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7

2022.09.23

스텔스 소형 대함미사일 열풍… 한국도 도입·개발 나서야

호위함·전투기 탑재 가능한 노르웨이 NSM 주목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2-09-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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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스텔스 대함미사일 NSM . [사진 제공 · 콩스버그]

    노르웨이 스텔스 대함미사일 NSM . [사진 제공 · 콩스버그]

    19세기 말부터 바다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전장이었다. 세계 주요 국가는 적보다 더 먼 거리에서, 더 강력한 위력의 포탄으로 상대 군함을 파괴하고자 거대한 함포를 장착한 거함(巨艦)들을 탄생시켰다. 거함은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거포(巨砲)를 싣기 위해 더 거대해져갔다. 현대 전함의 시초인 영국 드레드노트급 전함은 만재배수량 2만1000t급 덩치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거함거포 시대가 막을 내린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엔 7만2000t 넘는 초대형 전함이 등장할 정도로 20세기 초 바다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치열했다.

    대함미사일 시대 연 ‘에일라트 쇼크’

    옛 소련의 코마급 고속정. [위키피디아]

    옛 소련의 코마급 고속정.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바다에서 벌어진 항공기와 대공포의 싸움은 1950년대 중반 미사일 기술 발전에 따라 항공기와 미사일의 대결이 됐다. 1967년 이른바 ‘에일라트 쇼크(Eilat shock)’는 대결 양상을 ‘미사일 대 미사일’로 바꿨다. 당시 이스라엘 해군의 2500t급 구축함 에일라트가 이집트 해군의 코마급 미사일 고속정(80t급)이 쏜 스틱스 함대함미사일에 맞아 격침됐다. 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미국과 서방세계는 함대공미사일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동시에 발사된 적 대함미사일로부터 함대를 지키고자 고성능 방공체계, 이른바 이지스(Aegis) 시스템을 개발해 배치했다.

    이지스 시스템을 처음 탑재한 미국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뉴시스]

    이지스 시스템을 처음 탑재한 미국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뉴시스]

    1980년 세계 최초 이지스 시스템 탑재 전투함인 미 해군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이 등장했다. 미 이지스함은 등장과 동시에 그야말로 이슈를 몰고 왔다. 본래 레이더는 전파를 쏘고 그 반사파를 수신하는 안테나가 하나의 면(面)에 달린 게 기본 형태다. 360도 모든 방향을 감시하려면 계속 회전해야 한다. 반면 타이콘데로가에 탑재된 AN/SPY-1은 종래의 회전식 모델과는 전혀 다른 4면 고정식 위상배열레이더다. 위상배열레이더는 일반 기계식 레이더의 전파 송수신장치를 모듈로 만들어 거대한 레이더 면에 수백 개씩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회전하는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전파를 쏘고 받을 수 있기에 사각지대 없는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다만 이런 유형의 레이더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4면의 레이더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므로 슈퍼컴퓨터에 가까운 연산 장치도 필요하다. 획득비는 물론, 유지비가 기존 전투함보다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이지스 시스템은 그 이름처럼 ‘신의 방패’로 불리며 미국과 일본, 스페인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운용됐다. 오랫동안 어떤 대함 공격 수단으로도 뚫을 수 없는 최강 무기체계로 인식됐다.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방패가 절대 우위를 점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은 방패 우위 시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초기 이지스 시스템에 적용된 것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며 저렴한 반도체 소자로 더 강력한 레이더 제작이 가능해졌다. 레이더가 수집한 데이터를 좀 더 빠르고 정확히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도 등장했다. 본래 극히 일부 국가의 전유물이던 4면 고정 방식 위상배열레이더가 일반화되면서 중소국가들도 이지스함을 손에 넣게 됐다.

    이지스 시스템 뚫는 소련 ‘괴물 미사일’

    너도나도 강력한 방패를 갖게 되자 세계 각국은 방공시스템을 뚫을 수 있는 창을 찾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대함미사일로는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를 중심으로 한 방공시스템을 뚫기 어려웠다. 하푼 같은 기존 아음속 대함미사일도 성능이 향상되긴 했다. 해수면 가깝게 붙어 표적에 접근하는 시 스키밍(sea-skimming) 비행 기능, 여러 발의 미사일을 시간차 발사 후 각기 다른 경로로 비행하는 기능 등이 추가된 것이다. 다만 주요 국가는 단순 개량을 넘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신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온 신무기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이다. 유럽 각국은 과거 소련이 미국 이지스 시스템을 뚫기 위해 고안한 방안에 주목했다. 400~600㎞ 거리에서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다량 발사하는 전술이었다. 소련은 미국의 이지스 시스템이 등장한 직후 함대 방공시스템을 뚫고자 600㎞ 밖에서 발사하는 마하(음속) 3급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P-700 그라니트를 개발했다. 이 미사일은 긴 사거리와 빠른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덩치가 상당히 커졌다. 기존 소련 대함미사일 P-15 테르미트, P-120 말라히트는 6~8m 길이에 발사 중량도 3t 안팎에 불과했다. P-700은 길이 10m에 직경 85㎝, 발사중량 7t에 달하는 괴물과 같은 체급을 지녔다.

    처음 등장했을 때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4면 위상배열레이더 관련 소프트웨어가 점차 발전하면서 그 위력은 점점 줄어들었다. 조사면이 회전할 때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종래의 레이더나 데이터 연산 능력이 떨어지는 초기 이지스 전투함에 초음속 대함 미사일은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점차 위상배열레이더가 보편화되고 소프트웨어 성능도 향상되면서 기존 아음속 대함미사일의 2~3배 이상 속도로 접근하는 비행체에 대한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방어하는 입장에서 P-700 같은 대형 미사일은 큰 덩치와 램제트 엔진의 고열 때문에 레이더 반사 면적과 적외선 방출량이 큰 손쉬운 탐지 대상이었다. 적절한 장거리 대공미사일만 있으면 어렵잖게 요격할 수 있는 표적이 돼버린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에 매달린 유럽과 일본이 2000년대 들어 관련 사업을 연이어 접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유럽은 프랑스 주도의 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 프로젝트 ANF를, 일본은 ASM-3 사업을 중단했다. 미국 역시 초음속 대함미사일 대신 스텔스 대함미사일 LRASM과 NSM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조정했다.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과제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진 제공 · 국방부]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 [사진 제공 · 국방부]

    한국은 러시아의 P-800 오닉스(Onyx)를 기반으로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이 미사일의 원형인 P-800은 길이 8.9m, 직경 70㎝에 발사중량 7t에 달하는 대형 미사일이다.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사거리를 좁히는 대신 길이와 직경을 각각 6m와 533㎜ 이하로, 발사중량을 1.5t 이하로 줄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대함미사일보다 크고 무거워 다양한 플랫폼에서 투발할 수 없다는 게 큰 약점이다. 이 미사일을 운용하려면 Mk.41 스트라이크 모듈(7.7m)에 필적하는 KVLS나 이보다 큰 KVLS-II(9.8m) 규격의 수직발사관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전투함이 필요하다. 무게 역시 기존 항공 폭탄 가운데 가장 무거운 타우러스 KEPD 350 미사일(1.4t) 이상이라 F-15K 말고 다른 플랫폼에선 운용이 불가능하다. 한국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노르웨이의 소형 스텔스 대함미사일 NSM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NSM은 길이 3.95m, 발사중량 410㎏에 불과한 소형 미사일이다. 워낙 가벼워 소형 미사일 고속정은 물론, 전투기와 헬기에도 탑재 가능하다. F-35A/C 버전의 내부 무장창 탑재용 표준 공대함미사일로 채택돼 블록 4 버전부터 운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고고도 비행 시 550㎞, 저고도 비행은 180㎞에 달한다. 스텔스 설계와 파고 적응형 시 스키밍, 적외선 유도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현존 함대 방공시스템으로는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미사일로 평가된다.

    NSM은 스텔스 설계가 도입된 외형으로 레이더 반사를 최소화하고 파도 높이에 맞춰 비행 고도를 조정한다. 마치 파도와 파도 사이에 숨어 날아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파도는 끝없이 움직이며 적 레이더를 교란하는 클러터(clutter)를 만들어낸다. 이 클러터 속에 숨어 비행하는 NSM은 전파를 방사하지 않고 적외선 신호만으로 표적을 찾아 돌입한다. 종말 단계에서 자체 능동레이더를 가동해 위치가 노출되는 보통 대함미사일과 달리 어지간한 대공 레이더나 전자전 시스템으로는 탐지해 대응하기가 어렵다. 탄두중량은 하푼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열영상 시커로 표적을 확인해 전투정보실이나 기관실 등 약점을 찾아 타격하기에 위력이 크다. 이런 장점 때문에 개발국인 노르웨이는 물론, 미국과 폴란드가 NSM 대량 도입에 나섰다. 호주, 독일, 캐나다, 루마니아, 스페인, 말레이시아, 일본도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영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네덜란드는 도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공군도 강력한 대함 능력 갖춰야

    한국은 3면이 바다인 해양 국가다. 세계 최정상급 해군력을 보유한 나라들을 이웃으로 둔 탓에 해군은 물론, 공군도 강력한 대함 타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물론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이라는 우수한 무기체계를 최근 개발했지만 호위함급 이하 소형 전투함들과 해상초계기, 공군 전투기엔 탑재가 불가능하다. NSM 같은 소형 대함미사일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 현재 진행 중인 F-35A 블록 4 성능 개량 사업을 통해 NSM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KF-21과 KF-16, FA-50 등 전술기에 NSM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노후화된 미사일 고속함용 해성 미사일을 NSM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기술도입 생산이나 동종 무기체계 자체 개발도 추진해야 한다. 도입 규모를 키워 현재 진행 중인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의 오프셋(offset) 조건으로 노르웨이 측에 제안하는 아이디어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서방 자유 진영 국가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스텔스 대함미사일 열풍이 불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한국도 도입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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