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2

2023.06.02

버블 붕괴 후 33년 만에 최고치 찍은 일본 증시

닛케이225 지수 3만808.35 마감… 경제성장률 상승·엔화 약세·초완화적 통화정책 삼박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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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6-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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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뉴시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일본 증시가 뜨겁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지수는 5월 19일 3만808.35로 마감하며 1990년 8월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또 5월 29일 52주 최고인 3만1560.43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대표 대형주 225개 종목으로 구성된 닛케이225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상승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반영하는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30여 년 만에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는 5월 둘째 주까지 7주 연속 이어지면서 순매수 규모가 3조 엔(약 28조4000억 원)에 육박했다. 5월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월 초부터 5월 셋째 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약 5조6000억 엔(약 53조 원)어치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일학개미)의 일본 주식 보관 금액은 5월 29일 기준 29억5889만 달러(약 3조900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26억1109만 달러(약 3조4400억 원)와 비교하면 약 4625억 원 증가했다.

    일본으로 투자자 시선 모은 버핏 효과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될 만큼 장기불황 늪에 빠졌던 일본 증시가 급등한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버핏 효과’다. 4월 중순 일본을 방문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7.4%까지 늘렸다”고 발표했다. 2020년 8월 공시를 통해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밝힌 이토추상사·미쓰비시상사·마루베니·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 지분을 더 높였다고 공개한 것이다. 또 버핏은 5월 초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일본이 대만보다 좋은 투자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최근 일본 증시의 급등을 설명할 수는 없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버핏의 발언이 투자자의 시선을 일본 증시로 이끈 측면은 있지만, 그것보다는 시장 기대를 상회한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 엔화 약세, 일본 중앙은행(BOJ)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등이 맞물려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4% 성장하며 시장 기대치인 0.2%를 상회했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승세를 이끌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환산 성장률은 1.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3개 분기만이다. SMBC닛코증권이 5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주요 상장기업의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순이익은 과거 역대 최대였던 2021년 34조 엔(약 321조87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5월 31일 기준 139엔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150엔대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BOJ의 초완화적인 통화정책도 일본 증시 활황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전임 총재의 돈 풀기 정책인 10년물 장기국채 금리를 거의 0%로 묶어두는 수익률곡선통제(YCC)와 기준금리 -0.1%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이 선순환 사이클 형성 기반

    오랫동안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시달리던 일본이 41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4.1%)을 기록한 점을 일본 증시 활황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악재로 작용하지만 만성적인 물가하락에 시달리던 일본에는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 실적도 함께 올라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일본으로 몰려가는 모습이 감지된다. 중국 증시는 차이나 리스크와 함께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 정보를 해외에 차단하는 등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과 친화적인 일본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 흐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지영 연구원은 “현재 많은 국가가 기업 이익이 좋지 않은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어 어느 정도 기대를 안고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문남중 연구원은 “8월 15일 발표될 2분기 GDP를 통해 1분기 GDP 호조로 확인된 경제성장의 연속성과 BOJ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전제돼야 하반기에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BOJ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4월 BOJ 통화정책 회의에서 “섣부른 긴축이 물가 목표치 달성에 부정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규모 금융 완화에 따른 부작용 검증에 착수한다”고 밝힌 만큼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해석이다.

    투자와 관련해서도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한지영 연구원은 “일본 증시를 일정 부분 편입해서 가는 것도 괜찮다”면서 닛케이225나 토픽스 지수 추종 투자를 추천한 반면, 문남중 연구원은 “일본 증시 강세가 연속성을 띠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앞서 전제한 불안 요인들이 해결된 후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5월 일학개미 순매수 1위는 일본 반도체 ETF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주식 종목은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X 일본 반도체 ETF’,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 ‘넥스트 펀드 나스닥 100 ETF(환노출)’, 스포츠 용품 기업 아식스, 모터 제조사 니덱, 신에츠화학공업, 미쓰비시상사, 반도체 전자부품 제조업체 롬, 이토추상사, 야스카와전기 등이다(표1 참조). 그중 ‘글로벌X 일본 반도체 ETF’,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는 엔화 약세를 이용한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노린 상품이다.

    국내에 상장된 일본 투자 ETF를 통해 일본 증시 호황의 수혜를 누리는 방법도 있다. 5월 30~ 31일 기준 토픽스 지수를 2배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TOPIX레버리지(H)’가 한 달 수익률 13.07%를 기록한 것을 필두로 ‘ACE 일본Nikkei225(H)’ 9.8%, ‘TIGER 일본TOPIX(합성H)’ 6.25%, ‘TIGER 일본니케이225’ 5.73%, ‘KODEX 일본TOPIX100’ 0.9%를 기록했다(표2 참조). 반면 유일하게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ACE 일본TOPIX인버스(합성H)’는 -6.1%로 손실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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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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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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