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9

2021.07.23

한국투자증권 “부실 펀드 선제적 보상”… ESG 채권 흥행몰이

한국 증권사 최초 탈(脫)석탄 선언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07-2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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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플랫폼 우그그(UGG)는 ‘우리가 그린 그린’의 줄임말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입니다.

    증권업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ESG 채권 발행과 ESG 상품 출시는 물론, 이사회 내 ESG 관련 위원회와 리서치센터 등을 설립하는 등 경영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ESG의 근간은 ‘고객에 대한 바른 생각과 행동’이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부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이 화두로 떠올랐다. 6월 16일 한국투자증권은 선제적으로 소비자 보호정책을 추진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한 것. 한국투자증권은 회사 내부의 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 상품에 대한 명시적 보상 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에 반한 판매 상품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전액 보상을 결정한 사모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팝펀딩 등 10개 상품이다. 전체 판매액은 1584억 원 규모로, 이미 일부 상품은 전액 또는 부분 보상이 진행된 상황이며 한국투자증권이 추가로 지급할 보상액은 약 805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통 큰 보상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매사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하는 새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그동안 추상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정도에 머물던 금융 ESG 경영에도 경종을 울렸다.



    통 큰 보상, 금융계 경종 울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가 재무적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며 “이번 보상 역시 금융회사의 근간이 되는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보상 기준 정립을 위해 4개월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보상 가능 기준과 보상 제외 기준을 분류하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영업 관행 개선안’도 내놨다. △상품선정위원회 기능과 책임 강화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 신설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 및 감사 확대 △관련 평가 보상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영업 관행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바른 생각과 바른 행동’을 중심에 둔 영업 문화를 회사 전체에 뿌리내리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5월 ESG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 위원회’를 설립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중심으로 사외이사인 김태원 구글코리아 전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ESG 위원회는 △친환경 기업투자 △ESG 관련 채권 인수 및 상품 출시 △동반성장과 상생가치 실현 △포용적 금융과 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 기업 상품 개발 및 투자 등 ESG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환경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은 6월 4일 첫 ESG 회사채를 1500억 원 규모로 발행했다. 당초 계획한 규모는 1000억 원이었으나 수요 예측 단계에서 4배 가까운 3800억 원이 몰리며 흥행했다.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영국과 일본의 태양광발전 사업, 독일과 핀란드의 풍력발전 프로젝트 등에 투자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 제공 · 한국투자증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 제공 · 한국투자증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 선정

    한국투자증권은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투자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해 금융권의 탈(脫)석탄 흐름을 이끌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풍력발전단지 4곳의 지분 49.9%를 인수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4월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로 선정돼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상품 개발로 이어질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다양한 지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관과 연기금의 벤치마크 지수 사용과 함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개발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정부 역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배출권 사업은 앞으로 금융투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는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함으로써 호가 공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증권사들이 시장조성자로 투입되면 배출권 거래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일문 사장은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오로지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실행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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