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6

2021.11.26

“하림지주가 양재동 개발이익 가로채” 엔에스쇼핑 소액주주 ‘부글부글’

하림지주, 엔에스쇼핑 완전자회사 편입… 김홍국 부자 최대 수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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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11-2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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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산업이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양재동 부지. [사진 제공 · 하림지주]

    하림산업이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양재동 부지. [사진 제공 · 하림지주]

    “깐부계약 생기니 엉덩이만 무거워졌네.”

    11월 22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금융 엔에스(NS)쇼핑 투자자 게시판에 한 소액주주가 쓴 글이다. 하림지주가 엔에스쇼핑의 완전자회사 편입 계획을 밝힌 후 주가가 제자리를 맴돌자 불편함을 내비친 것이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하림지주와 이익을 나눠 아깝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을 것”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이익을 하림지주가 가로채는데 뭐가 좋냐”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지배구조 재편해 양재동 개발 신속 추진”

    하림지주 이사회는 11월 19일 식품 전문채널 엔에스쇼핑의 완전자회사 편입 계획을 의결했다. 엔에스쇼핑 지분을 48.0%에서 100%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하림지주는 신주 발행을 통해 엔에스쇼핑 주주를 대상으로 1 대 1.41347204(하림지주 대 엔에스쇼핑) 비율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엔에스쇼핑 및 하림지주 보유분은 교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양사는 내년 1월 11일 특별주주총회를 가진 후 3월 1일까지 주식 교환을 완료할 예정이다.

    엔에스쇼핑 완전자회사 편입 결정 배경에는 ‘양재동 개발사업’이 있다. 하림지주는 이번 결정에 대해 “지배구조 재편으로 최대 역점 사업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강력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엔에스쇼핑 자회사 하림산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 부지(9만4949㎡)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으로, 엔에스쇼핑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하림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편입 시점이다. 양재동 개발사업은 2016년 하림산업이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용적률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하림이 갈등을 빚으며 지연되다 감사원이 8월 하림 손을 들어주면서 급물살을 탔다. 일부 주주를 중심으로 “하림지주는 왜 지금에야 편입 계획을 밝히며 숟가락을 올리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엔에스쇼핑 한 주주는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생각이었으면 진작 했어야 한다. 양재동 개발이 임박하니 하느냐”고 질타했다.



    업계 시각도 비슷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구조를 개편해 엔에스쇼핑이 쇼핑 부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하림지주 측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알짜사업인 양재동 개발을 노린 것’이라는 주주들의 지적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승계 문제 향한 눈초리

    엔에스쇼핑이 하림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점 역시 엔에스쇼핑 주주들의 불만을 더했다. 엔에스쇼핑은 그동안 자체 사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지만 자회사 비용 문제로 손해를 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엔에스쇼핑은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303억1700만 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표 참조). 같은 기간 시가총액(4902억7680만 원) 6.2% 상당의 순이익을 낸 알짜 회사지만, 자회사 회계가 합산된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3분기 237억7100만 원 손해를 본 적자 기업으로 돌변한다.

    엔에스쇼핑의 적자 문제는 올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엔에스쇼핑 한 관계자는 “엔에스쇼핑 자체는 상황이 좋다. 다만 자회사들이 대체로 투자를 늘리는 단계라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림산업의 경우 과거 양재동 부지 매입 문제로 적자를 봤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는 그간 자회사 적자 문제를 감수하면서 엔에스쇼핑에 투자해왔다. 자회사 사업이 진척되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다. 양재동 개발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양재동 부지 개별공시지가는 사업이 시작된 2016년 ㎡당 670만4000원에서 올해 919만6000원으로 37.2% 증가했다. 공시지가 증가분(2366억1290만 원)만 해도 엔에스쇼핑 시가총액의 절반에 달한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부동산은 엔에스쇼핑의 시가총액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에스쇼핑 입장에서 양재동 개발사업은 ‘대박 사업’에 가깝다.

    엔에스쇼핑이 하림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투자 수익은 하림그룹 차원에서 회수될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 최대 수혜자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김준영 씨가 거론되는 이유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 최대주주로 9월 30일 기준 22.95% 지분을 갖고 있다(그림 참조).

    다만 실질적 최대주주는 김준영 씨다. 올품과 한국인베스트먼트가 각각 하림지주 지분을 4.36%, 20.25% 보유하고 있는데 김씨가 두 회사의 실소유주다.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올품의 100% 자회사이고 김씨는 올품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승계와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보니 향후 엔에스쇼핑이나 하림산업이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라며 “엔에스쇼핑 주주의 경우 하림지주에서 동일한 지위를 보장받는다. 신주 발행으로 기존 대주주는 지분 희석이 발생해 손해를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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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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