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6

2021.11.26

美 퇴역 이지스함 격렬비열도 배치 MD로 활용 가능

中 미사일·韓美관계 다 잡는다!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1-12-0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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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위키피디아]

    미국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위키피디아]

    1983년 취역한 미국 타이콘데로가급(Ticonderoga class) 순양함은 세계 최초 이지스 전투함이다. 이제까지 27척이 건조됐고 그중 22척이 현역이다(구형 Mk.26 2연장 미사일 발사기 탑재 초기형 5척 퇴역). 앞으로 미 해군은 남은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22척 중 7척을 추가 퇴역시킬 예정이다. 선체 피로도가 높은 ‘샌 하신토(CG-56)’ ‘레이크 챔플레인(CG-57)’ ‘몬트레이(CG-61)’ ‘휴 시티(CG-66)’ ‘안지오(CG-68)’ ‘벨라 걸프(CG-72)’ ‘포트 로열(CG-73)’이 퇴역 대상이다

    순양함 7척 퇴역, 전력 공백 우려

    문제는 미 의회가 해군 계획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군은 “노후 함정을 하루빨리 퇴역시켜 절감한 돈으로 신형 전투함을 사자”는 논리를 내세웠다. 일부 타이콘데로가급은 신형 군함보다 자동화 정도가 낮아 많은 승조원이 필요하다. 인건비 부담이 큰 셈이다. 잦은 고장으로 수리 소요가 많아 유지비도 만만찮다. 반면 미 의회는 “그리 오래된 군함도 아니라서 더 쓸 수 있다”며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 퇴역 대상 중 가장 노후한 ‘샌 하신토’가 1988년 취역했으니 충분히 운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 각각 1993년, 1994년 취역한 ‘벨라 걸프’ ‘포트 로열’ 등 아직 30년이 안 된 군함도 퇴역 대상에 올랐다. 미 의회는 전력 공백도 우려했다. 각각 122개 수직발사관을 갖춘 순양함 7척이 동시에 사라지면 해군 전력에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 묘안이 나왔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필립 데이비슨 예비역 제독과 브렌트 새들러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이지스함 재활용’ 방안이다. 미 해군이 퇴역시키자는 이지스 순양함 7척 모두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BMD)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부는 최신 함대공미사일 SM-6 운용도 가능하다. 데이비슨 예비역 제독 등이 내놓은 계획의 뼈대는 해당 순양함을 최소한으로 개량해 연안 미사일 방어 전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군함의 이지스 시스템을 육상용으로 개발한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시스템을 유럽에서 운용하고 있다. 일본이 최신 개량형 2세트를 주문하는 등 각국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퇴역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항함을 해안에 계류시키면 그것이 곧 이지스 어쇼어라는 발상이다.

    데이비슨 예비역 제독과 헤리티지재단 측은 이지스함을 재활용해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서태평양 핵심 전략 거점인 괌을 방어하는 데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중국은 유사시 주일미군 시설과 괌을 최우선 타격 목표로 삼고 있다. 퇴역하는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을 괌 해안에 계류시켜 이지스 어쇼어처럼 운용하면 괌으로 접근하는 모든 유형의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함이 이동하지 않으면 항해에 필요한 승무원도 필요 없다. 연료 공급과 동력계통에 들어가는 부품도 조달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MD(미사일 방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신 레이더로 개량 가능

    과연 현실성 있는 제안인지 찬찬히 따져보자.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은 SPY-1A/B 위상배열레이더라는 강력한 센서와 122개에 달하는 수직발사관을 갖췄다. 수직발사관에 탑재할 수 있는 주요 무기체계는 △현용 주력 함대공미사일 SM-2MR(사거리 150㎞) △종말 단계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춘 SM-6(사거리 370㎞) △함대공미사일 ESSM(사거리 50km) △상승·중간·종말 단계 상층 방어가 가능한 SM-3 블록 1A/B 미사일 △지상 공격용 토마호크 미사일 △잠수함 공격용 아스록 등 상당히 다양하다.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구형 SPY-1A/B 레이더를 이지스 어쇼어에 적용된 AN/SPY-7(V)1 LRDR(Long Range Discrimination Radar)로 교체해 SM-3 블록 2A와 신형 SM-6 운용 능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 AN/SPY-7(V)1은 미 본토 방어용 장거리 요격 미사일 GBI(Ground Based Interceptor)에 쓰인 초장거리·정밀 레이더가 모체다. 기존 SPY-6보다 전력 소모량은 30% 적으면서 탐색량은 3배, 탐지 거리는 1.2배, 연속 가동 시간은 80배 이상이다. 심지어 레이더 모듈을 교체하는 와중에도 다른 모듈로 정상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상시 가동할 수 있는 레이더다.



    미국이 퇴역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을 이지스 어쇼어처럼 운용할 경우 배치가 유력한 곳은 괌이다. 레이더 간섭 현상 등을 고려해 최대 2척을 설치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이럴 경우 5척이 남는다. 일본 오키나와 배치도 가능하지만 한국 못지않게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민감한 현지 여론이 문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남은 5척의 활용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이런 기회를 적절히 포착한다면 미사일 방어 시스템 보강과 한미동맹 강화, 중국의 영향력 견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측에 “서해에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을 활용한 레이더 설비를 유치하겠다”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파격적 제안이 될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판 자체를 흔들어버릴 방책이기도 하다.

    “미국에 베팅하라”

    중국 JL-2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 [위키피디아]

    중국 JL-2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 [위키피디아]

    최근 중국은 급속도로 핵무기 및 투발 수단을 늘리고 있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전략 핵잠수함이 태평양에 진출해 미국 전역을 핵 공격 사정권에 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수중 핵전력의 거점은 남중국해 하이난다오와 서해 다롄, 칭다오 등이다. 한국이 격렬비열도(충남 태안군에서 55㎞ 거리 해상) 인근에 퇴역 타이콘데로가급을 활용한 레이더 기지를 유치할 경우 미국은 중국 다롄에서 420㎞, 칭다오에서 450㎞ 떨어진 곳에 전진 미사일 방어기지를 갖추게 된다. 중국이 서해 어디에서 SLBM을 쏘든 상승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고수해오던 핵전력 비확산 원칙을 깨고 ‘오커스(AUKUS) 레짐’을 통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예고했다. 또한 대만의 미사일 방어 능력 등 군사력 강화를 돕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11월 11일 동맹국을 향해 “미국에 베팅하라. 미국은 좋은 동맹을 그에 맞게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대결 구도에서 미국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서해 MD’ 유치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동아DB]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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