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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보수의 황무지서 ‘추미애 실망론’ 따라 표심 출렁

신뢰 정치 잇겠다는 고민정 vs 당과 정부 고치겠다는 오세훈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보수의 황무지서 ‘추미애 실망론’ 따라 표심 출렁

고민정(왼쪽). 오세훈.

고민정(왼쪽). 오세훈.

광진 을은 서울 지역 대표적인 여당 텃밭 중 하나다. 1996년 성동구에서 지역구 분리된 이후, 단 한 번도 총선에서 보수당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않은 지역이다. 

지형의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에서 꺼낸 카드는 인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후보로 나섰다. 그의 등판으로 여당 우세지역이었던 광진 을은 박빙의 접전지역이 됐다. 각 당 공천이 확정된 이후, 총 12번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차이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여당 후보로 나선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선출직 당선 경험이 없는 그야말로 정치 신인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는 고 후보가 우세했다. 12번 중 2번을 제외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고 후보의 지지율이 오 후보를 소폭 앞섰다. 

후보의 성격과 이력이 다른 만큼, 유세 현장과 지지자들의 모습도 사뭇 달랐다. 오 후보는 본인의 경력과 현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고 고 후보는 여당의 높은 지지율과 자신이 새로운 인물임을 강조했다.


보수 손길 닿지 않은 광진 을

광진을 지역구의 주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이곳에서 6번의 선거를 치렀고, 그 중5번(15,16,18,19,20대 총선) 당선됐다. 유일하게 낙선했던 17대 총선도, 사정이 있었다. 17대 총선이 치러진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사건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동의 없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는 이유로 당시 여론의 반발이 컸다. 특히 추 장관(당시 민주당 상임중앙의원)은 탄핵소추안에 줄곧 반대해오다가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져, 그 여파가 더 거셌다. 결국 17대 광진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열린우리당의 김형주 전 의원. 탄핵소추안 사건이 없었다면, 17대 총선에서도 추 장관이 당선됐을 가능성이 컸다. 



최근 치러진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광진을은 범진보 지지자들이 많았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사람이 53.76%.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46.24%였다. 2016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사람의 비율이 43%에 달했다. 자유한국당의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19%,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는 22%를 득표했다.


추미애에 실망 여론 커

2010년부터는 구청장도 전부 민주당계의 차지였다. 김기동 전 광진구청장이 8년 간 역임 후 2018년에는 김선갑 구청장이 당선됐다. 같은 선거에서 당선된 구의원도 14명 중 4명만 미래통합당이고, 나머지 10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오 후보는 4월 4~6일 3일간의 유세기간 내내 이점을 파고들었다. 여당이 그간 광진을 지역구를 이끌어왔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오 후보는 4월 6일 가두연설에서 “광진을은 20년간 정체돼 있었다. 이제는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후보를 들여, 변화를 꾀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 후보도 자신이 새로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4월 4일 유세현장에서 그는 “정치 경력이 짧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청와대에서의 경험과, 젊은 시각을 바탕으로 미래를 여는 새로운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역구에 오래 산 주민들의 생각도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두 후보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양동에서 15년간 살아왔다는 장모(62·여)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추미애 장관에게는 실망스러운 마음이 크다. 20년 가까이 이곳(광진을)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지만, 지역구를 제대로 챙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구의역 인근 개발, 지하철 구간 지하화 등 그간 내놓은 공약 중 대부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태양 미래당 대표도 유세 중 “지역을 돌아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이었다. (추 장관이) 본인의 당선을 위해 지역구를 이용하기만 했을 뿐, 지역구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유권자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오세훈의 광진 vs 민주당의 광진

추미애.

추미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실망한 곳이지만 민주당 지지율은 지금도 높다. 한길리서치가 1월 10~11일 19세 이상 광진구 주민 50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법으로 설문한 결과.(응답률 16.5%, 포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광진을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44.7%. 통합당은 비해 14.5%에 그쳤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에서 10년간 살아온 직장인 이모(35)씨는 “인근에 건국대, 한양대, 세종대 등 대학이 많아 젊은 인구 비율이 높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모임도 꽤나 있는 편이다. 젊은 층 중에서는 보수당보다는 진보 계열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믾이 민주당 지지율이 다소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 지지율 차이를 박빙으로 줄인 것은 ‘오세훈’이라는 이름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오 후보의 지지율(26.9%)이 통합당의 지지율을 상회했다. 실제로 구의역, 건대 입구역 인근에서는 고민정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비교적 고연령층 거주자가 많은 구시가지는 오 후보자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자양골목식당에서 만난 60대 이상의 광진을 지역 유권자 10명 중 6명이 고민정 후보의 이름을 몰랐다. 이 중 3명은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고민정 후보의 이름을 몰랐다. 고 후보도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라는 생각보다는, 접전 지역이라는 생각을 앞에 두고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후보 측은 유세 현장에서 당 보다는 인물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 후보는 매 가두연설마다, “국회로 들어가서 당(미래통합당)을 바꾸겠다. 당 이름처럼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폈다. 4월 6일 오 후보의 지원유세에 참여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업이 위태로워졌다.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시작으로 통합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해야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주장했다. 

이날 모인 지지자들의 생각도 같은 듯 보였다. 김 위원장의 방문 때문인지, 모인 사람도 많았다. 이 날 유세 장소는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의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 백화점 앞에 사람이 가득 차 통행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오 후보와 김 위원장이 한 마디 발언할 때마다, 지지자들은 현 정권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거나, 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흡사 시위 현장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고령층으로, 간혹 통합당의 분홍색 옷을 위아래로 갖춰 입은 사람도 있었다. 

고 후보 측도 유세 중 현 정권에 대해 주로 언급했다. 하지만 방향은 전혀 달랐다. 코로나19 대응, 국민과의 소통 창구 개방 등 정권의 공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고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청와대에서 일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통과 신뢰의 정치에 대해 배웠다. 국민청원 제도로 국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됐고, 코로나19 대응 등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들과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을 봐 왔다”고 말했다. 

고 후보의 연설을 들으러 모인 사람들은 비교적 조용했다. 주변에 서서 후보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후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갔다. 가두 연설을 들으러 사람들이 인근 골목을 가득 메우지는 않았다. 그 대신 오 후보의 연설을 듣던 사람들에 비해 연령대가 다양했다. 대학생, 어린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는 물론 희끗희끗한 머리의 고령층도 간혹 보였다. 유세가 끝나면, 이들은 고 후보와 사진을 찍거나, 응원한다며 음료수 등 작은 선물을 전달하곤 했다.


자격 미달 vs 네거티브 없는 정치

통합당의 기조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인 만큼, 오 후보 측은 상대 후보에 대한 이야기도 멈추지 않았다. 4월 4일, 고 후보 측이 “해외에서도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칭찬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오 후보는 유세 현장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의료진이 희생되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이라면 국민의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가 방역을 잘 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고 후보가 지역구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에 ‘충청도 출신 아버지와 전라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문구가 있는 것을 두고 “지역감정을 건드렸다”고 평했다. 광진을은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은 지역이니 이 내용으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4월 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백화점 앞 유세현장에서 오 후보는 “아무리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려도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금기”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면 고 후보 측은 유세 현장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고 후보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양측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모습이 아니다. 정당한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합의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같은 통합의 정치를 위해서라도 유세 현장에서는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터줏대감 사라진 자리에서 붙은 빅매치

사실 두 후보는 광진을 지역구와는 관계가 깊지 않다. 오 후보는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16대 총선(2000년)에는 강남을 지역구에 출마했었고, 20대 총선(2016년)에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정세균 국무총리와 맞붙어 낙선했다. 고 후보는 줄곧 서대문구에 살다가 후보등록 직전 광진구로 주소를 옮겼다. 

고 후보가 공천을 받기 전 여당에서는 김상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광진 을에서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11월 18~21일 여론조사기관 알앤서치가 서울 광진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9명을 대상으로, 유선 (RDD) 12.2%, 무선가상번호 자동응답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와 김 전 행정관의 양자대결에서 오 후보가 43.9%, 김 전 행정관은 33.7%로 10%p이상 차이가 났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김 전 행정관이 광진을 지역구 예비후보로 본격적으로 나선 뒤에는 이 수치가 뒤집어졌다. 한길리서치의 1월 10~1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의 지지율은 35.0%, 오 후보의 지지율은 26.9%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2월 19일 고 후보를 전략 공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2월 20일 김 전 행정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3월 2일 이를 번복, 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터줏대감 잃은 보수의 황무지에서 벌어지는 인물 대결, 추미애 실망론, 세대별 지지율 차이가 이 지역구의 표심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간동아 2020.04.10 1234호 (p12~13)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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