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주인공

크리스털로 더 빛난 아카데미 시상식

스와로브스키, 세계를 좀 더 화려하게 빛내는 문화가 되다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입력2020-02-18 15: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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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카상 [oscar.go.com]

    오스카상 [oscar.go.com]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상(The Oscars)’이라고도 한다. 수상자에게는 높이 34cm, 무게 3.8∼3.9kg의 황금빛 남성 나상(裸像) 트로피를 주는데, 이 트로피를 오스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그 유래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상을 수여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 225여 개국에 생방송된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영화계 최고의 이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해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것은 물론, 충무로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수감에서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로 통역)인데,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누구냐면, 제가 책에서 읽은 거였지만,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 수상소감은 박수와 갈채를 이끌어냈고, 봉 감독에 대한 전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봉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를 더 빛나게 한 것이 바로 세트 디자인이다.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Swarovski)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슨 셔우드(Jason Sherwood)가 세트 디자인에 참여해 시상식 현장에 화려함을 더했다. 셔우드는 에미상 수상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고, 스와로브스키는 세계 최대 크리스털 제조업체이자 천연석, 크리에이티드 스톤, 옵티컬 액세서리, 조명 전문업체다.

    13년째 오스카 무대 장식

    4만 개 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빛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스와로브스키]

    4만 개 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빛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스와로브스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기생충(Parasite)’이 호명되자 무대로 향하는 봉준호 감독. [스와로브스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기생충(Parasite)’이 호명되자 무대로 향하는 봉준호 감독. [스와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들어간 핵심 디자인은 ‘크리스털 이너 스파이럴(나선형 구조물)’, 크리스털 커튼이 들어간 배경 무대, 그리고 4만 개 넘는 투명·골드·실버 크리스털로 제작한 눈부신 ‘크리스털 타워’ 등 세 가지다. 



    크리스털 이너 스파이럴은 눈부신 크리스털 커튼으로 장식됐으며 무게가 500kg에 달한다. 정밀하게 커팅된 1만2000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수백 개의 가닥이 무대 중앙에서 눈부실 만큼 화려하게 빛나 보는 이들을 매혹시켰다. 크리스털 배경 무대는 길이 18m, 높이 12m, 무게 270kg의 화려한 크리스털 커튼과 길이 4m, 높이 11.5m, 무게 600kg의 크리스털 타워로 이뤄졌다. 

    크리스털 타워에만 2만8000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동원됐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널로 이번 오스카는 그 어떤 행사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스와로브스키는 올해로 13년째 오스카 무대를 장식했다. 반면 셔우드가 오스카 세트 디자인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셔우드는 음악, TV, 영화, 실험적 작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오스카의 세트 디자인은 세계 최고 아티스트들을 기리는 영화제인 만큼 깊이 있고 다양하며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디자인은 할리우드의 화려함과 영화 제작의 예술성을 시각적으로 결합한 사이클론처럼 폭발적인 조각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스와로브스키와 함께했기에 그러한 비전을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그는 또한 “크리스털은 두근거리는 마법 같은 가능성의 느낌을 디자인에 불어넣어 이번 무대는 물론, 인간의 다양한 경험을 담아낸 올해의 영화들에 만화경 같은 신비로움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창립 125주년 맞은 스와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 매장 전경.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스와로브스키 매장 전경.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2020년은 스와로브스키가 125주년을 맞는 해다. 1895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스와로브스키는 창립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혁신적인 크리스털 절삭기를 발명해 설립했다. 세계 최대 크리스털 제조업체일 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선 최첨단 과학기술의 대명사로 우뚝 섰다. 

    가족 경영 형태를 지켜오는 스와로브스키는 현재 창립자의 5대손이 이끌고 있다. 자연계에 대한 다니엘 스와로브스키의 애정, 동료에 대한 존경이 성공신화의 밑거름이 됐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스와로브스키 운영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25주년을 맞은 올해도 스와로브스키는 사람과 지구를 먼저 생각하는 경영 방식인 ‘컨셔스 럭셔리’를 핵심에 두고 스와로브스키의 업사이클 크리스털(개선한다는 뜻의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e)’의 합성어로, 폐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의미),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조달한 원석,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 활용 등을 디자이너들과 함께 모색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다양한 활동과 행사를 통해 패션, 주얼리,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컬래버레이션(협업)과 프로젝트 활동으로 역사를 기리겠다는 계획이다.

    스와로브스키와 엔터테인먼트의 역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등장한 디올 광고(1956)(왼쪽).
스와로브스키 티아라로 장식한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1961).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등장한 디올 광고(1956)(왼쪽). 스와로브스키 티아라로 장식한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1961).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스와로브스키는 엔터테인먼트, 그중에서도 영화와 이미 오래전 인연을 맺었다. 스와로브스키는 88년 전 마를레네 디트리히 주연의 ‘금발의 비너스’에 처음 등장했다. 그때부터 오랜 기간 은막에서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볼 수 있었다. 

    영화‘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는 메릴린 먼로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장식하고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노래를 불렀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블랙 드레스에 시크한 스와로브스키 티아라로 장식한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최근까지 스와로브스키는 기념비적인 영화의 여러 순간을 장식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등장한 영화는 ‘로켓맨’ ‘보헤미안 랩소디’ ‘위대한 쇼맨’ ‘블랙 스완’ ‘위대한 개츠비’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영화뿐 아니라 스와로브스키는 이번처럼 오스카 무대 세트 디자인에도 13년째 참여해 매년 환상적이고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보는 이의 시선을 강탈하는 무대의상에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2020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2020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2020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2월 2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가수 샤키라(43)와 제니퍼 로페즈(51)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샤키라가 등장했다. 그는 댄스와 기타 연주 등 다양한 퍼포먼스와 함께 히트곡을 메들리로 들려줬다. 격렬한 춤과 함께 관중에게 몸을 맡기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좌중을 사로잡았다. 

    이어 제니퍼 로페즈는 열정적인 봉춤 퍼포먼스로 무대를 달궜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Let’s Get Loud’를 딸 엠메와 함께 불렀다. 샤키라와 제니퍼 로페즈는 2017년 레이디 가가 이후 3년 만에 슈퍼볼 메인무대를 장식한 여성 가수로, 이들의 무대는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역동적이면서 화려했는데, 그들의 무대의상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장식했다. 

    제니퍼 로페즈는 7만5000개 이상의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의상을 입었다. 의상은 베르사체(Versace) 맞춤제작이었다. 제니퍼 로페즈의 스타일리스트는 “스와로브스키는 언제나 제니퍼 로페즈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스와로브스키 125주년 컬렉션.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스와로브스키 125주년 컬렉션. [스와로브스키 홈페이지]

    스와로브스키는 브랜드 125주년을 맞아 주얼리, 액세서리, 크리스털 리빙 제품을 독보적인 블루컬러로 재해석한 125주년 기념 컬렉션을 온라인과 매장에서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바텐스에 위치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Swarovski Kristallwelten)에서는 올해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챔버 오브 원더(Chambers of Wonder)’가 문을 연다. 가을에는 스와로브스키의 화려한 빛 스토리를 전하는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으로 무대에 오른 ‘기생충’ 제작진(왼쪽).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스와로브스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으로 무대에 오른 ‘기생충’ 제작진(왼쪽).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 [스와로브스키]

    125년 역사의 스와로브스키를 이제 단순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만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패션, 디자인, 영화, 공연, 시상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살아 숨 쉬는, ‘세계를 좀 더 화려하게 빛내는 문화’라는 새로운 장르로 그 존재감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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