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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내년 1월 퀸의 첫 단독 내한공연을 기다리는 이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넘어 2014년 8월 첫 내한공연에 경탄했기에

내년 1월 퀸의 첫 단독 내한공연을 기다리는 이유

[사진 제공 · ⓒ현대카드]

[사진 제공 · ⓒ현대카드]

록 밴드 내한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후반 미국 크리스천 메탈 밴드 스트라이퍼가 그 시작이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많은 뮤지션이 한국을 찾았다. 과거에 명성을 날린 팀, 동시대 스타로 군림하는 팀 등 해를 거듭할수록 꿈에서만 그리던 팀들의 공연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어떤 공연이 최고였을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름에 비해 가장 흥행이 저조했던, 하지만 가장 기대 이상의 무대를 보여줬던 팀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퀸이다. 

퀸 내한공연이 내년 1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소식이 뜨자마자 ‘실검’에 올라 대중의 기대감을 느끼게 했다. 매체는 대부분 ‘첫 번째 단독 내한’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부는 ‘첫 번째 내한’이라고도 했다.


2014년 퀸의 첫 내한공연은 왜 묻혔나

[사진 제공 · ⓒ현대카드]

[사진 제공 · ⓒ현대카드]

분명히 틀린 말이지만 그 나름 이해가 되기도 한다. 2014년 8월 열린 퀸의 진짜 첫 번째 내한이 별 화제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밴드 가운데 하나인 퀸이 한국에 왔는데 왜 그리 시큰둥했던 걸까. 그 후 열린 폴 매카트니와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예매 오픈과 동시에 잠실주경기장을 꽉 채웠던 걸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기획과 홍보 역량이 현저히 부족했다. 당시는 여름 록페스티벌의 거품이 최고조에 오른 때였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5개 안팎의 록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렸다. 주최 측에서는 늘 5만~10만 관객이 왔다는 보도자료를 뿌리곤 했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 중 이 수치를 믿는 이는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질적인 유료 티켓 판매량은 5만 명 안팎인 게 현실인 상황에서 이 짧은 기간 5개의 록페스티벌을 모두 보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이 거품의 시기에 퀸이 찾은 ‘서머 브리즈’는 가장 후발주자였다. 도심형 페스티벌을 기치로 내세웠던 이 페스티벌은 2013년 처음 열렸다. 조용필과 영국 밴드 뉴 오더가 헤드라이너였음에도 생각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용필 공연 때만 조용필 단독 콘서트에 빼놓지 않고 오는 이들로 꽉 찼고, 다른 뮤지션의 공연은 썰렁했던 게 사실이다. 



상황은 이듬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틀에서 하루로 축소됐고 퀸 이외에 몇몇 해외 뮤지션이 라인업을 채웠다. 사실상 ‘퀸과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였다. 홍보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짧은 뉴스 말고는 이렇다 할 보도도 없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퀸의 이름값이 있지 않느냐고? 그때의 퀸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지금의 퀸이 아니었다. 

두 번째 이유다. 음악 페스티벌의 주 고객은 20, 30대 초반의 음악팬이다. 그들의 지갑을 열고 시간을 빼게 하는 뮤지션은 ‘한때 잘나갔던’ 팀이 아니다. 지금 음악계에서 핫한 팀이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그때의 퀸은 핫하지 않았다. 부모 세대의 뮤지션이었다. 그렇다면 퀸을 듣고 자란 세대를 움직여야 하는데, 여기에는 치명적 요소가 있었다. 바로 프레디 머큐리의 부재다. 

다른 나라도 대체로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밴드는 곧 보컬’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퀸도 마찬가지여서 브라이언 메이, 존 디컨, 로저 테일러 등 다른 멤버에 비해 프레디 머큐리의 인기와 인지도가 압도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퀸이 온다? 그런데 보컬이 머큐리가 아니다? 이건 안 그래도 좀처럼 공연장을 가지 않는 세대에게 지갑을 열지 않을 너무나 좋은 명분이었던 것이다. 

이런 마음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았던 사람들에게도 역시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보컬을 맡은 애덤 램버트에 대한 막연한 불신 같은 게 있었던 것이다.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젊은 가수가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직접 공연을 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부정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덤 램버트의 발견과 동시대적 편곡

2014년 내한공연 당시의 퀸과 애덤 램버트(오른쪽). [뉴시스]

2014년 내한공연 당시의 퀸과 애덤 램버트(오른쪽). [뉴시스]

그날 공연장에서는 애덤 램버트의 팬, 퀸의 열혈 팬으로 관객이 나뉘어 있었고 후자의 경우 “램버트가 대체 누구냐”는 말을 주고받으며 앞선 팀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오후 8시 반, 퀸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두 시간 동안 공연했는데, 앞서의 선입견이 사라지는 데는 몇 곡도 필요 없었다. 

애덤 램버트는 게이라는 점 외에도 프레디 머큐리와 많은 것을 공유했다. 머큐리의 목소리를 모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퀸의 보컬 멜로디가 가진 음역대를 자신만의 창법으로 소화해냈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발산하는 에너지 또한 퀸의 전설적 공연 실황인 ‘라이브 앳 웸블리스타디움’에서 본 것에 밀리지 않았다. 

무대 옆에서 그 젊은 청년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는 왜 퀸 공연이 그렇게 대단했는지를 고스란히 입증했다. 그 역시 전성기 시절의 사운드를 그대로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장비의 발전과 트렌드 변화에 맞춰 동시대적이면서도 멋진 편곡으로 자신들의 밴드를 과거에서 현재로 시제 일치시켰다. 마치 베스트 앨범인 ‘Greatest Hits’를 그대로 플레이하는 듯한 세트리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떼창을 이끌어냈다. 따라 부를 수 없는 유일한 곡은 브라이언 메이가 우주를 주제로 만든 연주곡 하나뿐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 아래 펼쳐진 퀸 공연. [뉴시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 아래 펼쳐진 퀸 공연. [뉴시스]

약 5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공연을 자세히 묘사할 수 있는 까닭은 그만큼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관록과 동시대성을 모두 보여준 공연이었다.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현 세대와 소통할 수 있을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또한 실현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세계적 흥행에는 제작진으로 참여한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그런 고민을 공연뿐 아니라 영화에도 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들의 두 번째 내한이자, 첫 단독 공연이기도 한 2020년 고척스카이돔 공연은 많은 면에서 5년 전과 다를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덕분에 부모 세대의 밴드가 아닌 모두가 좋아하는 밴드가 됐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불 보듯 뻔하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함께 공연장을 찾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5년 전과는 비교불가할 정도로 많은 관객 앞에서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 애덤 램버트는 5년 전과 같은 멋진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 공연에서도 그랬고, 영화에서도 그랬듯 ‘Love Of My life’는 무대 영상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될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와 관객의 아름다운 합창으로 채워질 테다. 2014년 8월의 아쉬움이 그렇게, 2020년 1월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다.






주간동아 2019.05.31 1191호 (p72~74)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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