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2

2021.06.04

“임장이 즐겁다” 신혼집 팔아 대장아파트로 GO!

부동산과 함께 달라진 ‘부린이’ 부부의 삶

  • 호치s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 슈퍼루키

    입력2021-06-0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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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공부를 한 이후 주말에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대신 부부가 함께 임장을 나간다. [GETTYIMAGES]

    부동산 공부를 한 이후 주말에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대신 부부가 함께 임장을 나간다. [GETTYIMAGES]

    광역시 신축 아파트를 최고점에 매수하고 시작된 빚더미 신혼생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언젠가 괜찮은 34평형 집으로 이사 가야 해”라는 말을 되뇌며 살았다. 생각만 했을 뿐 계획은 없었다. 신혼집을 팔고 빚을 더 내 큰 집으로 가려니 막막하고 마음만 무거웠다.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소비하는 태도) 생활을 즐기며 살다 보니 4년간 갚은 빚은 고작 7000여만 원. 특별한 계획 없이 소비하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재테크에 최악인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다.

    2019년 주상복합 예비 당첨 2번을 받았지만 모델하우스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수차례 무시했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당시 5억 원 언저리이던 분양가가 말도 안 된다는 주변의 이야기에만 동한 ‘부린이’(부동산+어린이)의 오판이었다. 이 주상복합은 현재 프리미엄이 4억5000만 원에 육박한다. 우리 부부가 부동산을 얼마나 몰랐는지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다.

    멀쩡한 신혼집 판 이유

    재테크 커뮤니티에 꾸준히 가계부를 올렸다. [사진 제공 · 호치s]

    재테크 커뮤니티에 꾸준히 가계부를 올렸다. [사진 제공 · 호치s]

    2019년 7월 아내가 모임을 두 군데 다녀오더니 우리가 사는 광역시가 다른 광역시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아내는 지금이 큰 집으로 이사 갈 기회라고 여겼지만, 내게는 그저 뚱딴지같은 소리일 뿐이었다. 아내의 계속된 설득에 나도 생각을 바꾸게 됐다.

    원래 살던 신혼집은 학군이 아쉬웠기에 교육환경이 더 좋은 곳을 찾아봤다. 그중에서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대단지인 데다 준공 6년 차에 학군, 교통을 비롯한 모든 조건이 우수한, 사람들의 워너비인 대장아파트였다. 다만 우리 부부의 직장과는 제법 거리가 있어 매수한 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입주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신혼집을 팔아 대장아파트를 매수하는 즉시 전세를 주고 우리도 세입자가 돼야 했다. 전세금과 금리에 따라 대출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이자는 얼마나 내야 하는지 등 A4 한 장 빼곡하게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그제야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멀쩡한 신혼집을 판다니 양가 부모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던 중 신혼집 인근에 저렴한 34평형 월세를 구하게 됐다. 그 전까지는 ‘대체 월세는 누가 살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이야. 전세금 대출로 내는 이자보다 월세가 더 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대장아파트를 사긴 했지만 우리는 아직 부린이였다.

    2019년 8월부터 우리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아내가 육아휴직 중이었기에 외벌이로 가계를 유지해야 했다. 생활방식을 먼저 고치겠다고 생각해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에 가입해 매일 가계부를 올렸다. 다른 사람들의 가계부를 보면서 절약, 또 절약했다.

    ‘돈이 어디로 새는지 모르겠다’ ‘돈이 너무 안 모인다’고 생각한다면 가계부를 쓰고 공유할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기를 추천한다. 힘든 생활이지만 남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 힘이 되고 절약할 동력도 생긴다. 그렇게 가계부를 쓰면서 절약하자 점점 시드머니가 늘었고, 돈이 모일수록 그동안 얼마나 방탕하게 살았는지 반성하게 됐다.

    ‘앱테크’도 시작했다. ‘세상에, 조금만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다니!’ 앱테크를 처음 알았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남들이 보면 10원, 20원이지만 나는 그 소액의 가치를 이제 안다. 자잘한 돈을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힘들게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돈에 대한 마인드가 바뀐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내가 가계부에 집중하는 동안 아내는 부동산을 공부했다. 책을 빌려 읽었고 유료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부동산 카페, 블로그 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얻었다. 예전에는 밥을 먹으면서 각자 휴대전화를 보기 바빴다면, 이제는 경제나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서로 공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토록 재미있는 일이 될 줄이야.

    주말이면 거실에 누워 뒹굴었는데 이제는 아이와 함께 임장을 다닌다. 검색해 찾아본 정보와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를 비교하며 우리만의 포트폴리오를 채워나간다. 당장 투자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공부하면서 얻는 것들이 향후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하기에 임장은 늘 즐겁다.

    부자가 되는 길

    우리 부부가 산 대장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사진 제공 · 호치s]

    우리 부부가 산 대장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사진 제공 · 호치s]

    그런 와중에 대장아파트 가격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올랐다. 나중에 공부하고 안 사실인데, 부동산은 사이클이 있기에 가치 있는 아파트를 매수하려 한다면 상승장이 아닌 하락장에 사야 한다. 마침 우리가 매수했을 때가 하락 시점이었고 결과론적으로 최적의 타이밍에 아파트를 매수한 셈이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공부하고 분석해 다음에도 최적 타이밍에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감가상각이 큰 자동차를 바꿀 때는 이것저것 고민하고 따져보면서 정작 아파트를 매수할 때는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베팅을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요즘 ‘패닉바잉’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준비도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아파트를 사는 걸까.

    부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자산을 정확히 파악하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동시에 공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다. 쉬운 길이었다면 누구나 다 부자가 됐을 테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하면 결국 독이 된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는 흔한 말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70만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카페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월재연) 필진이 재테크 꿀팁을 전한다. 호치s(필명)는 월재연 슈퍼루키로 ‘1억을 모았습니다’의 공저자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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