚고 있다. 

    배산임수 형태인 이곳은 30년 전 지어진 한옥과 새롭게 만든 갤러리&체험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양조장 왼쪽으로는 작은 연못이, 오른쪽으로는 약 100m 길이의 은행나무 길이 조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넓은 공간임에도 초인종이 없다는 것. 입구에 있는 징을 쳐야 사람이 나온다. 전통주 및 증류주 빚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가볍게 방문해서 시음도 가능하다. 서울-양양 고속도로 내촌 IC 인근에 위치하며, 양양이나 속초 방문 시 들러볼 만한 곳이다.

    500여개 항아리가 내뿜는 술 향기 ‘포천 전통술박물관산사원’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포천은 양조장이 많아 ‘막걸리 메카’로 불린다. 그중 가장 문화적 공간으로 주목받는 곳이 바로 산사원이다.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이곳에는 500여개 항아리에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정원이 자리한다. 주변에 물이 부족하다고 내 천(川) 자로 기둥을 만든 것도 독특하며 밭 전(田) 자 형태인 지붕은 자연스럽게 양지와 음지를 형성, 그것으로 인한 대류가 바람을 타고 술 향기를 품고 지나간다. 항아리 밭을 지나면 담양의 소쇄원을 모델로 만든 정자에 앉아볼 수 있으며, 우곡루라 이름 지은 누각에 올라가면 멀리 ‘경기 5대 악산’ 가운데 하나인 운악산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건물 내에는 대한민국 전통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직접 막걸리를 빚어보는 체험 공간이 있으며, 지하에는 배상면주가에서 막 빚은 신선한 막걸리와 약주 등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변에는 산정호수, 백운계곡의 포천 이동갈비 등이 있다.

    발효 건축을 담은 양조장 ‘울산 복순도가’

    원조 ‘스파클링 막걸리’로 유명한 복순도가는 KTX 울산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울주군에 위치한다. 양조장은 멀리 해발 1000m가 넘는 산맥이 쭉 이어지는 영남 알프스를 바라보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발효 건축을 통해 커다란 양조장 자체가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 황토색 벽돌로 쌓아올린 벽의 유리창을 통해 발효실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복도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는 막걸리가 발효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막 형태로 만들어진 시음 공간이 매력적인데 이곳에서는 복순도가 스파클링 막걸리는 물론 약주의 진한 원액도 마셔볼 수 있다. 양조장에서 제공한 파라솔 그늘에 앉아 영남 알프스를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을 해도 낭만이 느껴진다. 울주군의 명물인 언양불고기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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