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2

2022.08.12

윤지호 센터장 “제로 칼로리·폴더블폰·LNG선 관련 기업 주목할 필요”

“삼성전자·현대차 상황 극명히 갈린다지만 주가 부진한 기업 버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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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8-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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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해윤 기자]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해윤 기자]

    “7월 초 형성된 저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바닥을 잡지 않을까요.”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8월 8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진행한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내놓은 시장 전망이다. 하반기 기업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윤 센터장은 “중요한 것은 실적 악화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 상황이 실적 악화 초입 단계인지 아닌지 여부가 투자에서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부터 내리자면 많이 진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해운 부문 지위 약해질 것”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LNG선 ‘프리즘 어질리티 (Prism Agility)’. [뉴스1]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LNG선 ‘프리즘 어질리티 (Prism Agility)’. [뉴스1]

    윤 센터장은 고유가 등으로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지금이야말로 투자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외국인은 내년 초가 되면 (무역적자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 전망해 그 전부터 (한국 주식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마진이 확보되는 기업 위주로 매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또한 “자동차 산업, 조선 산업, 음식료·IT(정보기술) 산업 내에서도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 산업에서는 폴더블폰 관련 기업, 식음료 기업 중에서는 제로 칼로리 기업, 조선업종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선 관련 기업을 우선 검토하는 식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혜를 입은 에너지 부문과 해운 부문은 과거에 비해 지위가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윤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2분기 실적 시즌이다.

    “시장에 ‘인플레이션 우려는 좀 진정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돼도 결국 경기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이번 실적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2분기 실적 자체는 괜찮게 나오고 있다. 한국은 환율 효과 때문에 실적이 좋게 나온 부분도 있다.”



    7월 초가 사실상 바닥이었다고 보나.

    “트레일링 PBR(후행 주가순자산비율)가 0.9배 정도까지 떨어졌다. 과거에 비춰보면 시스템적 위기 수준에 해당한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처럼 기업들이 망하거나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기관이 문을 닫을 때, 코로나19 등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를 제외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구간이다. 워런 버핏도 ‘비관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비관론이 가져오는 가격 밸류에이션의 매력을 좋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투자 적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S&P500 지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7월 첫째 주까지 미국 150여 개 기업이 실적 발표를 했다. 상당히 많은 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그렇지 못했다. 상당히 매력적인 움직임인데, 시장의 성격도 알려준다. 실적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주당순이익(EPS)이 좋아지는 장으로, 아직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 다른 하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회복되는 장이다. 증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얘기와 동일하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이 최우선 투자 대상인데, 해당 기업과 관련한 모멘텀에 따라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건설주 매력적인 구간”

    한국 시장을 예로 들면 어떨까.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두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두 기업의 상황이 극명히 갈린다. 현대차는 실적 발표 뒤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공급망 이슈 완화 등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반도체는 반대다. 내년까지 전망이 매우 안 좋다. 다만 묻고 싶은 지점이 있다. 좋은 기업이 더 좋아지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가가 부진한 기업은 버려야 할까.”

    윤 센터장은 두 기업 모두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진단한다. 후자의 경우 오히려 주식을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의 경우도 자동차 산업 전망이 좋지 않을 때 미리 사놓는 사람이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건설업 역시 반도체 산업과 사정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서는 20대 대선 이후 여러 부동산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관련 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건설주의 PBR가 0.2~0.4로 낮다. 분양가 상한제 등 기존 정책들이 완화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비용이 증가한 측면 역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금 당장은 매력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투자자 시각에서 볼 때는 매력적인 구간이기도 하다.”

    “나쁜 섹터가 없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반대로 보자면 상황이 좋아진 섹터도 거의 없다. 기업 실적은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했느냐다. 에너지 업종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해도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나. (가치 대비) 가격이 싼 주식이 최우선이고, 덧붙여 마진 개선이 가능한지도 살펴야 한다. 사람들은 선명한 것을 원한다. 하지만 좋다, 나쁘다가 명확히 드러나는 순간에는 투자 기회가 없다. 어렴풋하고 희미하게 (미래가) 보여 불안할 때 투자 기회가 온다. 좋아질 여지와 위험 가능성이 동시에 있을 때다.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주식을 들고 좀 더 기다려도 된다. 내 차례가 언제 오느냐의 문제다.”

    “LNG선 관련 기업 찾아야”

    식음료 기업들은 실적과 전망에 비해 주가가 부진하다.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적어서 그럴 것이다. 식음료 기업의 경우 판매가격을 많이 올렸다. 원가가 내려오는 상태라서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 최근 컨센서스가 좋아지는 업종을 굳이 뽑자면 자동차 산업과 식음료 산업이다. 그다음 헬스케어 산업이 있다. 다만 상황이 급격히 좋아진다기보다 개선되는 수준이라서 주가가 생각보다 탄력적이지 않다. 주가가 안 좋을 때 매수하고 기다려야지, 상승 국면에서 쫓아가려는 습관을 가져선 안 된다.”

    “숲이 아닌 나무를 볼 때”라고 강조해왔다. 관련 기업 내에서도 상황이 상이할 것 같다.

    “식음료 기업이라고 모두 전망이 좋을까. 중국 위주로 매출을 올렸던 식음료 기업은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MZ세대가 좋아하는 제로 칼로리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젊은 세대는 ‘제로 시리즈’ 음료를 좋아한다. 관련 기업은 주춤하는 와중에도 매출 성적이 괜찮게 나올 수 있다. 결국 새롭게 매출 성장이 나오는 곳이 어디냐를 찾아야 한다. IT 기업 중에서는 폴더블폰 관련 기업에서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추세다. 조선업에서도 현대미포조선이 치고 올라오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조선업의 핵심 이슈는 무엇일까.

    “유럽이 계속 가스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 문제를 쉽게 해결해줄 것 같지 않다. 당장 프랑스에서 원자력발전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다. 프랑스 원전과 관련 있는 한국 기업들에서 가능성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가스를 수출하는 미국 내 자유항(free port)이 있다. 그곳에서 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려면 LNG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스선 수주가 늘어나지 않을까. 조선업 중에서도 LNG선 관련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투자라는 것이 그렇다.”

    “정치 이슈에 지나친 관심 옳지 않아”

    인플레이션이 ‘피크 아웃’을 맞이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8월 10일(현지 시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그래프 참조).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지난달(9.1%)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꺾였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전망치(8.7%)보다 낮은 수치다.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속도 조절론도 제기되는 상황. 미 노동부 발표보다 이틀 앞서 진행한 이날 인터뷰에서 윤 센터장은 “연준이 금융정책을 전환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했던 것만큼 경제나 기업 상황이 나쁘지 않으니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을 시나리오에 더 강하게 포함시키는 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정책 기조 변화 여부를 두고 이달 열리는 ‘잭슨홀 미팅’(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토론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방기금금리(미국 기준금리)가 250bp(1bp=0.01%p) 상승했다. 이제 많이 오르면 100bp 정도 남았고, 아주 많이 오르면 125bp까지 인상될 수 있다. 현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초기에는) 금리인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안 됐다. 상승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어쩌면 연준이 물가를 어느 정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내년부터 물가는 역기저효과로 떨어질 것이다. 물가에 대한 고민은 잭슨홀 미팅이 끝나고 9월이 되면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시각은 나뉜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잡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경기침체의 전조’라는 해석도 있다. 윤 센터장은 설령 경기침체 국면이 펼쳐지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문을 던져봐야 한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주식을 매수하면 수익률이 좋을까, 나쁠까. 전자다.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좋은 기업들을 싸게 내놓는 것이다. 사람들이 미·중 갈등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궁금하겠지만 알 수 없는 미래다. 투자자가 판단을 내릴 때 주안점은 하나다. 가격과 가치의 상대적 관계다. 지금 트레일링 PBR가 1배 근처로 왔다. 1배가 (코스피 기준) 2540이다. 내년이 되면 자본이 쌓이면서 1배수 값도 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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