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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점 아닙니다, 집값 더욱 격렬하게 오를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의 2021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아직 고점 아닙니다, 집값 더욱 격렬하게 오를 겁니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현재 서울과 일부 지방은 가계소득의 30~40%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쏟지 않고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까지 집값이 올랐음에도 포모신드롬(Fear Of Missing Out: 소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패닉 바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버블 초입 모습입니다. 버블이 언제 꺼질지 아무도 모르고 그때까지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 지금이라도 여력 있는 사람은 집을 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AR리서치 대표 겸 세종사이버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로 활동 중인 홍춘욱 박사(사진)는 한국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다.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의 이력을 지닌 그는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1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과연 더 오를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전문직 고소득자, 지금 집을 사야 고통 덜해

많은 전문가가 집값 상승을 예상한다.

“콘퍼런스 등에 가보면 부동산 가격이 이제 조정을 받을 거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아직 있다. 사실 만장일치 상황이 벌어지면 버블의 끝을 짐작해볼 수 있다. 2007~2008년 서울 강남 부동산시장이 그랬다. 만장일치 ‘강남불패’를 말했더니 그 뒤로 부동산 폭락, 기나긴 하우스 푸어 사태가 이어졌다. ‘불패’라는 말이 나오면 얼마 못 가 버블이 꺼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버블 단계로 진단하면서도 ‘집을 사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언제 버블이 꺼질지 모른다. 확실한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사실이다.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집값이 빠질 거라는 확신을 갖고 전세로 버틴 분들을 꽤 많이 봤는데 최근 이분들이 항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보다 소득이 훨씬 적은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재산이 2배가 된 상황을 지켜보기가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집을 사라는 것은 그런 분들에게 하는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무주택자로 버티면 앞으로도 계속 집값이 오르는 모습을 봐야 하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지금 집을 사 ‘물리는’ 것이 덜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단, 이번에는 너무 고가 아파트는 사지 말고 현재 살고 있는 전세가에 플러스알파 정도를 해 적정 수준의 아파트를 매수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부동산시장도 마지막 순간이 가장 격렬하다. 집값도 이제부터 더 많이 오를 거다.”

‘집을 사라’는 말은 일부에게만 해당하나.

“지금 돈이 없는 분은 집을 살 방법이 없다. 정부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지 못하게 한 데다, 7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까지 시작돼 대출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분들이 현재 대출을 받을 유일한 방법은 제2금융권에서 융통하는 건데, 만약 내년 제2금융권까지 규제에 들어가면 상환 리스크를 안아야 해 위험하다. 내년 대선 이후 변화를 기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선 후 어떻게 될지 누가 아나. 지난해 총선이 끝나고 임대차 3법이 시행될 줄 누가 알았겠나. 더욱이 우리나라가 대통령 중심제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없지 않나. 지난해 입법이 된 임대차 3법이나 신도시 개발 관련법 등이 앞으로 3년간 계속 간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임대차 3법이 쏘아 올린 집값 폭등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까지 폭등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집값을 올리는 이들은 서울에 전세로 살던 무주택자다. 그야말로 전세가 상승이 집값 상승의 불을 댕겼다. 그 시작은 임대차 3법이다. 처음 임대차 3법이 통과됐을 때 세입자들은 2년 더 살 수 있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전세 자체를 희소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 계약할 때는 4억 원이던 전세가가 8억 원, 10억 원까지 올랐다. 지금 전세가가 지난해 동기 대비 11~12% 오른 걸로 나오는데 서울은 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계약갱신청구 여부에 따라 이중 전세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내년 이맘때가 되면 정확한 자료가 나올 텐데 서울은 최소 30~40% 이상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지금 경기 고양, 남양주, 양주, 시흥 집값이 반년 사이 20% 이상 폭등한 이유다. 서울 전세 아파트 가격에 조금만 돈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그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은 시행 시기도 나빴다. 공급 물량이 많을 때면 전세 물량이 쏟아져 별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20년 4만 호, 2021년 2만 호, 2022년 1만 호로 마르는 해에 도입됐다. 여기에 임대차 3법 적용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이 무리해서라도 직접 살려고 하면서 전세 물량이 더욱 줄었다. 결국 전세난과 함께 전세가 상승이 시작됐고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금리인상이나 인구 감소 영향으로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금리는 인하는 빠르지만 인상은 천천히 이뤄진다. 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은 적이 없다. 은퇴 연령에 도달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준비가 안 돼 은퇴를 못 하는 상황에서 매년 30만~40만 명씩 새롭게 사회에 진출한다. 이렇듯 인력 공급은 어마어마한 반면,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서 신규 채용을 한다고는 하나, 일자리는 대부분 해외에서 생겨난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고, 내수는 외국인 관광객 정도를 제외하고는 희망이 없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이런 경제상황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소득 전망만 밝다. 또 이것이 부동산 양극화로 이어진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반도체클러스터를 경기 용인시에 짓기로 했다. KTX를 타면 서울까지 1시간 반도 안 걸리는 지역들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최종 선택을 받은 건 용인이다. 왜 좋은 일자리는 용인을 넘어가지 못하는 걸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생산성 높은 경제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 세계 5위에서 7위까지를 왔다 갔다 할 만큼 많다. 해외 인재들과 경쟁하는 1% 인재들은 용인을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집값은 인구 감소, 금리인상과 별 상관이 없을 거다. 그런 인재들이 원하는 주거 형태, 라이프스타일이 있기에 아파트 가격은 점점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클러스터 이펙트’라는 게 있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1% 인재들이 모이면 소득 수준과 소비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변에 6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지방 도시 가운데 이런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대전과 부산 정도다.”

6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4283만 원을 기록했다. [뉴시스]

6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4283만 원을 기록했다. [뉴시스]

인구 감소와 집값 아무 관련 없어

3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 서울 집값이 떨어질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판교나 세종시처럼 디자인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세상 흐름에 맞지 않다. 두 곳 모두 좋은 도시고, 분양 받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지만 과연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비관적이다. 예를 들어 판교역에 내리면 공원과 백화점, 상업시설이 나오고 주변에 보이는 주택은 모두 저밀도 개발된 공공주택이다. 내가 알기로 민영주택은 딱 하나 있다. 그리고 그 동네를 다니다 보면 주차난이 말도 못 하게 심하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도시, 지역 커뮤니티 속에서 행복한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에 도로가 좁고 주차장도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역 부근은 집값이 10억 원이고 역에서 멀어질수록 집값이 떨어진다. 서울이나 경기 집값을 잡으려고 만든 도시면 역 부근을 고밀도 개발해 출근이 쉽도록 도와야 했는데 말이다.

또 많은 사람이 3기 신도시 입주 시기를 3~4년 뒤로 기대하지만 나는 5~10년 뒤로 예상한다. 사전 청약을 한다는 것은 아직 아파트를 지을 택지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단 급하게 사전 청약을 하고 내년에 본 청약을 해 2~3년 뒤 입주시키겠다는 건데 그때는 총선이 온다. 그 뒤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아나. 먼 미래에 들어올 주택 공급을 기다리며 지금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은 누군가 나보다 부자가 되는 고통을 계속 지켜보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돈을 모으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기회는 환율 급등기에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과거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그 시기에 부동산과 주식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폭락했다. 만약 지금 매수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서울 지역을 권하고 싶다. 현재 수도권에도 웬만한 신축은 9억 원 이하가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서울 안에서 10년 뒤 교통망이 좋아질 지역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올해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에 관한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 인터뷰는 주간동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299호 (p16~18)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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