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3

2022.08.19

이준석 대신 유승민? 윤핵관과 2차전 치를까

[이종훈의 政說] 유승민, 당대표 여론조사서 1위… 당심-민심 괴리가 최대 변수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8-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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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동아DB]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동아DB]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1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8월 6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23.0%를 기록했다(이하 여론조사들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8월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 전 의원은 21.4%로 1위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자료 | 코리아리서치]

    [자료 | 코리아리서치]

    윤핵관 비호감도 업고 인기 상승

    왜 유 전 의원이 뜨는 것일까. 첫째, 이준석 전 대표의 대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 갈등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대 이준석 구도’로 진행 중이다. 윤핵관이 8월 16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력화한 가운데 양측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확보하려고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차기 전당대회가 본인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만료 이후 열려 대표 경선에 직접 재도전할 수 있기를 바랄 테지만, 윤핵관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누구라도 유 전 의원을 대안으로 떠올릴 만한 상황이다.

    둘째, 이준석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기소가 이뤄진다면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이 전 대표는 ‘출당’ 같은 추가 중징계를 받을 확률이 높다.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재선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더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이 전 대표는 재임 기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반면 윤핵관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국면도 적잖게 연출했다. 당연히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정치 경험이 많은 유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에 비해 그런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셋째,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코리아리서치의 앞선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위기에 대해 누가 책임이 크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윤핵관’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5.5%, 윤 대통령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8.6%였다. 이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이 전 대표를 무리하게 몰아낸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이 앞선다. 여러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윤핵관의 성적표는 저조하다.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그들 중 차기 당권을 쥘 인물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윤핵관에게 희망적인 부분은 그나마 자신들과 가까운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지지가 비교적 높게 나오는 점이다. 코리아리서치의 앞선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응답 결과만 놓고 보면 안 의원이 24.3%로 1위, 나 전 의원이 15.8%로 2위, 이 전 대표가 13.7%로 3위, 유 전 의원이 8.1%로 4위를 기록했다. 윤핵관은 두 사람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른바 ‘간장 연대(안철수+장제원)’ 같은 것이다.



    유 전 의원에 대한 ‘당심’이 ‘민심’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다수는 여전히 유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변화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대표의 탄생’이 그 단초다.

    ‘배신자 프레임’이 변수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경선 당시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나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도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일부조차 이 전 대표를 지지한 이유는 명백하다.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 국민의힘은 이른바 ‘탄핵의 강’을 반쯤 건넜다.

    당내 조직 기반이 없고 심지어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기여한 정치 초보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 대선 후보로 올린 것 역시 탄핵의 강을 건너는 과정이었다. 유 전 의원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는 국민의힘이 아직 탄핵의 강을 온전히 건너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 강을 건너야 비로소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사라질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조차 윤핵관의 차기 대표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그들이 탄핵의 강 저편으로 되돌아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고질적인 계파정치의 고리를 끊고자 했다. 이를 끊어내야 변화가 가능하고 살길이 열린다고 판단해서다. 윤핵관이 놓치고 있는 점은 바로 이런 흐름이다. 계파정치로 회귀한다면 민심은 더 떠날 수밖에 없다.

    유 전 의원이 뜨자 윤핵관을 중심으로 ‘역선택’ 결과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힘의 몰락을 바라는 진보 지지층이 일부러 유 전 의원을 민다는 주장이다. 역선택 논란에도 국민의힘은 20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100% 여론조사 경선을 치렀고 본선에서 압승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100% 여론조사 경선을 치른 결과 본선에서 승리한 곳이 적잖았다. 민심을 더 받들어야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은 이제 거의 정설이다. 유승민을 허할 것인가. 국민의힘 당심이 심판대에 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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