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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다 뽑은 재건축 규제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안전진단 문턱 낮춰… 서울 목동·상계동 재건축 활성화될 듯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대못 다 뽑은 재건축 규제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아파트. [동아DB]

서울 양천구 목동 6단지 아파트. [동아DB]

“서울 등 대도시 재건축의 발목을 잡던 대못은 다 뽑혔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12월 8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첫 반응이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발표로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3대 대못’으로 꼽히던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도 크게 낮아졌다. 정부는 6월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이 최대 4%까지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어 9월에는 재건축부담금 면제 기준을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도 마련했다. 이런 조치들로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고금리 기조에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어 부동산시장 활성화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은 크게 5가지다. 우선 안전진단의 평가항목별 배점 비중이 달라진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은 구조안정성,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비용편익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평가항목 배점 재조정의 핵심은 재건축 첫 단추인 안전진단 통과에서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크게 낮추는 것이다.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이 전체의 50%에서 30%로 줄어드는 대신 주차 공간 부족, 층간 소음 같은 주거환경 비중이 15%에서 30%로, 배관 등 설비노후도가 25%에서 30%로 각각 높아졌다. 반면 비용편익은 10%를 유지했다. 정부는 개선안이 적용되면 구조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 대수가 부족하거나 층간 소음이 심한 단지, 난방·급수 등 배관이 노후화된 단지 등 생활환경이 나쁜 경우 재건축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조안전성 항목은 골조 노후도를, 주거환경은 주차 대수와 생활환경, 일조환경, 층간 소음, 에너지 효율성을 평가하고, 설비노후도는 난방·급수·배수 등 기계설비와 전기소방설비 등을 평가한다.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 낮아져

지난 ‘8·16대책’에서 도입을 예고했던 구조안전성 등의 배점을 ±5~10%p 범위에서 조정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재량권제는 없던 일이 됐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기자들에게 “지자체 의견 수렴 결과 재량권 사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아 당초 30∼40%로 계획했던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일률적으로 30%로 통일하고, 배점 상하향 권한은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한 ‘조건부 재건축’ 범위는 축소되고 ‘재건축’ 허용 대상은 확대된다. 현재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주거환경 등 4개 평가항목별로 점수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에 따라 △30점 미만은 ‘재건축’ △30∼55점 이하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재건축 불가)로 분류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조건부 재건축 판정 점수를 45∼55점으로 축소하고, 재건축 판정 점수를 종전 30점에서 45점으로 높여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을 허용키로 했다. 조건부 재건축의 까다로운 진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규정에서는 민간이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에서 대부분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진 뒤, 2차 안전진단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재건축 불허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월부터 현 기준을 적용하면서 안전진단을 끝낸 46곳 가운데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한 곳도 없었다.



세 번째는 현재 의무화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폐지된다. 그 대신 지자체가 1차 안전진단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청하면 적정성 검토를 한다. 또 적정성 검토 대상도 1차 안전진단 내용 전체가 아니라 미흡한 부분으로 제한된다. 이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2차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투입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적정성 검토에 통상 7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민간이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3~6개월)보다 긴 시간이다. 비용도 1500채 규모 아파트 기준으로 1차 안전진단에 2억6000만 원이 투입되는데 적정성 검토에만 1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지난 정부가 집값 상승을 이유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적잖았다는 점도 이번 합리화 방안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의 경우 1∼14단지 가운데 현재까지 2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는 6단지 한 곳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 적정성 검토 대상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실상 폐기 또는 무력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 번째는 안전진단 내실화다.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지 않고 민간진단기관의 책임하에 안전진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관련 교육과 컨설팅, 실태 점검 등을 병행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이 민간진단기관을 대상으로 분기별 정기교육을 실시하게 할 예정이다. 또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 안전진단 실시 전 공공기관이 지자체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수행계획서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정기적으로 합동 실태 점검 등을 진행하고, 부실이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 등 처벌과 함께 영업정지 같은 제재도 가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재건축 시기 조정제도가 도입된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 단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 이후 시장 상황과 지역의 주택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정비구역 지정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 불안이나 전월세난 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을 1년 단위로 조정하고, 종합적이고 광역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면 국토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정비구역 지정권자(시군구청장)에게 정비구역 지정 시기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에 개선안 담기로

정부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최근 집값이 급락하고 시장 경착륙 우려까지 커진 탓이다. 이를 위해 발표 시기를 이달 초로 앞당기고, 시행도 내년 1월로 못 박았다. 또 개선안이 1기 신도시 정비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이번 개선 방안의 적용 효과 등을 검토해 필요 시 내년 2월 발의 예정인 1기 신도시 특별법에 추가적으로 제도 개선안을 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개선안을 현재 안전진단을 받고 있는 단지에도 소급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정상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해 공공기관 적정성 의무 검토 대상이지만 아직 적성성 검토를 끝내지 못한 단지도 개정된 규정을 적용받는다. 즉 개정된 평가항목별 배점 비중과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적용해 ‘재건축’과 ‘조건부 재건축’을 다시 판정받고,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면 지자체의 기본사항 검토를 받는 식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현행 기준에 따르면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이 이뤄진 단지 46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25곳은 ‘유지보수’여서 재건축이 어렵고, 21곳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개선된 기준을 따를 경우에는 ‘유지보수’는 11곳으로 크게 줄고 대신 ‘조건부 재건축’이 23곳, ‘재건축’이 12곳으로 각각 늘어난다. 특히 ‘유지보수’에서 ‘조건부 재건축’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 단지는 서울 4곳 등 모두 14곳이다. 이들 단지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려면 안전진단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다만 이번 개선안으로 2차 안전진단 의무가 사라져 기간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권 주택토지실장도 “2018년 2월 적정성 검토가 없을 때 안전진단에 소요된 기간이 6~7개월이었다”며 “마지막 지자체 확인 절차가 2~4주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앞서 적정성 검토까지 포함됐던 기간(1년 이상)보다는 짧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들이 시행되면 서울을 중심으로 주춤했던 아파트 재건축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의 경우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나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웠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아파트가 30여만 채에 달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의 층고 규제 해제 및 신통기획 본격 추진과 맞물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기존에는 구조안전성 비중이 50%로 크게 높아 40년 넘은 노후 아파트 단지조차 그 허들을 넘기가 어려웠다”며 “재건축을 기다리던 노후 단지들이 이번 기회로 속도감을 높여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침체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의 기대감으로 일부 호가 인상 또는 급매물 회수 등이 나타나면서 집값 추가 하락을 다소 줄이는 완충 역할이나 연착륙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예상된다”면서도 “고금리 태풍에 집값 추가 하락 우려로 매수 심리가 바닥권이라서 시장 반전은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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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8호 (p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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