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9

2021.03.05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최대 걸림돌은 선거 비용?

[이종훈의 政說] “국민의힘 입당해야” vs “야권 재편 불가피”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3-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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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스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뉴스1]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가 본격화됐다. 무소속 금태섭 후보와의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월 4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 당사자답게 적극적이다. 3월 1일 경선 승리 직후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즉시 만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오 후보 역시 3월 4일 선출 직후 “반드시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선거·야권 통합 ‘일타이피’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전히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김 위원장은 3월 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기호 2번 후보로 나오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입당-후출마’ 주장을 고수 중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2월 2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를 이뤄야 정권 견제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안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겨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단일화 판을 깨려는 의도도 보인다. 안 후보가 단일화 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서울시장에 당선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 때문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에서도 제3지대 후보에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야권의 주도권이 안 후보에게 넘어가면서 해체 기로에 놓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3지대 빅텐트론이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3지대 빅텐트론에 입각한 새로운 중도보수정당 창당은 범야권이 택할 대안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주도권이다. 김 위원장이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싶을 것이다. 안 후보에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 역시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싶을 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면 첫 단추를 꿰는 셈이고, 본선에서 승리하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유력 대권주자를 만들지 못하면 안 대표는 서울시장인 동시에 범야권 통합을 주도하는 인물로 대두될 수 있다. 보궐선거 승리로 김 위원장의 임기가 연장되더라도 무게 중심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안 후보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3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 합당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야권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구도는 안 후보가 유리하다.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앞선다. 다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있다. 첫 관문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 여론 추이다. 당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지층도 결집할 것이다. 경선 주자 3인의 지지율이 오 후보에게 더해질 수 있다. 이 경우 안 후보가 지지율에서 밀릴지도 모른다.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전후로 좁혀지기만 해도 오 후보는 선거 완주를 고민할 것이다. 3자 구도라면 거대 정당 후보에게로 표가 모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오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이길 경우 안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승복할까, 불복할까, 승복인 듯 불복 같은 애매한 태도를 취할까. 안 후보가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는 한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안 후보가 승리한 뒤 오 후보가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거나,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돕지 않는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거운동 자금 배분 문제도 단일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후보가 총 유효 투표수의 15% 이상을 득표할 경우 일정 범위에서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 비용을 34억9400만 원까지 보전했다. 대부분 선거캠프 경비 보전으로 사용된다. 보전 범위를 넘어선 금액을 선거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우도 많다. 당내 조직을 가동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국민의당, 광역선거 치를 돈 없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정당 국고보조금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바랄 것이다. 한때 안 후보를 도왔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월 29일 “안철수 대표가 (후보 단일화에) 몸이 달아 있는 상황”이라며 “광역 선거에는 돈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현재 정당 보조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8년 안 대표가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99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받아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안 후보는 성공한 벤처기업인이지만 ‘정치인 안철수’를 두고 금전적 부분에서 섭섭함을 토로하는 말이 의외로 많이 나왔다. 안 후보의 개인 재산에 대한 주변 기대가 큰 탓이다. 선거 캠프에서 후보의 알뜰함은 곧 인색함으로 여겨진다. 이번은 예외일 수 있을까. 

    선거비용 문제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 국민의힘 처지에서는 돈을 써가며 당선을 시켜줬는데, 안 대표가 과실을 모두 따 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측이 안 대표 쪽에 조직 가동을 비롯한 유세 지원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안 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최종 후보 등록일은 3월 18일부터 이틀간이며 선거인 명부는 같은 달 26일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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