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0

2022.05.20

구본무 전 회장의 혜안과 뚝심, 세계 1위 LG에너지솔루션 만들다

독보적 핵심 기술로 배터리 시장 선도… 글로벌 생산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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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2-05-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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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 제공 · LG그룹]

    2002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 제공 · LG그룹]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5월 10일 에너지 관련 산업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 79개국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42.5GWh(기가와트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13.9GWh로 1위였다. 1분기 세계 79개국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1% 증가했고, 같은 시기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보다 59.9% 늘었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위는 중국 기업 CATL이지만 CATL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내수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27일 코스피에 상장됐다. 상장 당일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118조 원)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공모 금액이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했고,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도 가장 높은 경쟁률(2023 대 1)을 기록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는 청약 증거금이 약 114조1066억 원이 모이면서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국내 최초 2차전지에 선제적 투자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뚝심과 끈기 리더십’이 있다. 구 전 회장은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것은 30년 전인 1992년이다. 당시 부회장이던 구 전 회장은 영국 출장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를 접하고, 2차전지가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미래 가능성에 주목했다. 구 전 회장은 2차전지 샘플을 가지고 귀국해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를 연구하게 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2차전지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1996년부터는 럭키금속에서 소재 연구에 강점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으로 옮겨 2차전지를 연구했다.

    1997년 LG에너지솔루션 연구진은 처음으로 소형전지 파일럿을 생산했지만 대량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따라주지 않았다. 일본 선발업체의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수년간 연구에도 가시적 성과가 없자 내부에서는 “2차전지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구 전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면서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에는 연구 성과를 내기는커녕 2차전지 사업이 20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내기도 했다. 당시 구 전 회장은 “이 사업은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의기소침해 있던 임직원들을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회장의 격려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은 뚝심 있게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며 세계 경쟁력 1위로 평가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제품, 고객, 생산능력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을 결정짓는 ‘4박자’를 고루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한발 앞선 2차전지 기술력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0년 동안 5조3000억 원을 R&D에 투자했으며 ‘세계 최초’로 표현되는 많은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 시간을 줄이는 더블 레이어(Double Layer) 코팅 기술을 비롯해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이 대표적인 세계 최초 기술이다.

    차별화된 소재 기술력

    그 결과 2013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기업 평가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업체들을 따돌리고 드디어 1위를 차지했다.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지 20여 년 만의 성과였다. 2015년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한 화학 기반 회사로, 차별화된 소재 기술을 자랑한다. 배터리 구성 물질 개발 능력이 타사 대비 우수하며 성능, 안정성, 신뢰성 면에서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전지 시제품을 양산하기까지는 조사, 실험, 시험 공장 건설, 양산 공장 건설, 안정화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통상 최소 5년이 걸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1997년 11월 개발 1년 6개월 만에 당시 일본 제품보다 뛰어난 세계 최고 용량(1800mAh(밀리암페어시)), 세계 최경량(150Wh/㎏)의 시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1998년 국내 최초로 첫 대량생산을 시작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2200mAh급 노트북용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했다. 2005년에는 2600mAh급을 일본 기업보다 한발 앞서 세계 최초로 양산함에 따라 고성능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낭보가 전해진 건 2009년이다. 그해 1월 13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 기업 GM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 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과거 일본을 추격하던 처지에서 세계시장 주도 기업으로 탈바꿈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용으로 니켈수소전지에 집중할 때 리튬이온 배터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 내다보고 연구에 매진했다.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자마자 곧바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연구개발하며 기술력을 키웠다.

    GM에서 선보인 쉐보레 볼트 EV는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전기차였다. 쉐보레 볼트 EV는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구동하는 차세대 친환경 차량으로, 배터리 성능이 상용화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손꼽혔다.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에 어느 업체 배터리가 적용될 것인가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용 배터리 단독 공급 업체로 선정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GM·포드, 유럽 폭스바겐·르노·볼보·아우디 등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표 참조).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래미네이션 앤드 스태킹(Lamination & Stacking) 구조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내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실현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7년 세계 최초로 NCM523(니켈·코발트·망간 비율 5:2:3인 양극재) 배터리를 양산했으며, 2016년에는 하이니켈 타입의 파우치형 NCM622(니켈·코발트·망간 비율 6:2:2인 양극재)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2019년에는 차별화된 음극재 기술(실리콘 음극재)로 20분에 80% 이상 급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니켈 함량이 85~90%에 달하고 코발트는 5% 이하이면서 급속 충전까지 가능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배터리를 세계 처음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NCMA 배터리는 니켈을 극대화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알루미늄을 첨가해 출력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을 높이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지만 열도 많아져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질적 성장 추구

    1월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전기차 배터리 제3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은 총 투자액 3조 원, 연 생산 규모 50GWh에 달하는 대형 생산 공장이다. 양사는 앞서 오하이오주에 제1공장, 테네시주에 제2공장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제3공장을 포함하면 연 생산 능력은 120GWh에 이른다. 3월 24일에는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애리조나주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애리조나주 공장이 설립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북미시장에서만 20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2차전지 기업 중 가장 많은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한국, 북미, 중국,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단독 및 합작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공장 구축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한 경험은 향후 폭발하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글로벌 생산라인의 제조지능화 작업을 통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양적 확장’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한 ‘질적 성장’에 나서기 위해서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스마트팩토리 분야 글로벌 선도 업체인 지멘스와 배터리 제조 기술의 디지털화·효율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인 권영수 부회장은 당시 “제조지능화는 배터리 품질 고도화, 제조 공급망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합작법인 테네시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 지멘스의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해 제조지능화 공장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전 사업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실 세계를 온라인 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다양한 모의실험을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디지털화 프로그램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2월 21일에는 디지털 혁신 실행 조직을 신설하고 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전무)로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인 변경석 박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변 박사는 인공지능(AI) 컴퓨팅 분야 선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5명 미만인 핵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역임하며, 자율주행차·산업용 AI·클라우드 AI 관련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3세대 전기차 대형 프로젝트 수주 1위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인 김동명 부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인 김동명 부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주요 기업의 최대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도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최초로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과 EV100(기업 운용 차량을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는 계획)에 동시 가입하며 친환경 경영 활동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권영수 부회장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 자원 선순환 고리 체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배터리 재활용 및 재사용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를 위해 제품 개발과 원재료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인적자본 및 다양성 측면에서 국가, 성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우수 인재들을 적극 채용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30조 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향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절대 우위인 R&D 역량을 바탕으로,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오래 가면서도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선제적인 R&D로 가격, 성능, 안전성 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며 3세대 전기차(주행거리 500㎞ 이상)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1위를 수성해나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배기가스 배출 및 연비 규제가 더욱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주를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뚝심 있게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100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도 최근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는 중국 CATL이 LG에너지솔루션을 넘어섰지만 배터리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어 기술력이 월등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량과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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