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4

2022.06.17

방탄소년단의 아름다운 서사는 계속된다

개인 활동 주력은 아이돌 생애주기상 자연스러운 현상

  • 스큅 케이팝 칼럼니스트

    입력2022-06-1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시스]

    [뉴시스]

    6월 10일 방탄소년단이 9년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앤솔로지 앨범 ‘Proof’를 발매했다. 최전성기를 구가 중인 그룹답게 발매 하루 만에 누적 판매량 215만 장을 돌파했고, 발매 후 1주간 판매량(초동) 집계가 마감되지 않은 6월 16일 현재 기준으로 역대 초동 2위를 달성했다. 그렇게 온갖 기록을 달성하고 있던 6월 15일, 돌연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 ‘BANGTAN TV’의 연간 콘텐츠 ‘찐 방탄회식’을 통해 이들이 그룹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개인 활동에 주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소속사 ㈜하이브 주가가 20% 이상 급락하고, 그룹 해체로 이야기가 와전돼 멤버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곱 꼭짓점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그러나 세간의 반응이 무색하게, 사실 이러한 그룹의 결정은 통상 케이팝 아이돌그룹 생애주기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케이팝 아이돌은 으레 7년이라는 계약 갱신 시점 내지는 소위 ‘군백기’(멤버의 군 입대로 발생하는 그룹 공백기)를 기점으로 개인 활동 비중을 늘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오래된 사례로는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부터 멤버들의 순차적인 입대에 따라 유연한 활동을 전개한 슈퍼주니어와 EXO, 최근 사례로는 계약 만료 후 각기 다른 소속사에서 개인 작업에 몰두하다 1년 반 만에 재결합해 앨범을 발매한 갓세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5년 만에 완전체 컴백을 발표한 소녀시대와 멤버별로 독보적인 솔로 커리어를 쌓아올린 원더걸스부터 데뷔 7년 만에 솔로 앨범 프로젝트를 가동한 트와이스까지 그룹의 연차, 세대, 성별을 막론하고 이는 거의 불문율에 가까운 공식이었다. 방탄소년단보다 늦게 데뷔한 그룹들도 진작 ‘따로 또 같이’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기에, 멤버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듯 이들은 오히려 “너무 늦은” 셈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방탄소년단에게 새삼스러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경신 중이던 전례 없는 성과 때문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늦었다”는 멤버들의 이야기에 더 주목하고 싶다. “단체(로서 활동)에만 집착을 많이 했었다”는 뷔의 말대로, 방탄소년단은 유독 오랫동안 일곱 멤버의 단합이 강조되는 그룹이었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멤버들 간 유대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서사 위에 쌓아올린 방탄소년단의 세계는 하나라도 빠지면 성립되지 않는 완전한 칠각형의 세계였다. 그러나 완전한 다각형이 필요로 하는 완전한 연결과 균형은 안정임과 동시에 구속이기도 하다. 그룹 활동 중간 중간에 발매된 멤버들의 개인 작업물은 모두 노력과 자본의 투여도와 관계없이 ‘믹스 테이프’ 형태로 무료 공개됐으며, 방탄소년단에게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경우는 전무했다.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려면 제가 저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RM의 고백은 “너무 늦어버리기 전 일곱 꼭짓점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야겠다”는 결의로 들렸다. 제이홉을 필두로 시작될 멤버들의 개인 활동은 그 첫걸음일 테다.

    심리학에는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이라는 개념이 있다. 부분의 합을 넘어서는 전체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흔히 아이돌그룹의 잠정 휴지는 서사의 단절 내지는 종언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완전체의 시계가 멈출지라도 그룹의 서사는 계속된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는 멤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이 보여줄 본 그룹의 유산, ‘게슈탈트 아이돌로지’를 한껏 기대해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