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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네이버 페이 진격에 신용카드사 ‘빨간불’, 은행도 좌불안석

카카오톡·네이버쇼핑 사용자 붙잡고 기업가치 7조 원대로 성장…기존 금융권 “이익 감소” 우려에도 협업 길 찾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카카오·네이버 페이 진격에 신용카드사 ‘빨간불’, 은행도 좌불안석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직장인 정모(36·여) 씨는 최근 신용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보다 월 카드이용대금이 30만 원 가량 줄었기 때문. 정씨는 “돈을 아껴 썼나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신용카드 대신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에 현금을 충전해 지출한 게 그 만큼이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정씨는 지인에게 송금하거나 전기요금 같은 공과금을 낼 때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페이를 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주로 네이버페이에 현금으로 충전해놓은 포인트로 결제한다. 정 씨는 “카카오페이는 수시로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연동돼 있어 편리하고, 네이버페이는 포인트 적립금이 쏠쏠한 데다 개별 쇼핑몰에서 별도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도 네이버페이로 결제, 주문할 수 있어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제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을 사용하고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것보다 간편결제 포인트를 쌓는 게 더 알뜰한 소비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고객 ‘록인’ 효과로 급성장

카카오페이증권 홈페이지.

카카오페이증권 홈페이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3000만 가입자를 돌파한 카카오페이는 어느덧 매월 2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페이보다 1년가량 늦은 2015년 6월 등장한 네이버페이의 월 이용자도 1280만 명에 달한다(5월 기준).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한 규모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결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이러한 ‘페이 성장’에 힘입어 카카오 및 네이버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여름 11만 원대이던 두 회사 주가가 이달 들어 카카오는 35만 원, 네이버는 30만 원을 넘나들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를 7조1000억 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최근 1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추정된 기업가치(1조1000억 원)보다 7배 많은 수치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기업 가치를 각각 7조340억 원, 7조1900억 원으로 추산한다. 1000만 이용자에 힘입어 제3호 인터넷은행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토스의 기업가치(5조3200억 원)보다 2조 원 가량 높게 평가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록인(Lock In·잠금)’ 효과가 있다. 카카오페이는 45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덕분에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네이버페이는 ‘공룡 포털’ 네이버의 쇼핑, 웹툰, 영화, 드라마 등 서비스에 간편결제를 결합시켜 급성장 동력을 얻었다. 카카오톡 사용자에겐 카카오페이가 송금 수단으로 가장 편리하고, 네이버쇼핑 고객 입장에선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것이 혜택이 크다. 한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플랫폼’을 보유했다는 점은 다른 경쟁사가 넘어설 수 없는 카카오, 네이버만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페이 사용자’를 확보하면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고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도 유리하다. 최근 네이버쇼핑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의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지만, 네이버페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는 지난 1분기 33만 개에서 최근 40만 개로 늘어났다. 스마트스토어 신규 입점 숫자가 코로나19 이전 3개월 평균 2.2만 개에서 코로나 이후 3.3만 개로 45% 증가한 결과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 성장의 결정적 키(key)는 네이버페이”라며 “상대적으로 후한 포인트 제공하고, 개별 쇼핑몰에서 별도 회원가입 없이 결제·주문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의 편리성이 네이버쇼핑을 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현금을 네이버포인트로 충전한 뒤 네이버쇼핑에서 구매하면 구매대금의 2.5% 적립된다. 네이버통장 사용자는 3%가 적립된다. 

카카오페이 또한 송금 외 온·오프라인 결제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는 편의점, 카페, 외식, 뷰티, 마트, 쇼핑, 영화관, 면세점, 놀이공원 등을 포함해 40만 개의 온·오프라인 결제 가맹점을 보유한다. 카카오의 자체 온라인 쇼핑몰이라 할 톡딜·톡스토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 2분기 카카오의 거래형 커머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성장했다.

투자 파트너 카카오, 돈 빌려주는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통장’ 안내 페이지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통장’ 안내 페이지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마지막 단계는 ‘결제’이기 때문에, 결제 시장을 장악하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가 용이해진다”며 “최근 카카오, 네이버가 금융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확대해나가는 것도 먼저 페이를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월 카카오페이는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구 바로투자증권)을 편입, 카카오페이 계좌를 증권 계좌로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4개월 만에 140만 계좌를 유치했다. 또 ▲간편보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신용조회와 연계한 대출 비교 서비스 등 금융 서비스를 늘려나가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6월 수시입출금(CMA) 통장을 출시한 데 이어 조만간 대출·보험 서비스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소상공인에게 매출 실적 등으로 자체 신용평가를 해 중금리 신용대출을 해주는 것은 네이버 록인효과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별다른 자산이 없어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을 네이버 생태계에 붙잡아두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에 대출과 여신 날개 달아준다” 불만

카카오와 네이버 페이의 거침없는 진격을 바라보는 은행 등 기존 금융권의 속내는 복잡하지만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와 같은 여신금융업계는 간편결제 계좌 충전 한도를 높이고 ‘소액후불 결제’까지 허용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간편견제 계좌 충전 한도를 현행 200만 원에서 300만~500만 원으로 올리고, 30만~100만 원까지 소액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모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잘 나가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에 대출과 여신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고객 1명당 한 달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60만 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가 사실상 여신 사업까지 하게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은행권도 카카오와 네이버 페이의 진격을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페이는 금융 서비스를 넓히면서 은행 등 금융사 역할을 일부 대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펌뱅킹(금융결제망) 수수료가 앞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건당 30~50원(출근이체 수수료)이 되는 것도 은행 수익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펌뱅킹 수수료는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돈을 출금해 간편결제에 적립할 때 간편결제사(社)가 은행에 지급하는 대가다. 

그렇다고 이들이 항상 은행의 ‘적수’만인 것은 아니다. 간편결제를 사용하려면 은행 계좌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간편결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은행으로서도 신규 고객 유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에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자사 계좌를 만들어 카카오페이와 연결하면 혜택을 주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사용자가 충전금이 일정 금액 이하로 떨어지면 연결 계좌에서 돈이 자동으로 보충되는 ‘자동 충전’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도 수수료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48호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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