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3

2020.01.17

명품의 주인공

날렵한 쥐의 생존 본능, 골드바로 환생?

경자년에 만나 보는 행운을 부르는 동물 주얼리의 세계

  • 민은미 주얼리칼럼니스트

    mia.min1230@gmail.com

    입력2020-01-14 11:09:1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충도 중 '수박과 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초충도 중 '수박과 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경’은 흰색을 뜻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십간ㆍ十干)에서 ‘갑을’은 파랑, ‘병정’은 빨강, ‘무기’는 노랑으로, 각기 상징하는 색이 있다. 다음 ‘경신’의 색상이 흰색, ‘임계’가 검정색이다. ‘자’는 쥐를 뜻하니 경자년은 바로 ‘흰색 쥐’의 해이다. 

    쥐 하면 징그럽고 흉물스럽고 해로운 동물로 인식하고 있지만, 먼 옛날에는 대접이 달랐던 것 같다. 땅을 지키는 ‘십이지신’에 고양이를 제치고 들어간 것은 물론 당당히 그 첫 번째 자리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쥐가 어떻게 십이지신의 첫째자리를 호랑이나 토끼보다 먼저 차지했을까. 전래 설화에 따르면 신이 열두 동물들의 순서를 정하려 동물들에게 달리기 경주를 시켰고, 그 순서대로 동물의 순서를 정했는데 사실은 소가 특유의 근면성으로 지정된 곳에 1등으로 도착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쥐는 얄밉게 소의 뿔에 매달려 있다가 결승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설화를 보면 쥐는 미운 존재로 여기기도 했지만 십이지신 맨 앞에 넣었을 만큼 쥐의 장점도 인정했던 것이 분명하다. 장점이라면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 번식력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쥐의 번식력은 놀라울 정도다. 쥐는 생태적으로 언제나 임신이 가능해 한마리가 보통 1년에 5회, 한 번에 7~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그러니 매년 한 마리가 50마리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 되고, 그 50마리가 각각 1년에 50마리씩 낳는다고 가정하면 순식간에 2500마리로 불어나게 된다. 그래서 조상들은 쥐를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도 여겼고, 쥐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 쥐

    그래서인지 조선시대에는 쥐를 소재로 한 그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로 들에서 수박이나 무를 갉아먹는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되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신사임당(1504~1551)의 ‘수박과 쥐’를 꼽을 수 있다. ‘수박과 쥐’는 우리나라에서 초충도(草蟲圖, 풀과 벌레를 소재로 그린 그림)를 제일 잘 그렸다고 평가받고 있는 신사임당의 초충도 병풍 중 첫 번째 작품이다. 



    한국 화폐 오만원권에 등장하는 인물인 신사임당은 알려진대로 율곡 이이의 어머니다. 아들인 율곡 이이까지 오천원권 화폐에 나오고 있는데 모자가 화폐에 나란히 실린 것은 세계최초다. 그런 위대한 여류 예술가답게 신사임당은 ‘수박과 쥐’에서 쥐의 생태와 습성을 아래와 같이 사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먹음직한 수박 덩어리가 패랭이꽃이 만발한 밭 위에 있고, 넝쿨에는 작은 수박이 매달려 있다. 그 위로 나비가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수박을 정신없이 갉아먹는 생쥐들이 보인다. 생쥐 두 마리는 서로 마주하면서 수박을 먹는데 한껏 빠진 모습. 쥐들이 파먹은 수박의 빨간 속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림 속의 수박은 유난히 씨가 많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쥐를 한 쌍으로 그린 것도 아마 사랑과 다산,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이뿐 아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권 제9 혜공왕 5년조)에는 “치악현에서 8000여 마리나 됨직한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고 그 해 눈이 내리지 않는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자연의 이변이나 닥쳐올 위험을 예감하는 쥐의 능력을, 우리 조상들은 고대시절부터 관찰하고 있었던 셈이다. ‘쥐가 없는 배는 타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쥐는 신통한 능력을 갖고 있다. 쥐의 능력에 관한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설화나 전설을 통해 수없이 전해온다. 그 중 한 가지는 옛날 어느 부잣집에 쥐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하인들은 쥐를 잡으려고 사방에 덫을 놓았다. 주인은 살려고 태어난 짐승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며 쥐덫을 모두 치우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백 마리의 쥐가 서로 꼬리를 물고 집 밖으로 나갔고, 사람들 또한 그것을 보기 위해 집 밖을 나왔다. 그 순간 갑자기 집이 폭삭 무너졌다. 결국 쥐가 사람을 살린 것이다. 

    쥐를 재물, 다산,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한 것처럼, 인간과 동물은 떼어낼래야 뗄 수 없다. 특히 몸에 착용하는 주얼리의 세계에는 유독 동물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세계의 명품브랜드에 동물을 모티브로 한 것이 많고, 나아가 아예 브랜드의 상징이 된 동물도 있다. 물론 이중에는 경자년의 그 쥐도 있다.

    까르띠에, 팬더 컬렉션

    까르띠에, 팬더 컬렉션 [까르띠에]

    까르띠에, 팬더 컬렉션 [까르띠에]

    까르띠에의 역사를 지켜온 것이 ‘팬더 드 까르띠에’ 컬렉션이다. 팬더(표범)는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영물이다. 까르띠에에서 팬더는 1914년 탄생했다. 팬더가 까르띠에의 상징이 된 계기가 자못 흥미롭다. 

    까르띠에 창립자의 손자인 루이 까르띠에가 아프리카 여행 중 먹이를 찾아 헤매는 팬더의 모습에 매료된 뒤 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세상에 등장하게 됐다. 본래의 야생적 이미지의 팬더가 까르띠에를 만나면서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사랑스럽고,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도 때로는 장난스러운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니게 됐다.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불가리
]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불가리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브랜드인 불가리는 뱀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불가리는 이미 1940년대에 ‘스네이크 브레이슬릿(팔찌)-워치’를 선보인 이후로, 지혜ㆍ불멸과 장수를 상징하는 뱀에 대한 대담하면서 혁신적인 재해석을 통해 제품들을 선보여 왔고, 그것이 큰 성공을 거뒀다. 세르펜티란 이탈리아어로 뱀이다. 불가리는 독자적인 장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정교하게 뱀의 특징을 부각해냈다. 뱀이 지닌 파워와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마디 같은 개별 부속을 뱀의 비늘 모양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 재현했다. 

    세르펜티 컬렉션은 뱀이 또아리를 트는 동작과 강렬한 눈빛 등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뱀 특유의 미끈거리듯 반짝이는 광택마저도 흡사하다. 꿈틀거리는 뱀의 생명력을 주얼리에 부여하는 한편으로 뱀의 뛰어난 유연성을 더해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쉐론, 애니멀 컬렉션

    부쉐론, 애니멀 컬렉션 [부쉐론 홈페이지]

    부쉐론, 애니멀 컬렉션 [부쉐론 홈페이지]

    프랑스 브랜드 부쉐론은 1858년 설립 이래 동시대의 주얼러 중 최초로 방돔광장에 부티크를 오픈했다. 부쉐론 역시 다양한 동물을 모티브로 한 애니멀 컬렉션을 내놓고 있는데, 부쉐론의 동물 이야기는 1866년 오픈한 워크샵에서부터 시작됐다. 무려 150년 이상 동물 모티브를 진화시켜온 셈이다. 

    부쉐론의 제품을 보면 동화 속 친근한 동물이 모두 등장하는 듯 하다. 고슴도치, 여우, 매, 앵무새, 거북이, 벌새와 늑대, 북극곰, 백조…. 2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동물들로 구성된 부쉐론의 애니멀 컬렉션은 전통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골드 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동물의 털이나 눈은 강인함과 관능, 온유함과 파워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부쉐론 장인들이 만든 동물 모티브의 링과 네크리스, 브로치 또는 이어링을 착용했을때 나만의 수호신이 탄생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귀에 매달려 있든, 목에 두르고 있든, 손가락에 얹혀 있든, 동물 친구를 입양하면 동물을 동반자로 해서 자신의 스타일과 기질을 발산시킬 수 있다.

    주대복, 이어오브렛 컬렉션

    주대복, 이어오브렛 컬렉션 [주대복 홈페이지]

    주대복, 이어오브렛 컬렉션 [주대복 홈페이지]

    주대복(Chow Tai Fook)은 홍콩에 본사를 둔 주얼리 브랜드다. 샤넬, 루이비통, 까르띠에 같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에 비해서는 낯선 브랜드일 수 있지만 1929년 설립된 90년 역사의 브랜드다. 미국ㆍ중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대만 등 전 세계에 28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규모면에선 세계 최대 중 하나다. 

    경영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글로벌’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명품업체를 선정했다. ‘2019 명품 글로벌 파워’에서 주대복이 9위를 차지했다. 1위 프랑스 LVMH그룹, 2위 미국 에스티로더 그룹, 3위 스위스 리치몬트 그룹 등에 이어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10위안에 들었다. 

    주대복은 백금, 순금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 시계 컬렉션을 고가품에서 중저가 상품까지 폭넓게 출시해 고객층이 넓다. 주대복이 경자년을 맞이해 행운을 기원하는 ‘쥐띠 해 컬렉션(Year of Rat Collection)’을 출시했다. 주얼리, 장식물, 순금바 등 다양한 제품에 쥐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주대복의 컬렉션에 등장하는 쥐의 캐릭터는 다양하다. 한 팔찌에 등장하는 쥐는 ‘미키 마우스’ 또는 ‘톰과 제리’의 제리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모습이다. 주대복은 우리나라 면세점에 입점해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주대복과 손잡고 1월 3일부터 2월20일까지 내외국인 구매 고객에게 쥐의 모양이 새겨진 골드바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쥐띠 해 한정판 주얼리도 면세점에서 만날 수 있다. 

    카리스마 넘치면서 사랑스럽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팔색조 같은 매력을 자랑하며 강렬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팬더. 풍요ㆍ지혜ㆍ불멸과 장수를 상징하는 뱀. 재물ㆍ다산의 상징인 쥐. 고슴도치, 여우, 매, 앵무새, 거북이 등 실로 다양한 동물이 재해석된 모습으로 녹아 있는 것이 명품의 세계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