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2

2020.10.30

4년 전 트럼프 당선 예측했던 국내 전문가 “올해 트럼프 가능성 더 높다” [허문명의 pick]

2016년 美 대선 결과 맞힌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인터뷰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입력2020-10-28 17: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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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11·3 미국 대선이 코앞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판세는 4년 전과 비슷해 보인다.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씩 차이를 좁히는 흐름이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미디어들이 힐러리 압승을 예견했던 4년 전, 드물게 트럼프 후보의 역전을 예견해 유명해진 여론조사 회사 ‘라스무센 리포트’와 ‘트래펄가 그룹’은 24일 잇따라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담은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는 4년 전 트럼프 당선을 공개적으로 예측했던 국내 거의 유일했던 국제정치학자다. 연세대 졸업 후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세종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기업원 부원장을 지냈다. 26일 만난 그는 “4년 전엔 거의 나 혼자 트럼프 된다고 해서 외로웠는데(웃음), 요즘엔 한국에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많아 마음이 훨씬 가볍다”는 말로 입을 뗐다.


    바이든 승리 장담할 수 없는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AP=뉴시스]

    -국내 언론에 보도된 대부분 여론조사가 바이든이 앞선다고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을 두루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는 곳들이 많은데 국내에는 보도가 잘 안돼 아쉽다.”
     
    -근거를 말해 달라. 

    “4년 전 힐러리 대 트럼프 지지를 묻는 조사에서는 대략 90대 10으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뒤졌다. 미국 미디어가 좌우로 매우 심하게 갈려 있다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우리 국내에서는 주로 CNN,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많이 전하는 데 전통 주류매체이긴 하지만 중도 리버럴로 분류된다. NYT는 노골적인 민주당 지지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매우 영향력이 큰 우파 인터넷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트 바르트’(Breit Bart)를 비롯해 많은 매체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코로나 때문에 사전 투표 열기도 뜨거운 것 같은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4년 전에는 중요 경합주는 물론 공화당 텃밭까지 사전투표에서 힐러리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약 15% 가량 앞서 거의 모든 미디어가 ‘힐러리 승리’를 예측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6, 7%에 불과하다. 



    수치는 바이든이 앞서지만 공화당 사람들이 정치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샤이 보터(shy voter·숨은 유권자)’가 많다는 걸 감안할 경우 이 정도 격차라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게 맞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12~15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많이 앞서고 있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 등 6대 주요 경합주의 경우 바이든이 간신히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격차라면 바이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4년 전, 대선 17일을 남겨놓고 힐러리 후보가 사전투표 여론조사 결과 최대 10% 포인트 차로 이기고 있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0.3~3.5%포인트 차로 모두 트럼프에게 졌다. 

    미국 내 최대 여론조사기관이라 할 수 있는 갤럽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갤럽은 매년 ‘파티 아이덴티피케이션(party identification)’ 즉 ‘정치적 성향이 뭐냐’는 조사를 하는데 ‘민주당 지지’라고 답한 사람이 공화당보다 보통 5% 내지 6%가 높았다. 4년 전 똑같은 질문엔 공화당 27%, 민주당 32%였다. 그런데 지난 14일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 28% 민주당 27%로 역전됐다. 2004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긴다고 예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층, 흑인 소수민족들까지 확산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가장 두터운 지지층은 누구인가. 

    “유권자의 대다수(70%)를 차지하는 1억6000만 명의 기독교 백인들이다. 이들 중 '에반젤리컬(evangelical)'이라 불리는 열성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 거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81%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럼프도 요즘 유세를 다니며 “코로나를 이기려면 보스 즉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예수와는 상대가 안 된다”는 등의 말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을 하고 있다. 동성애와 낙태를 반대하는 트럼프 입장이 보수 기독교 입장과 맞아 떨어진다. 최근에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후 연쇄 시위 사태로 생긴 사회 혼란을 우려한 백인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트럼프 지지로 옮겨가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유는 뭘까. 

    “결국 경제다. 트럼프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전만 해도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공화당이 '리퍼블리칸 워커스 파티(Republican Workers' Party)'로 불릴 정도로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세금 인하에 앞장선 것이 결정적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 교민과 통화하면서 ‘차를 세울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이런 성탄절은 오랜만’이라는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도 ‘4년 전보다 생활이 나아졌느냐’는 질문에 절반이상인 56%가 ‘예스’라고 답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재선이 있는 해 평균 40%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를테면, 2차 대전 이후 유일하게 재선에 실패했던 카터 대통령이 38%였고 레이건 대통령이 44%로 최고였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갈아 치운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4년 전 압도적 지지로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었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4개주) 지지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이다. 4년 전만 해도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 320만명이 실직상태였다. 중국으로 옮겨간 공장만 6만개에 달했다. 그런데 트럼프 재임 4년 동안 공장이 돌아오면서 사람들이 직장을 찾고 수입이 늘었다. 러스트 벨트는 특히 트럼프가 적극 장려한 셰일가스와 석탄, 철강산업의 중심지다. 셰일 가스는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가 대표적인 수혜를 입은 주(州)이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주택가 앞마당에 꽂혀있는 후보 지지 깃발이 10대1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러스트 벨트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군복 차림으로 총을 들고 다니며 지지를 외쳐 침묵하고 있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선거 당일 ‘샤이 바이든’표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보았다. 

    “여러 보도를 균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뉴욕포스트 15일자는 바이든의 망나니 아들로 불리는 헌터 바이든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에서 ‘헌터가 우크라이나 민영가스회사 이사로 일할 때 부통령이었던 아버지와 회사대표 만남을 추천한 이메일이 발견됐다’며 섹스비디오까지 저장돼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을 찍었던 사전투표자들이 선거권을 다시 행사해 지지를 포기할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흑인 등 소수 민족들은 반(反) 트럼프 성향이 높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이들도 일자리나 생활형편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력이던 중하층 백인 근로자들과 흑인 일부도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조사들이 있다. 특히 흑인들의 경우 4년 전 트럼프 지지가 8%였는데 지금은 4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경합주 중 최대 선거인단(29명)이 걸려 있어서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플로리다만 해도 라티노 등 소수 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Four more years(4년 더)’라는 구호를 내걸고 차량 3만대가 거리로 나와 친 트럼프 시위를 할 정도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실시한 플로리다 조사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이 각각 48% 동률로 나왔고 20일~21일 라스무센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 포인트가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재미있는 현상은 한국인 65%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LA중앙일보)다. 재미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높았는데 이것도 이례적이다.” 

    -흑인 시위 진압에 대한 반발 효과는 없나 

    “폭력사태에 대해 오히려 민심이반이 생겼다. 트럼프의 반 이민법에 대해서도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국 내 합법적 체류자들이다. 불법 이민자들 많아 봐야 자기 일자리만 빼앗기니까 말이다. ”


    바이든의 2대 약점, 건강과 'No비전'

    -지금 우리 상황도 비슷하지만 미국도 야당(민주당)과 바이든 후보가 너무 약체여서 반사적으로 트럼프가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맞다. 4년 전 힐러리 후보에 비하면 바이든 후보는 당내 신뢰도나 지지기반이 매우 약하다. 당선된다 해도 퇴임 때 82세가 되는 고령이라는 점도 마이너스다.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카우보이, 워리어(전사) 이미지로 상징되는 ‘건강하고 강한 리더’를 원한다. 미국 대통령이란 직업이 얼마나 격무인가. 기억력 상실, 치매 같은 건강 문제까지 불거져 나오는 바이든 후보는 불안감을 준다. 

    그가 미국의 미래에 대한 로드 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큰 약점이다. 트럼프의 실정만 이야기하지 미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명확한 대안이 없다. 실제로 바이든 지지층에게 ‘왜 지지하느냐’ 물으면 60%가 ‘트럼프가 싫어서’라고 말한다.” 

    -우편 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할 거라는 예상도 있다. 

    “우편 투표의 경우 사전에 투표지를 받아갈 때 지지하는 당을 표기하도록 하는 주(州)가 많기 때문에 사전에 대략 판세를 알 수 있는데 100% 확신은 못하지만 현재 공화당도 밀리지 않는 걸로 나온다.” 

    -코로나 방역에 실패해 재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재난을 인간의 책임이나 실패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도 3, 4일 만에 걸어 나오고 부인은 병원에도 안 갔다. 대변인도 며칠 격리가 끝이었다. 이러다보니 ‘코로나가 죽을 병 아니다. 두려워하지 말자’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주들에서 강력한 봉쇄를 하고 있다보니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높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는 문을 닫고 있지만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는 문을 열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통적 민주당 지지였던 소상공인들이 트럼프 쪽으로 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코로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유세를 다니는 트럼프를 보며 ‘용감하다’고 말하고 ‘바이든은 겁쟁이’라고 말한다. 19일 하루만도 트럼프는 하루에 직선거리 4000㎞에 달하는 공항 다섯 곳을 돌며 유세를 했는데 바이든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이번 대선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어차피 북한이나 한국이나 미국의 주요이슈는 아니다. 바이든이 되나 트럼프가 되나 똑같다는 말이다. 미국에게 중요한 상대는 중국이다. 결국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시절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리(미국)는 한국에 배팅했다. 한국은 누구한테 배팅할 거냐. 미국에 배팅하면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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