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8

2022.07.15

우주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준비하는 인류

[궤도 밖의 과학]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첫 번째 사진 공개

  •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nasabolt@gmail.com

    입력2022-07-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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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리 공개한 ‘SMACS 0723’.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리 공개한 ‘SMACS 0723’. [뉴시스]

    우주를 펼쳐볼 시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7월 12일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번째 사진을 공개하기 전 마치 영화 트레일러처럼 사전 제작한 홍보 영상을 먼저 공개했다. 세계인에게 익숙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음성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한 영상 도입부부터 가슴을 울리고, 단어 하나하나가 주옥같이 조합된 문장들은 시청자 모두를 이제 막 탐험을 떠나는 여행자로 만든다. 심지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별과 은하가 담긴 사진 1장을 백악관 행사에서 미리 공개하며 ‘역사적인 날’이라고 선포했을 정도다. 공개된 사진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 떨어진 ‘SMACS 0723’이라는 은하단으로, 지금까지 포착된 최고 해상도의 적외선 우주 사진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근적외선 카메라로 총 12시간 30분간 촬영한 이번 이미지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찍어 서로 다른 파장의 영상을 합성했다. NASA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 광활한 우주의 조각은 미세한 모래처럼 하늘을 덮고 있다.

    여전히 제대로 된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주망원경에 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일반적인 천체망원경의 역할은 우주를 찍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구름이 시야를 가리거나 불필요한 광원이 많아 원하는 만큼 관측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망원경을 우주로 가져가 촬영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우주망원경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허블우주망원경이며, 당연히 지구에서보다 수월하게 고품질의 천체사진들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온라인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려한 우주 사진 중에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천체가 많다. 지난해 12월 우주로 떠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우주망원경으로, 벌써 첫 번째 사진을 공개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 우주망원경은 거울 18개를 세밀하게 정렬하며 관측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큰곰자리 쪽에서 밝게 빛나는 항성을 테스트 이미지로 촬영하면서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미세하게 초점을 조정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대해 “인류를 우주가 시작하는 시점으로 데려갈 타임머신”이라 말했고, 과학자들 역시 섣불리 기대할 수조차 없는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드디어 한국 시간으로 7월 12일 밤 11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이 우주망원경이 첫 번째 빛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컬러 이미지와 분광 자료가 공개됐다.

    25년 만에 우주로 올라간 초대형 우주망원경

    총예산이 11조 원 넘게 들어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기획된 건 1996년이다. 원래 2007년에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몇 년 만에 늘어난 예산 부담으로 취소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에 발사됐다. 끊임없이 연기된 이유는 아주 작은 문제조차 허락되지 않는 초대형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허블우주망원경도 처음 찍어서 보내온 사진이 뿌옇게 보이는 문제가 있었는데, 주 반사경의 구면수차로 빛이 정확히 한 점에 모이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머리카락 두께의 50분의 1 정도인 미세한 광학 장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우주왕복선을 올려 수리했고, 현재까지도 계속 고쳐가면서 본래 설계 수명인 15년을 넘어 30년 이상 잘 쓰고 있다.

    반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아주 먼 곳에 자리 잡아야 하기에 누군가 올라가서 직접 수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완벽한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보내야 하는데, 발사 자체가 쉴 새 없이 연기된 이유도 여기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더는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고, 결국 성공적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부터 달까지 거리보다 4배나 멀리 떨어진 150만㎞ 거리의 L2 포인트로 갔다. 이곳은 천문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의 이름을 따 ‘라그랑주점’으로 불리는데, 일종의 중력 평형점이다. 일단 여기에 놓이면 공전하는 두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원심력을 이용해 마치 정지된 것처럼 안정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태양과 지구 두 천체의 주변에도 라그랑주점이 5개 있는데, 두 번째 라그랑주점인 L2 포인트 부근에서 지구와 태양이 당기는 힘을 적절히 활용해 지구와 비슷한 주기로 태양 주위를 지금도 돌고 있다. 그리고 7월 6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연구팀은 인류 최대 관측기기로 촬영한 붉은색의 예고편 이미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심지어 공식 관측 장비가 아니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을 도와주는 정밀 가이드 센서(Fine Guidance Sensor·FGS)라는 장비로 8일 동안 여러 장을 촬영했는데, 이렇게 찍은 사진조차 허블우주망원경이 그간 보여준 것보다 훨씬 깊고 경이로운 우주의 모습이었다.



    우주에서는 거리를 시간으로 표현한다. 우리 역시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몇 분이 남았다고 시간으로 답한다. 거리와 시간이 교차하는 상황은 우주처럼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기 더 편하다. 우리는 더 멀리 볼수록 과거를 보게 되고, 파장이 긴 적외선은 훨씬 더 멀리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먼 과거를 볼 수 있고, 최초의 별이나 은하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다. 또한 외계생명체 탐사나 생명의 기원도 연구할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의 기대와 염원을 한 몸에 받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아주 희미한 천체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담아낼 것이고, 이제 공식적인 첫 번째 사진이 공개될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여줄 경이로운 미래

    7월 12일 첫 번째 이미지를 공개하기 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어디에 있는 무엇을 담을지 먼저 선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까지 인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장 깊고 먼 우주의 모습, 외계행성 대기의 분광 스펙트럼 정보, 별의 생성과 죽음, 그리고 은하의 충돌을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등은 이미 과거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관측된 사례들이다. 하지만 뛰어난 해상도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얼마나 더 섬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아 보내줄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NASA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생중계로 전했다.

    공개된 사진의 순서 역시 심우주(Deep Field), 외계행성(Exoplanet), 별의 종말(Stellar Death), 은하(Galaxy), 별의 탄생(Stellar Birth)으로 구분해 긴장감을 높였다. 인류가 여태까지 관측한 이미지 중 가장 멀리 있는 은하를 보여주는 ‘SMACS 0723’ 은하단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공개했다. 보이는 방향의 은하단 덕분에 발생하는 중력렌즈 효과는 마치 실제 거대한 볼록렌즈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강력한 힘으로 시공간을 휘게 했다. 그 결과 원래대로라면 결코 보일 수 없었던 130억 광년 전 우주 모습이 예쁘게 손질된 눈썹 모양처럼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지만, 여기에 포함된 가스, 먼지, 별 등 세세한 구조를 완벽하게 담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째로 공개된 사진은 지구로부터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b’의 대기 분광 데이터였다. 행성을 우리가 보기 좋은 형태로 담아낸 건 아니지만 분석된 결과를 통해 기체 상태의 물 분자가 확인됐다. 대기 분광 데이터를 관측하는 건 불가능하진 않으나,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의 관측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었고, 이번 관측을 통해 대기 분석을 완벽하게 해내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장 멀리 있는 은하 사진 선공개

    태양 정도 질량의 별이 죽어가며 흔적을 남긴 ‘남쪽 고리 성운’. [뉴시스]

    태양 정도 질량의 별이 죽어가며 흔적을 남긴 ‘남쪽 고리 성운’. [뉴시스]

    다섯 개의 은하가 모인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 [뉴시스]

    다섯 개의 은하가 모인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 [뉴시스]

    죽어가는 별의 모습을 포착한 세 번째 사진과 여러 은하가 모여 연주를 하는 네 번째 사진, 그리고 별이 탄생하는 마지막 사진도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남쪽 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r)’은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이 죽어가면서 흔적을 남긴 행성상 성운이다.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거대한 가스가 얼마나 아름답게 뿜어져 나왔는지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성운 중심에 존재하는 별이 홀로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 더 젊은 별과 함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5개의 은하가 모여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로 불리는 지역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1787년 발견된 은하군에는 뒤의 4개 은하와 달리, 하나만 완전히 동떨어졌다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네 친구가 사진을 찍는 와중에 길 가던 행인이 우연히 카메라에 들어온 상황이다. 엄청난 해상도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은하들이 활발하게 서로 끌어당기며 상호작용하는 놀라운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마지막 사진은 활발한 별의 탄생을 보여주는 ‘카리나 성운(Carina Nebula)’이다. 일종의 거대한 우량아 별 산후조리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용골자리 성운(NGC 3324)’으로도 불린다. 위쪽에 존재하는 젊은 별들이 내뿜는 복사 에너지로 먼지와 가스가 아래쪽으로 밀려나면서 마치 거대한 산맥과도 같은 모습이다. 심지어 먼지로 만들어진 봉우리 안쪽까지 자세히 보인다.

    1827년 촬영된 세계 최초의 사진 ‘그라의 창문에서 바라본 조망(Point de vue du Gras)’을 찍기 위해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라는 사진술의 선구자는 8시간 동안 피사체를 고정한 채 기다렸다. 우리는 최종 보정이 끝난 결과물만 보기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과정에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났다. 지금은 1장의 사진을 얻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심지어 해상도도 비교할 수조차 없다. 이게 허블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분명한 차이다. NASA의 과학 담당 부국장은 이번에 공개된 이미지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라고 평했다.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인류에게 선보일 미래는 아마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지 모른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알고자 한다면 우리 스스로 찾아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칼 세이건의 음성처럼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흥분을 감추지 말고 크게 소리 질러보자. 우리가 사는 곳과 아는 것, 그리고 시간 그 자체 너머에 닿을 수 있도록 말이다.

    궤도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와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에서 근무했다. ‘궤도’라는 예명으로 팟캐스트 ‘과장창’, 유튜브 ‘안될과학’과 ‘투머치사이언스’를 진행 중이며, 저서로는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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