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5

2022.06.24

Z세대가 환호하는 '발상의 전환' 마케팅

[김상하의 이게 뭐Z?]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06-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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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누구나 똑같은 생각은 다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래 있던 라면에 순두부를 넣은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가 되면 실제로 출시되기도 하고, 카카오택시에 기존에는 없던 광고를 넣어 마치 기사님이 나를 찾아오는 게 아닌, 콘텐츠가 다가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똑같은 광고 마케팅이라도 발상의 전환이 있다면 Z세대는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인증하고 싶어 한다.

    #겉과 속이 다른 국순당 우산

    국순당에서 만든 파전 우산 굿즈. [와디즈 캡처]

    국순당에서 만든 파전 우산 굿즈. [와디즈 캡처]

    파전은 비 오면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세대를 나눌 필요 없이 항상 회자된다. “파전을 왜 비 오는 날 먹지?” 이것이 의문이라면 수많은 이야기 중 빗소리가 파전 굽는 소리와 비슷해서 먹고 싶은 거라는 설을 제시하겠다. 갑자기 파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국순당 때문으로, 또 파전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막걸리 아닌가. 국순당에서 이번에 만든 굿즈가 파전, 비 두 가지와 관련 있는데 보자마자 ‘와, 진짜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국순당이 만든 우산 굿즈는 국순당을 나타내는 초록 우산 속에 전 모양의 디자인이 숨어 있다. 그런데 웃긴 건 그냥 제작하지 않고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간장 그릇 디자인도 추가했다는 점이다. 원래 일반 굿즈로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사고 싶다는 사람이 대거 등장해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판매할 정도였다. 심지어 디자인까지 두 종류 추가돼 호박전, 김치전 우산도 팔렸다. 얼마 전 서울에 관광 온 외국인을 위해 제작한 마패 교통카드가 한국인에게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는 글을 봤는데, 비슷한 인기를 국순당 우산이 누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제할 때 느끼는 설렘 현대카드 심박수

    필자가 현대카드로 결제하니 애플워치에 뜬 알람. [사진 제공 · 김상하]

    필자가 현대카드로 결제하니 애플워치에 뜬 알람. [사진 제공 · 김상하]

    얼마 전 현대카드로 결제한 뒤 애플워치에서 알람이 울려 확인해보니 결제 심박수를 알려준다고 했다. 결제할 때 설렘을 심박수로 보여준다는데 너무 웃겨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사실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필자처럼 어이없다고 생각하거나 “이걸 왜?”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결제의 설렘으로 광고해 카드 프로모션을 진행할 거라는 발상이 놀라웠다. 카드로 결제하면 보통 결제 알람이 오거나,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번 주 지출을 확인해줘 지난주의 나를 원망하게 하는 알람밖에 없었는데, 내 소비에 공감해주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매달 심박수가 가장 높았던 결제 수 3건을 비교해 보여준다니, 과연 이게 결제의 설렘인지, 저걸 어쩌지라는 긴장감인지 모르겠지만 그 나름 소비의 즐거움을 인식하게 해주는 새로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리브 오일과 후추, 아이스크림의 조합은?

    SNS에서 아이스크림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먹는 레시피가 인기다. [GettyImages]

    SNS에서 아이스크림에 올리브 오일을 넣어 먹는 레시피가 인기다. [GettyImages]

    주변에 괴식 전문 후배가 있다. 얼마 전 한 술집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참기름을 넣고 후추를 뿌려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해 역시 괴식 전문가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트위터에 올리브 오일 아이스크림 레시피가 올라와 깜짝 놀랐다. 비주얼을 보면 맛있는 게 과연 맞을까 의심되지만, 투게더아이스크림에 올리브 오일, 후추를 더하면 맛있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필자도 한 번 도전해봤다. 먹어보니 단순히 맛을 위해 먹는다는 것을 넘어 위스키 안주로 좋을 거 같은 맛이었다. 레시피 아래 이 조합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코멘트를 달았기에 읽어보니, 올리브 오일 대신 참기름을 넣거나 하겐다즈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넣어서 먹어도 진짜 맛있다고 한다.


    #눈, 코, 입에서 물이 나오는 쌈디 정수기

    3D 프린터로 만든 ‘쌈디 눈물 정수기’. [딱지 유튜브 캡처]

    3D 프린터로 만든 ‘쌈디 눈물 정수기’. [딱지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는 정말 다양한 콘텐츠가 많은데, 최근 한눈에 들어오는 콘텐츠를 발견했다. 바로 ‘쌈디 눈물 정수기’를 만든 영상이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래퍼 사이먼 도미닉(쌈디)이 드라마를 보며 우는 모습이 나왔는데, 사람 몸에서 저렇게 많은 물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눈물, 콧물이 흘러나와 슬픈데 웃긴 장면이 된 적이 있다. 이 짤이 잊힐 즈음 등장한 동영상으로, 3D 프린터로 굿즈를 만드는 딱지라는 유튜브 채널이다.

    쌈디 눈물 정수기 외에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오징어 게임, 염따 가습기 등 신박한 굿즈를 만들어 이름을 알렸고, 쌈디 눈물 정수기는 본인에게 허락까지 받고 만들어 더 유명해졌다. 쌈디도 보고 신박했는지 자기 인스타그램에 올리기까지 했다. 머리에 물병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짤에서 본 것처럼 눈, 코, 입에서 모두 물이 줄줄 나온다. 과연 쌈디가 이런 모습을 예상하고 허락해준 게 맞을까 궁금하기는 했다. 짤 한 장을 가지고 정수기를 제작해버리는 딱지는 분명 보통 금손이 아닌 것 같은데, 앞으로 컬래버레이션하고 싶다는 사람이나 기업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과일 대신 티셔츠 파는 트럭

    과일을 팔듯이 옷을 트럭에서 파는 ‘김씨네 과일’. [김씨네 과일 인스타그램 캡처]

    과일을 팔듯이 옷을 트럭에서 파는 ‘김씨네 과일’. [김씨네 과일 인스타그램 캡처]

    올여름 반팔 티셔츠 트렌드를 보면 신박한 프린팅 티셔츠가 많다. 다양한 티셔츠 중 필자 마음을 사로잡은 건 ‘김씨네 과일’이라는 티셔츠. 우리가 흔히 아는 과일이 그려진 티셔츠를 파는데, 진짜 과일을 팔듯 옷을 트럭에서 판다. 과거에는 트럭이나 차에서 옷을 파는 걸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웬만한 콘셉트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이곳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서울에서만 팔지 않고 일정을 잡아 투어하듯 여기저기 판다고 한다. 다양한 기업과 컬래버레이션도 하고 ‘산지직송’ 콘셉트로 출장 판매를 하는 등 진짜 콘셉트에 잡아먹힌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마스, 카니발 등을 타고 팝업 출장을 다닌다고 하니, 사실 이 차가 주차되는 순간이 바로 힙 아닐까. 보는 순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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