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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틔운'에 깃든 LG의 '고객가치 경영'

“숨은 고객 니즈를 찾아라”… LG 계열사들 앞다퉈 고객 감동 조직으로 변모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틔운'에 깃든 LG의 '고객가치 경영'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반영해 출시한 LG전자 식물재배기 ‘LG 틔운’. [사진 제공 · LG그룹].

고객의 숨은 니즈를 반영해 출시한 LG전자 식물재배기 ‘LG 틔운’. [사진 제공 · LG그룹].

“메리골드, 맨드라미, 루콜라… 집에서 1년 365일 꽃과 허브를 아름답게 키워요.”

최근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플랜테리어(planterior: 식물과 인테리어의 합성어)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아파트 발코니에서 상추 같은 먹거리 채소를 재배하던 과거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허브와 꽃 등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는 다양한 식물을 직접 키우는 쪽으로 사람들 니즈가 변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소비자들의 이런 니즈를 반영해 가정용 식물재배기 ‘LG 틔운’을 출시했다. 초기 LG 틔운은 단순히 상추 같은 먹거리 채소를 키우는 식물재배기로 출발했지만, 1년간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들이 인테리어 효과가 있는 제품을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허브와 꽃을 키울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했다. LG 틔운은 식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식물 재배 과정을 대부분 자동화한 가전이다. 내부 선반에 씨앗 키트를 장착하고 물과 영양제를 넣은 후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꽃과 채소 등 결실을 얻을 수 있다.


플랜테리어 욕구 반영한 ‘LG 틔운’

올해 신년사를 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제공 · LG그룹]

올해 신년사를 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제공 · LG그룹]

한국 백색가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LG전자가 소비자들의 숨은 니즈까지 찾아내고 이를 제품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전자가 2019년 출시한 세계 최초 수제 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2020년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인 ‘전자식 마스크’, 지난해 출시해 캠핑족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형 모니터 ‘LG 스탠바이미’ 역시 고객 관점에서 개발해 내놓은 제품들이다. 최근 LG전자가 생활가전, TV, 전장 등 주요 사업부에 있는 ‘상품기획’ 관련 조직 명칭을 모두 CX(Customer Experience)로 바꾼 것도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산다”는 고객 중심 관점이 반영된 결과다. LG 틔운이나 LG 스탠바이미는 고객 중심의 사고와 조직 문화가 없었다면 빛을 보기 어려웠을 제품이다.

LG그룹 ‘고객가치 경영’의 중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있다. 2018년 6월 29일 취임한 구 회장은 지난 4년간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LG그룹을 변모시켜왔다. 구 회장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없이는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판단하고, 취임 초기부터 고객가치를 강조했다. 2019년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구 회장은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밝히면서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남보다 앞서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 회장은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콜센터처럼 다른 기업 총수들이 잘 찾지 않는 최일선 고객 접점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경영 철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구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발전된 고객가치 경영 철학을 알리고 있다. 2020년 신년사에서는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인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2021년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으로 고객 감동을 완성하자”고 강조했다. 올해는 고객이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집중할 것을 당부하며 ‘고객감동’을 주문했다.

고객 니즈 반영한 제품 잇달아 개발

 LG CNS 직원이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그룹]

LG CNS 직원이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그룹]

이에 따라 LG전자 외 다른 LG 계열사들도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국내 영화, 드라마 콘텐츠에도 한글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용어가 다소 어렸다는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2017년부터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고객 언어 혁신 활동’도 5년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5000건 이상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변경해 고객들이 더 쉬운 용어로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과 아이들을 위해 ‘U+가상오피스’와 ‘U+키즈동물원’ 서비스를 출시했다. ‘U+가상오피스’는 아바타를 활용해 스몰톡, 화상회의, 협업 등 실제 근무 환경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직장인 특화 메타버스다. ‘U+키즈동물원’은 50여 종의 야생동물, 공룡과 놀이를 즐기면서 동물에 대해 학습하는 서비스다.

LG화학은 ‘고객가치 경영’의 하나로 2021년 3월부터 ‘고객감동 대상’을 신설해 매달 우수 사례를 선발하고 있다. 현장 최일선에서 고객의 불편을 발견하고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사례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서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한 직원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어린이들이 해외 출입국 시 의약품 반·출입과 관련해 문의를 많이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관에 직접 확인해 간이 매뉴얼을 제작했다. 이는 고객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대표적 사례였다. LG화학은 지난해 기업 간 거래(B2B) 고객사를 위한 통합 디지털 영업 플랫폼 ‘LG켐온’을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LG켐온은 기존 대면 영업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LG화학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LG켐온 개발로 고객사는 플랫폼에 접속해 클릭 몇 번으로 부품 생산에 필요한 소재를 빠르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혁신적 고객 경험을 강조하는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플렉시블 OLED처럼 신개념 OLED를 선보이며 고객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휘어지는 전장용 P-OLED를 앞세워 운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디자인 혁신에도 앞장서고 있다. P-OLED는 유리 대신 탄성이 좋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OLED의 뛰어난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유려한 곡면을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취임 후 4년간 일관되게 고객가치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조직체계 또한 고객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LG 계열사들은 고객가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해 고객 페인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찾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기존 고객센터뿐 아니라 포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고객체험단 운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이다. LG그룹은 고객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사내독립기업과 사내벤처제도도 운용 중이다. 사내독립기업은 회사 내에서 특정 사업을 독립적·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별도의 기업체를 만들어 다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사업 모델이다.

고객가치 경영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LG그룹은 ‘고객 경험’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CS경영센터를 부사장 조직인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했다. 고객가치혁신부문뿐 아니라 TV, 생활가전 등 사업본부에 각각 고객 담당 임원을 둬 고객 경험 조직을 강화하는 중이다.

LG화학은 2020년 경영혁신 총괄 산하에 있던 고객가치혁신담당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배치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2020년 말 상담사 출신인 고은정 상무를 통신업계 최초로 임원으로 발탁한 뒤 올해 그를 고객센터 조직을 이끄는 CV(Customer Value)담당으로 보임했다.

LG CNS는 고객 요구 사항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스마트물류, 금융IT 3개 사업을 담당 조직에서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사업부로 재편했다. 또한 B2B 고객이 직접 DX(디지털 전환)를 체험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라는 고객 경험을 위한 전담 조직이자 공간도 운영한다. 이 팀은 CTO(최고기술책임자) 정보기술연구소 산하의 독립조직으로 DX 기술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사용자경험(UX) 전문가뿐 아니라, 고객과 워크숍을 주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등 다양한 DX 정예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배려와 유연한 이미지로 탈바꿈

LG그룹 임직원들은 사내방송, 교육포털 등을 통해 고객 경험 혁신에 대해 ‘열공’ 중이다. 특히 고객 감동 사례를 시리즈 영상 10여 편으로 제작해 사내방송으로 전파하며 조직 문화에 내제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또한 LG그룹은 한 해 동안 고객가치를 창출한 임직원에게 ‘LG어워즈’를 시상하고 있다. 2019년 제정된 LG어워즈는 그룹 내 변화를 촉진하고자 철저히 고객가치 관점에서 혁신적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거나 고객 감동을 실천한 우수 사례를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올해는 청각장애 고객과 수화 영상통화 사이트로 소통한 LG유플러스 상담사가 ‘일등LG상’을 수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LG전자가 선보인 식물재배기 ‘틔운’, 야외에서 사용 가능한 TV ‘LG 스탠바이미’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관찰해 만든 제품으로,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인다”며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업 실적에 당장 큰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LG그룹이 고객을 배려하는 유연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 회장이 4년간 지속해서 강조하는 고객가치 경영이 소비자 마음속에도 각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1346호 (p22~2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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