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6

2021.09.10

“넓게, 럭셔리하게” 살아남기 안간힘 롯데·현대·신세계百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 불가, 맛집·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 “일단 놀러오게 만들자”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입력2021-09-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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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7일 문 연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내외관. 중부권에서 최대 규모다. [사진 제공 · 신세계 ]

    8월 27일 문 연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내외관. 중부권에서 최대 규모다. [사진 제공 · 신세계 ]

    8월 27일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의 13번째 점포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개장 후 처음 맞은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6층 핑크뮬리 장식 앞과 아트테라스에서 찍은 백화점 방문 인증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커피 마시러 백화점에 놀러갔다” “르메르, 메종키츠네 매장이 대전에 생기다니” 등 대부분 ‘핫플’ 등장을 반기는 반응이었다.

    올해 초 오픈한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 서울’과 8월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 오픈에 이어 일주일 만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개장했다. 백화점업계 빅3인 현대·롯데·신세계가 같은 해에 잇따라 신규 출점을 한 것은 5년 만이다.

    눈에 띄는 공통점은 대형화다. 저마다 맛집과 체험 요소를 강화하면서 백화점 규모가 커졌다. 더현대 서울은 영업면적이 8만9100㎡(약 2만7000평)로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 크다. 전체 영업면적의 49%를 실내 조경, 휴식, 전시 공간으로 할애하며 ‘리테일 세러피’라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하 6층~지상 8층 규모에 영업면적이 8만9000㎡(약 2만6923평)에 달한다. 수도권 최대 규모(1만8900㎡)로 들어선 지하 식품관에는 총 1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Big3 5년 만에 동시 신규 출점

    8월 20일 신규 출점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수도권 최대 규모로 3040 젊은 부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8월 20일 신규 출점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수도권 최대 규모로 3040 젊은 부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현대·롯데백화점보다 더 크다. 8개 층 규모의 백화점과 193m 높이의 신세계 엑스포 타워로 구성됐으며, 영업면적만 9만2876㎡(약 2만8100평)에 이른다. 신세계백화점 점포 중 세 번째로 크고, 중부권에선 최대 규모다.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없지만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과 함께 만든 과학관 ‘신세계 넥스페리움’, 대전·충청 최초의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스포츠 몬스터’ 등이 지역 주민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신규 점포 오픈에 앞서 백화점업계의 정면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현대백화점은 ‘영 앤드 리치’를 겨냥한다. 2월부터 2030 전용 VIP 멤버십 ‘클럽 YP’(Young+VIP)를 운영 중이다. 39세 이하 소비자 중 전년도에 현대백화점 카드로 2000만 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롯데백화점은 온 가족이 함께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 콘셉트를 지향한다. 특히 동탄점은 아이 동반 가족을 위한 키즈 관련 콘텐츠를 강화했다. 지난해 기준 경기 화성시 거주민의 평균 연령은 37.4세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젊다. 출산율 역시 1.2명으로 경기에서 2위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3040 젊은 ‘엄빠’(엄마와 아빠)를 위한 예술 마케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백화점 전체를 하나의 갤러리처럼 꾸며놓았는데, 그곳에서 감상한 작품 중 일부는 온라인 아트 플랫폼 ‘롯데 갤러리관’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신세계백화점은 한 발 더 나아가 상품군별 VIP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다. 리빙 상품 맞춤형 ‘생활 장르 VIP’ 멤버십과 푸드마켓 유료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유통업계에 격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백화점의 ‘덩치 키우기’가 과연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미국 백화점업계 1위 메이시스는 내년까지 점포 125곳을 폐점하고 오프 프라이스 체인과 온라인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320년 전통의 일본 오누마 백화점은 지난해 1월 파산 신청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덩치를 키웠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하반기 백화점 수요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에선 구경만, 결제는 온라인몰에서

    올해 초 오픈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가량을 실내 조경, 휴식,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올해 초 오픈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가량을 실내 조경, 휴식,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외국과 국내 실정이 다른 데서 온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온라인 쇼핑몰이 무척 잘돼 있어 백화점 본연의 정체성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백화점이 더는 물건을 사기 위한 곳이 아니라 ‘놀러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신규 출점하는 백화점은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백화점에서는 정품을 판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명품 위주의 고급화 전략은 아직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개장한 백화점들의 매력 포인트는 다양하다. 대전신세계에는 셀린느, 생로랑, 불가리, 쇼메 등 럭셔리 브랜드가 대전에 처음으로 입점했고, 백화점 최초로 BMW 전시장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 ‘#16’은 매장에 비치된 옷을 입어보고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해당 상품을 집으로 배송해준다.

    백화점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무리 가상현실이 발달하고 인터넷 쇼핑이 편리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명품은 실물을 접했을 때 오는 감동이 크다”며 “미국의 경우 백화점 접근성이 떨어져 온라인을 강화해야겠지만, 땅덩이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경험한 뒤 구매는 자사 온라인몰에서 하게끔 유도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국에는 방역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이미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는 일부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대전신세계는 개점 첫날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백화점 F&B 입점 브랜드 한 관계자는 “방역지침에 따르면 확진자가 나올 경우 해당 매장 폐쇄와 소독, 직원 검사는 필수이지만 고지 지시는 따로 없다. 아마 법적 기준 이상 조치를 하는 곳은 드물 것”이라며 “그 대신 F&B 코너 직원이 대부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소독 횟수를 늘리는 등 선제적으로 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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