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7

2021.12.03

“서울 집값 평균 17% 하락 예상, 2020년 이후 낀 거품만 꺼진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2022년 부동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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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1-12-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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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영철 기자]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영철 기자]

    “서울 부동산 가격이 변곡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준금리가 벌써 1%가 됐고 앞으로 계속 오를 테니, 그 기간 집값은 하락하기 시작해 정체가 될 겁니다. 그러면 매수를 염두에 뒀던 분은 어느 시점에 집을 사야 하는데, 2010년대 중반 가격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2019년 가격 정도가 되면 자신의 소득과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집을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이 4000만 원인데 6~7년 전에는 1000만 원이었다며 기다려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최근 ‘부동산 트렌드 2022’를 펴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게 책에서 주장한 ‘부동산 뉴노멀: 당신이 알던 아파트 가격은 잊어라’의 의미를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후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투자 광풍이 불면서 부동산시장에도 뉴노멀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15억 원 아파트가 더는 고가 주택이 아니며, 서민 아파트로 대표되던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민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 정보시스템 석사 학위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보스턴 소재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회사 PPR에서 오피스 가격 모형을 구축하고 글로벌 부동산을 연구했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부동산 입문자와 투자자들에 안내 역할을 해온 ‘하박’(하버드 박사) 김 교수에게 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를 물었다.

    집값 떨어져도 안 팔 현금 부자 많아

    모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폭등 전 아파트 가격, 정말 잊어야 하나.

    “부동산은 올랐다 떨어지고 올랐다 떨어지는 평균 회귀적 특성을 지닌다. 서울 아파트도 지금까지 올랐기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변수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을 생각했는데, 한국은행이 11월 25일 기준금리를 1%로 올리면서 변곡점에 돌입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집값이 상승하기 직전이던 2014~2016년 가격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그래프1 참조).”



    왜 집값이 그 정도로 떨어지지 않나.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소득 상승이다.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부터 2008년 말까지 서울시 기준 중위소득이 50% 넘게 올랐다. 당시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잘 대처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대비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반면, 2010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집값은 오랫동안 낮았다. 이 기간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2016년 이후 부동산시장 상승을 이끈 거다. 2019년부터 집값이 더 많이 올랐는데, 이때부터 대출 규제로 15억 원 넘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아파트 가격이 10~20% 떨어졌다고 팔까. 만약 그 집에 대출이 60~80%가량 들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자기 돈 100%로 집을 산 사람이 있는 한 시장은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또 소득이 높아지면 양질의 주택에 살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는데, 현재 주택시장에 그런 열망이 반영돼 있다. 예전에는 똑같은 대로를 끼고 신축과 구축이 마주보고 있을 때 신축 프리미엄이 20% 정도였지만 지금은 40%까지 벌어졌다. 이런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2019년까지 가격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0년 초 가격으로 회귀, 폭락은 없다

    그러면 2020년 이후 부동산시장에 왜 버블이 생기게 됐나.

    “많은 사람이 공급 부족을 이유로 드는데, 데이터를 보면 2019~2020년 서울의 경우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더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다. 그래서 공급 부족은 이슈가 안 된다. 내가 볼 때 유동성,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문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금리가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임대차 3법까지 시행돼 매매시장과 함께 전세시장이 뒤흔들렸다. 또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집값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이유는?

    “서울과 지방은 부동산 부문에서는 완전히 다른 마켓이다. 서울 집값을 기준으로 얘기하면 거래량에서 그런 징후가 나타난다. 서울에서는 노도성(노원구·도봉구·성북구)이 가장 거래가 활발한데, 올해 3분기 기준 1000건밖에 거래가 안 됐다. 지난 3년치 평균은 2500건인데 말이다. 집은 매수 희망자와 매도 희망자의 가격 수준이 비슷할 때 거래가 이뤄지는데 지금은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을 따라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됐으니 하락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집값은 얼마나 하락할까.

    “미국 회사에 근무하며 하던 일이 서울, 베이징, 런던, 파리 같은 아시아와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가격이 5년 후에는 얼마나 될까, 임대료는 어떻게 될까, 공실은 어떻게 될까를 예측 모델링하는 거였다. 이 모델링을 서울 부동산에 적용했기 때문에 완벽한 버전은 아니어도 대략적인 예측은 가능하다. 집값 변동에서 금리인상 영향이 가장 클 텐데, 기준금리가 1.5%가 되면 집값은 2021년 6월 대비 약 10~17%가 빠진다. 그 정도 하락하면 지난해 가격이 된다. 폭락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30억 원 아파트, 강남에서는 고가 아냐

    하락폭이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거 같다.

    “그렇다. 강남 3구와 노도성을 나눠 모델링해봤는데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강남 3구가 덜 빠지는 것으로 나와 조금 놀랐다. 합리적 추론을 해보면 강남 3구에는 현금을 주고 아파트를 산 사람이 많아 하방경직성이 크다고 보고,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굉장히 많았던 노도성에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해 매수한 사람이 많아 가격 하락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대로 하면 고가가 더 많이 빠지는 게 맞다. 무척 예외적인 현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012년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 강남구 은마아파트다.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하락기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내놓으면서 하락장을 이끌었는데, 이제는 고가 아파트가 더 떨어진다는 패러다임도 바뀌는 거 같다.

    “사람들의 자산 격차가 그만큼 벌어졌다는 얘기다. 올해 기준으로 15억 원 이상 아파트가 강남 3구 거래량의 60%를 차지한다(그래프2 참조). 30억 원 이상은 20%이다. 이제 강남에서는 30억 원 아파트도 고가가 아니다. 지금 또 새롭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우리나라 럭셔리 아파트 시장이 재편됐다는 거다. 4~5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에 비해 굉장히 싼 편이었는데 이제는 100억 원이 대단한 가격이 아닌 게 됐다. 위정자들은 아직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 어쩐다 하지만, 잡힐 상황이 아니다.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그런 노력을 중산층 이하 서민 주거복지에 쏟아야 한다.”

    임대차 3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도입 시기 때문이지,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한 이유는?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세입자 보호에 취약한 나라다. 우리가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다면 임대차 3법은 당연히 시행돼야 하는 제도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대차 3법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나부터도 가격을 올린다. 도입을 앞두고 여당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등 정책 담당자들이 임대료를 올려 문제가 되지 않았나. 하물며 일반 서민은 왜 안 올리겠나. 임대 물량 가격에 제한을 두는 임대차 3법 같은 제도는 무조건 공급과 싸움이다. 공급이 충분할 때 해야지, 공급도 없는데 하니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집값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무주택자라면 기다리라고 조언하겠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동산시장에서 이자율 영향은 굉장히 크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은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테고, 한국은행도 이미 갖고 있는 스케줄에 따라 계속 올릴 거다. 2023년까지는 올릴 것으로 예상되니 내년, 내후년에 기회가 있다. 그 전까지는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면 좋을 거 같다. 그렇다고 1주택자가 섣불리 집을 팔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집을 팔았을 때 세금이 만만치 않고 대출도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집을 못 살 수도 있다. 1주택자라면 10년을 생각하고 견딜 것을 권한다.”

    지방과 꼬마빌딩 투자는 위험성 높아

    지방 부동산 중에는 강원과 제주가 핫하다. 어느 지역에 투자하면 좋을까.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는 2022년, 2023년 한 번은 공급 충격이 온다. 또 지방 부동산은 단기간에 올랐다 하더라도 정체가 시작되거나 하락하면 그 기간이 굉장히 길다. 지난해 세종시가 한 해 동안 부동산 가격이 80% 급등해 화제가 됐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2019년까지 전혀 안 올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세종시 집값 조정은 당연한 거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이 갖는 가장 큰 위험은 환금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도 2010~2014년 집이 팔리지 않았다. 지방은 수요가 없기 때문에 더하다. 지방 투자는 권하지 않으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꼬마빌딩 투자도 위험하다고 보나.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만큼, 아니 그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 꼬마빌딩이다. 꼬마빌딩은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건물 가격의 50~60%까지 대출이 나온다. 많은 사람이 이 대출을 끼고 꼬마빌딩을 사는 거다. 그러다 보니 대출금리가 1%, 2%만 올라도 굉장히 타격이 크다. 현재 꼬마빌딩 수익률은 3%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수익률이 올라야 하는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수익률은 5년 동안 고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 시국이기도 하고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소매점)이 붕괴하는 상황이라 임대도 잘 안 된다. 서울 명동이나 압구정동만 가도 1층이 공실인 빌딩이 수두룩하다. 수익률이 고정된 상태에서 공실까지 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온다.”

    투자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동산은 없나.

    “투자 수단으로 봤을 때 부동산은 주택, 오피스, 백화점이나 상가 같은 리테일 시설, 물류창고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금융투자회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주택과 물류창고다. 오피스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관심이 약간 떨어졌고, 리테일 시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다. 물류창고는 거대한 금융투자회사들이 수천억 원으로 사들이는 시장이니 개인 차원에서 접근은 안 되는데, 그중 일부가 리츠상품으로 만들어져 주식시장에 상장되니 공부해 그런 쪽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겠다.”

    ‘부동산 트렌드 2022’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핫 플레이스(핫플)가 될 5곳을 꼽았는데.

    “투자는 아니고 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잡아본 거다. 먼저 토지시장을 봤다. 특정 지역에서 최근 3년 혹은 5년 동안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이 과거보다 많이 거래됐다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 건물이 근린생활시설(주택가와 인접해 주민 생활에 편의를 주는 시설물)로 바뀌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 나온 곳이 5곳이다. 거기에 KT 자료를 바탕으로 강남 3구에 거주하는 20, 30대를 트렌드세터로 가정하고 이들이 어디를 가는지 봤더니 처음 데이터에서 뽑은 5곳과 겹쳤다. 그 5곳이 미래 핫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이유다. 이미 핫플이 된 성수동 클러스터는 동쪽과 북쪽으로 더욱 확장될 거다. 또 을지-충무 클러스터, 용산공원에서부터 효창공원까지, 그리고 영등포구청역을 끼고 십자 형태의 영등포 주변, 신분당선을 따라 이어지는 청계산과 양재천 주변도 핫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을 매수할 때 저평가 지역을 고르는 방법도 있다. ‘미래 핫플’에도 적용될까.

    “그곳들은 리테일 상권이다. 청계산 주변 정도는 살아도 괜찮을 것 같지만, 나머지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산업, 상권을 일으키기에 적당한 지역이다. 그 대신 이런 곳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장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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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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