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0

2022.05.20

명품 브랜드가 F&B 마케팅에 진심인 이유

‘먹방’ 인기 한국에 안성맞춤 홍보… “맛도, 비주얼도 이름값 못지않아”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2-05-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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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비통의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과 디올의 ‘카페 디올’, 구찌의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제공 · 루이비통, 사진 제공 · 디올,  사진 제공 · 구찌]

    루이비통의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과 디올의 ‘카페 디올’, 구찌의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제공 · 루이비통, 사진 제공 · 디올, 사진 제공 · 구찌]

    최근 자사 브랜드를 활용해 F&B(Food&Beverage) 마케팅을 하는 곳이 늘었다. 식품기업 외에도 명품 브랜드까지 이런 흐름에 올라탔다.

    루이비통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4층에 5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Pierre Sang at Louis Vuitton)’을 운영한다. 프랑스와 한국을 연결하는 실험실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전 세계 메종 중 레스토랑을 연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총괄운영은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을 선보여온 프랑스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가 맡았다. 런치 코스는 13만 원, 디너 코스는 23만 원, 티 세트는 8만 원이다. 현재는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디올도 5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매장과 정원 외에 ‘카페 디올’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4월 30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디올 수석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2022 가을 패션쇼를 기념해 문을 열었다. 음료 가격은 아메리카노 1만9000원, 오렌지와 자몽 주스 2만4000원으로 일반 카페보다 훨씬 비싸지만 방문객이 많아 예약이 필수다. 애프터눈 티 세트(2인)는 12만~18만 원 선. 현장 대기 접수도 가능하지만 오픈 초에는 대기만 2~3시간 걸렸다.

    너도나도 ‘식당’

    오뚜기의 ‘롤리폴리 꼬또’(왼쪽)와 정식품의 ‘넬보스코’.

    오뚜기의 ‘롤리폴리 꼬또’(왼쪽)와 정식품의 ‘넬보스코’.

    앞서 구찌도 3월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찌 가옥’ 플래그십 스토어 6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정식 오픈했다. 전통 이탈리아 요리에 창의성과 우아함, 유머러스함을 더한 독창적 요리를 선보인다. 미쉐린 3스타 이탤리언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한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Gucci Osteria da Massimo Bottura)’는 2018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를 시작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일본 도쿄 긴자 이후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한국에 선보였다. 단품은 2만~6만 원, 디너 기준 5코스는 12만 원, 7코스는 17만 원이다. 6월까지 예약이 꽉 찼고, 7월 예약은 5월 31일부터 받는다.

    식음료기업들도 앞다퉈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선보인 팝업 스토어로는 신세계푸드가 LG전자와 같은 공간에서 운영했던 ‘신세계분식’, 최근 연장 운영을 결정한 롯데제과의 ‘가나 초콜릿 하우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상설매장 중에서는 오뚜기의 ‘롤리폴리 꼬또’와 정식품의 ‘넬보스코’가 대표적이다.



    수익보다 홍보가 중요

    1년째 강남구 논현동에서 성업 중인 식품기업 오뚜기의 플래그십 스토어 ‘롤리폴리 꼬또’는 오픈형 키친, 취식 공간과 조형물이 설치된 외부 테라스 정원으로 꾸며진 매장이다.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진라면과 카레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오뚜기 기업 로고 대신 식당 내부에 오뚝이 조형물을 설치해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준다.

    두유 회사 정식품은 지난해부터 서울 중구 남촌에서 이탤리언 레스토랑 ‘넬보스코’를 운영하고 있다. 1층은 베이커리 카페, 2층은 브런치 레스토랑, 3층은 제빵 연구소와 원두 로스팅룸으로 구성됐다. 식사를 마치고 빵집에서 두유 식빵을 살 수도 있다.

    KT가 과거 자사 요금제를 홍보하기 위해 연 팝업 식당 ‘온(ON)식당’. [동아DB]

    KT가 과거 자사 요금제를 홍보하기 위해 연 팝업 식당 ‘온(ON)식당’. [동아DB]

    명품도, 식품도 아니지만 수익성이나 사업 확장보다 홍보를 목적으로 식당을 열기도 한다. 과거 KT는 자사 요금제 홍보를 위한 팝업 식당을 열었다. 2018년 ‘온(ON)식당’은 당시 KT가 출시한 ‘데이터ON’ 요금제를 홍보하고자 연 식당이다. 소비자 반응이 좋아 서울 홍대 앞, 대학로, 강남과 부산, 일본 후쿠오카 등 다양한 곳에서 운영됐다. ‘무제한’이라는 요금제 특징과 로밍ON 요금의 ‘초당 1.98원’을 접목해 1초에 1.98원(30분 기준 3565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대기 줄도 명품 브랜드 못지않게 길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수익금 전액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해 결식아동을 돕는 데 썼다.

    업계 관계자들은 “‘먹방’이나 ‘먹스타그램’이 인기인 한국에서 새로운 체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잡고 싶다면 F&B 마케팅이 제격”이라고 말한다. 한 기업 홍보 관계자는 “식품 기업이 아닌 곳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직접 가서 먹어보면 의외로 맛있다”며 “이윤 내는 게 아닌 홍보가 목적이라 맛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사대행업체나 케이터링업체와 사전 미팅 때부터 SNS에 올리기 좋은 비주얼과 맛을 의논한다”며 “먹는 즐거움을 기업의 긍정적 이미지로 연결하기 위함”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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