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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판결 앞두고 날카로운 신경전

“SK기술력 깎아내려고 LG화학이 中 기술 선전” vs “재판결과는 순리대로 나올 것”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K-배터리 판결 앞두고 날카로운 신경전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세계 3대 전지산업전으로 꼽히는 인터배터리 2020이 열렸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세계 3대 전지산업전으로 꼽히는 인터배터리 2020이 열렸다. [뉴스1]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서로 다른 개발 행보를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1위로 올라서자 SK이노베이션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추격하고 있다. 양사의 기술개발 노선 차이와 10월 26일 내려지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을 앞두고 격렬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은 니켈 비율

세계 3대 전지산업전인 ‘인터배터리 2020’이 21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198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K-배터리를 대표하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가 차세대 배터리 청사진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 계획은 이 행사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행사장에서 “9반반(NCM9½½) 이후 니켈 비중을 93% 이상 늘린 배터리를 연구 중”이라며 “2022년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LG화학 역시 NCMA 배터리를 통해 니켈 비중을 89% 이상 높일 계획이다. 

지 대표가 인터베터리 2020에서 말한 NCM9½½은 양극재 버전 중 하나다. 배터리 산업에서 NCM은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을 재료로 해서 만든 양극재(배터리 핵심소재)를 뜻한다. NCM 뒤에 차례로 붙는 세 숫자는 순서대로 해당 양극재에 사용된 세 물질의 비율을 의미한다. 가령 NCM111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이 1:1:1의 비율을 차지하는 양극재라는 의미다. NCM622와 NCM523처럼 세 물질의 구성 비율을 조정해 다양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세 물질 중 핵심은 니켈이다. 배터리 내 니켈 비중이 올라갈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NCM111보다 NCM622가 배터리 용량이 크다. 이는 주행거리의 향상과 직결된다. 양산된 전기차 배터리 중 니켈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NCM811이다. 다만 니켈은 단점을 갖고 있다. 배터리 내 니켈 비중이 커질수록 폭발위험성이 올라가고 내구성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는 코발트와 망간을 적절히 사용해 안정성을 높인다.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은 코발트와 망간 비중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성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경전

ITC 최종 판결이 다가오는 중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누가 먼저 하이니켈 배터리를 양산했는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자사에서 NCM622를 최초 양산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에 기아자동차 ‘쏘울EV’에 LG화학은 2016년에 쉐보레 ‘볼트EV’에 각각 납품했다. SK이노베이션이 2년 앞서 개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상황은 복잡하다. ‘쏘울EV’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48km에 그쳐 300km 대의 주행이 가능한 NCM622를 온전히 적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2016년 9월 26일 발표한 관련 레포트에서 SK이노베이션의 NCM622 양산 시점을 2017년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계약 내용으로 인해 배터리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증권 레포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제공 가능한 정보만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존 최고 스펙의 양산형 배터리인 ‘NCM811’의 최초 개발자를 두고서도 다툼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NCM811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2016년 세계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 중이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LG화학 관계자 “SK이노베이션 측이 사실과 다르게 홍보한다”고 되받아쳤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3가 2019년 발간한 레포트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이 2019년 중국 광저우기차(GAC)의 ‘Aion S’에 NCM811를 최초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NCM811을 2018년에 양산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배터리는 NCM811과 여타 모델을 혼합한 방식으로 설계된 만큼 온전한 NCM811 기술로 볼 수 없다는 것.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경전이 암암리에 이어지면서 업계 분위기도 미묘해졌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재판 상황에서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최대 적수인 중국의 CATL을 띄워주면서까지 국내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깎아내리는 것이 보기 좋지 만은 않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기준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GWh)에서 CATL은 15.5%를 차지하며 1위인 LG화학(15.9%)을 바짝 따라붙었다. 현재 LG화학과 CATL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해 정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SK베이션은 2.7%로 6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 ‘미운 6위’를 잡자고 ‘최대 적수인 2위’를 끌어들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타 조건 동일하면 MCNA가 낫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을 찾은 관람객들이 LG화학 전시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을 찾은 관람객들이 LG화학 전시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다음해는 양사 간 ‘NCM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양사가 서로 다른 개발노선을 밟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양사는 NCM에서 니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경쟁했다. LG화학은 폭스바겐의 준중형 SUV 전기차 ‘ID.4’ NCM712를 탑재했고 SK이노베이션은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에 NCM811을 탑재했다. LG화학의 경우 소형배터리인 원통형배터리에서는 NCM811을 양산해 테슬라에 공급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배터리 업계는 중대형배터리를 기준으로 기술 적용 여부를 평가한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에도 NCM 개발 노선을 이어가며 니켈 함량을 90% 대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90:5:5의 비율로 구성한 NCM9½½ 양산 계획이 대표적 예다. 반면 LG화학은 NCM712 이후 ‘NCMA’로 넘어가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NCMA는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다 알루미늄(A)을 더하는 양식이다. 학계에서는 니켈 함량이 동일할 경우 NCM보다 NCMA가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ACS Energy Letters’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니켈 함량이 약 90%인 수준에서 NCMA 형식의 양극재가 NCN이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로 구성된 양극재와 용량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발열안전성과 수명, 저항전도도 등에서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선 교수는 “양극재 선택지를 넓혀보자는 차원에서 연구했다”며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을 높이면 주행거리는 늘어나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들고 폭발위험성은 올라간다. 모든 것은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다. 기존에는 니켈의 단점을 줄이기 위해 망간이나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서 안정성을 높여왔다. NCMA는 망간과 알루미늄이 가진 장점을 모두 활용해보자는 시도에서 나왔다. 연구 결과 니켈 함량 비중 등의 조건이 동일하면 NCMA가 비교군(NCM·NCA)보다 성능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양사 간 소송은 K-배터리에 악영향”

26일 ITC에서 내려질 양사 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 역시 많은 관련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을 데려가는 방식으로 배터리 공정 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26일 최종판결을 통해 앞서의 판결을 확정하면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 ITC 결정에 따라 수입금지 조치 등을 결정하게 된다. LG화학 측은 “ITC 재판 결과는 순리대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재판 장기화에 따라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 역시 21일 인터배터리 2020 행사장에서 “(소송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면서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지속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두 회사의 문제기도 하지만 국내 K-배터리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결국 한중일 기업 간의 기술력 싸움이기 때문에 국내 굴지의 기업 간의 다툼이 바람직하지 않다. 1년이 넘는 장기간의 재판은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로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툼을 재판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그룹 차원에서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61호 (p50~52)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1266

제 1266호

2020.11.27

“신도시 공급 지연에 3040 ‘영끌’ 비율 올라간다”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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