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7

2021.12.03

주식담보대출은 ‘나쁜’ 돈 빌리기

[김성일의 롤링머니] 대출금리 최고 5% 진입… 용도·기간·금리 잘 따져야

  • 김성일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

    입력2021-12-06 1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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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0%로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8월 0.25%p 인상한 데 이어 올해 2번째 금리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선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인상된 기준금리 영향으로 다른 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금융채 5년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1월 26일 기준 연 3.85~5.191%로 지난해 말(2.69~4.20%)과 비교했을 때 약 1%p 인상됐다.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2.52~4.054%에서 3.58~4.954%로 올라 5% 진입이 목전이다. 신용대출(1등급 1년 만기)은 지난해 말 2.65~3.76%이던 금리가 현재 3.40~4.63%로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오른다는 뉴스와 더불어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는 소식 역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대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상환 시점 짧으면 위험한 대출

    ‘대출’은 사전적 정의로 ‘돈이나 물건 따위를 빌려주거나 빌림’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은행 같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대출을 받는다’고 표현한다. 대출을 받는 이유는 주택 매수, 생활자금, 사업자금 등 다양하다. 대출을 해주는 처지에서는 대출원리금 회수 여부가 중요한데, ‘담보’ 여부에 따라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구분한다. 담보란 ‘민법에서 채무 불이행 때 채무의 변제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채권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빌려간 돈을 갚지 않으면 이 담보를 이용해 돈을 회수해갈 수 있다. 그래서 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담보대출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집을 매수할 때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한 상품으로, 집을 담보로 한다. 전세자금대출은 부족한 전세자금을 위한 것으로 전셋집을 담보로 한다. 예적금담보대출은 예금과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으로, 예적금상품을 해약하지 않고 급하게 돈을 써야 할 때 사용하기 좋다. 예적금 금액의 95%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금리는 예적금상품 금리에 가산금리 1%를 더한 수준이다.

    신용대출은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대출을 받는 상품으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이 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신용대출과 다른 점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한도 내에서 언제든 빌리거나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돈을 빌리는 사람 처지에서는 편리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수시로 관리해야 하다 보니 금리가 통상 0.5% 이상 비싸게 형성된다. 예금도 비슷하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1.5%일 때 수시입출금 통장 금리는 연 0.10%로 매우 낮다. 수시입출금 통장에 입금된 돈은 고객이 언제 찾아갈지 알 수 없어 대출 원천자금으로 쓰기 어렵다 보니 이자를 적게 주는 것이다.



    대출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매우 위험하고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과 잘 이용해서 써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다. 사실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다. 다만 대출의 특징 및 용도에 따라 ‘좋은 대출’과 ‘나쁜 대출’이 달라진다. 대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좋은 대출과 나쁜 대출을 나누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대출 용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대출로 생긴 돈을 유흥비로 쓰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옷, 시계, 자동차 등 소비재성 상품을 사는 데 사용하면 나쁜 대출이 될 수 있다. 수입이나 보유자산에 비해 과도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반면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한 자금으로 쓰거나 위험 관리에 사용하면 좋은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 위험을 헤지하고 거주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하는 용도라면 좋은 대출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 사업을 시작할 때 초기 자본이나 운영 자금이 필요해서 받는 대출 역시 좋은 대출에 속한다. 승용차 구매도 출퇴근시간 단축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거나 트럭을 사 장사에 활용하려는 목적이라면 좋은 대출에 속하나, 단순한 과시용이라면 나쁜 대출이 된다.

    대출 기간 역시 중요한 검토 대상이다. 대출 기간이란 곧 대출금 상환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문제다. 거주용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만기를 매우 길게 설정할 수 있다. 만기를 길게 잡으면 대출 상환 압박이 없고 중도 상환 여부도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대출받은 사람에게는 좋은 대출이 된다. 반면 대출 상환 기간이 짧다면 나쁜 대출이 될 수 있다. 만기 1년짜리 신용대출을 받아 이 돈으로 장기투자 주식을 산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대출 만기 시점에 주가가 하락하고 대출 연장이 안 되면 손실 난 상태에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해야 해서다.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주식담보대출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갈 때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대출을 상환하기 때문이다. 상환 시점을 내가 정할 수 없으니 매우 위험한 나쁜 대출이다.


    대출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공하는 도구

    대출금리 역시 잘 따져봐야 한다. 대출금리는 돈을 빌려 쓴 대가로, 금융회사 및 담보 유무, 신용등급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대출원금과 이자가 자신의 월급이나 보유자산 같은 금융 상황에 비춰봤을 때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기준으로 봤을 때 일반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보다 1~3% 금리가 높다(그래프 참조).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이 일반은행 금리보다 10~20% 높다. 담보가 없을수록 대출금리가 높으며, 예금은행보다 상호저축은행 등 기타 금융회사의 금리가 매우 높게 형성돼 있다. 또한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에 따라서도 금리가 달라진다. 이러한 사항을 미리 알고 대출을 받아야 나중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대출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옳지 않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출을 받는 행위 역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공하는 도구다. 이 도구는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출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대출을 받기 전 꼼꼼히 따지는 것은 필수며, 중도에라도 어떻게 대처하는 게 맞는지 잘 검토해 과도하게 이자를 내거나 대출금을 갑자기 상환해야 하는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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