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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판결로 본 국가 지자체의 산사태 책임

자연재해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無경보와 無통제 책임 폭넓게 인정…산지 개발은 명확한 인과관계 나와야 손해로 산정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우면산 판결로 본 국가 지자체의 산사태 책임

12일로 50일 간 장마가 이어져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을 세운 가운데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고,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거 우면산 산사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만큼 이번에도 산사태 손해배상 소송이 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6시 기준 집중호우 사망자는 31명, 실종자는 11명이다. 주요 사망 원인은 산사태로 인한 직·간접적 사고. 8일 전남 담양군에서 산사태로 고압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발생한 화재사고(사망 1명)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산사태 관련 사망자가 19명에 달한다. 이중 산림청이 지금까지 인정한 산사태 사망자는 4명.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 추후 집계가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9일 기준 전국에서 1079건의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가능한 모든 방법 동원해야 할 의무 있어”

우면산 산사태 복구 작업 관계자들이 2012년 6월 1일 막바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면산 산사태 복구 작업 관계자들이 2012년 6월 1일 막바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우면산 산사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9년 5월까지 이어졌다. 자연재해에서 당국의 책임을 법률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그만큼 길었다. 지금까지 법원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관련한 소송에서 정부와 서초구청의 책임을 가려내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들은 올해 산사태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 소지자와 보상액 수준을 정하는데 중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면산 산사태는 2011년 7월 27일 오전 7시40분경부터 한 시간 동안 우면산 13개 구역에서 150여 회의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16명이 숨지고 51명이 부상당한 사고다. 전날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화된 것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당시 법원은 지자체 등에 대해 산사태 대비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재난경보 전달 △교통 통제 △시설물 보존·설치 등에 대한 불이행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정준영)는 2016년 8월 우면산 산사태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 서초구청에 대해 4억7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서초구청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A씨가 급류에 떠내려가는 형의 자동차를 붙잡던 중 나무에 깔려 사망하자 A씨 부모와 형 등이 제기한 소송이다. 



당시 재판부는 “서초구청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를 지시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인데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산사태 경보 또는 주의보를 발령한 서울시 구로구와 금천구의 사례가 있다”며, 산사태 주의보나 경보 발령하고 지역 주민을 대피시길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서초구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듬해 10월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정부가 산사태 사망자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산사태 전날부터 유례없는 초단기 집중호우가 계속돼 우면산에서 상당량의 물과 토사가 쏟아졌고, 남부순환도로가 흙탕물로 침수된 상황이 보고됐음에도 지역 경찰서가 산사태 발생 이후에야 교통을 통제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남부순환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B씨가 토사물에 매몰돼 사망했다. 재판부는 정부로 하여금 B씨의 유가족에게 1억11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들 판결에서 법원은 A씨와 B씨가 사망함으로써 손해를 보게 된 예상 소득을 중심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법에 명시된 의무 이상의 책임”

9일 전남 곡성 오산면 한 마을의 일부 주택이 산사태로 인해 토사로 뒤덮여 있다. 해당 마을에서는 7일 발상한 산사태로 주택 5채가 매몰돼 5명이 숨졌다. [뉴스1]

9일 전남 곡성 오산면 한 마을의 일부 주택이 산사태로 인해 토사로 뒤덮여 있다. 해당 마을에서는 7일 발상한 산사태로 주택 5채가 매몰돼 5명이 숨졌다. [뉴스1]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정부의 책임이 폭넓게 인정된다고 말한다. 대법원이 공무원의 주의 의무를 매우 중하게 여겨 공무원이 법적 절차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면책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면산 산사태 이듬해인 2012년에도 이러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 

천주현 변호사는 “대법원은 재난에 대한 국가기관의 책임을 판결 할 때 단순히 법에 명시된 의무만을 기준으로 따지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본래적 사명이기 때문에,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초법규적으로 국민이 처한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며 “따라서 우면산 산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예상되는 결과를 국민에게 미리 알렸어야 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자연재해의 특성상 손해배상액은 다른 사건에 비해 적은 편이다. 실제 법원은 우면산 산사태 배상액을 원고 측 피해 산정액의 50%로 제한했다. ‘유례없는 수준의 국지성 집중호우’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사전 대응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이번 장마 역시 사상 최장 장마 등 각종 기록을 갱신해나가고 있는 만큼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천 변호사는 “자연재해에 대해 국가가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은 25% 혹은 50%로 산정된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산정액을 대체로 존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산업 등 산지 개발 두고 시끌

우면산 산사태 피해자들은 지자체의 산지 개발도 손해배상 청구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장준현)는 2014년 8월 “서초구청장이 우면산 중턱을 절개하여 생태공원을 설치함으로써 이 사건 산사태유역의 지반약화를 초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이 항소를 기각하면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서도 태양광발전시설 등 각종 난개발로 산사태에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 및 지자체의 산지 개발 관련 사업 인허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림청은 9일 기준 전체 1079건의 산사태 피해 중 태양광발전시설로 인한 산사태는 1.1%(12건)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산림청이 김재현 전 산림청장 재직(2017년 7월~2019년 12월) 당시에는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 탓에 논란이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청장은 2019년 4월 16일 국가안전대진단 합동점검 당시 인위적 산지 개발에 따른 재해 발생 위험성을 지적하며 태양에너지 발전시설 설치를 그 예로 언급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법원은 산사태 유발 원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천 변호사는 “특정 개발이 산사태를 유발했다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고 그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 과실이 분명해야 정부 및 지자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1252호 (p18~20)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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