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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코로나19가 드리운 대공황의 그림자 세계경제, 최악의 실업대란 직면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코로나19가 드리운 대공황의 그림자 세계경제, 최악의 실업대란 직면

1930년대 초반 대공황으로 직장을 잃은 미국 실업자들이 시카고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서 있다. [NARA]

1930년대 초반 대공황으로 직장을 잃은 미국 실업자들이 시카고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서 있다. [NARA]

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돼 1933년까지 각국으로 파급된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말한다. 각국은 대공황 때 생산의 대폭 감소, 교역 축소 등으로 기업이 줄도산하면서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대공황의 엄혹함을 잘 나타내는 통계가 실업률이다. 미국 실업률은 1929년 3% 수준이었으나 1933년 25%를 기록했다. 당시 미국 전체 인구는 1억2600만 명이었는데 실업자는 1283만 명이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044억 달러에서 560억 달러로 40%나 떨어졌다.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각국 경제도 동반 추락했다. 영국과 독일 실업률이 각각 22.1%와 29.9%를 기록하는 등 유럽 각국에서도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로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을 가진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대공황 때보다 더욱 심각한 ‘대대공황’(大大恐慌·Greater Depression)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GDP가 몇 년이나 몇 달도 아닌 불과 몇 주 만에 급감했다”며 “글로벌 경제는 앞으로 V자도, U자도,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하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V자’형은 짧은 침체 후 바로 반등하는 것, ‘U자’형은 침체가 더 길게 이어졌다 회복하는 것, ‘L자’형은 경기가 하강한 뒤 장기침체로 가는 것을 뜻한다.


V자형도, U자형도, L자형도 아닌 I자형

미국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왼쪽). 미국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고자 한 쇼핑몰 앞에 줄을 서 있다. [Las Vegas RJ, 위키피디아]

미국 실업자들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왼쪽). 미국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고자 한 쇼핑몰 앞에 줄을 서 있다. [Las Vegas RJ, 위키피디아]

실제로 루비니 교수의 지적대로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캄캄한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국제경제기관과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경제가 올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전 세계 경기침체는 90% 이상 확률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1970년대 오일쇼크와 비슷한 양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하반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정점을 찍느냐에 달렸지만,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 본다”고 진단했다. 모리 옵스트펠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역시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번처럼 전 세계 경제생산이 동시에 차질이 생긴 적이 없다”며 “대공황 당시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나쁘거나 더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주요 금융사 450개가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4%에서 -1.5%로 낮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0.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가 지난해 11월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독일 금융사 알리안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경제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1.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올해 세계 GDP가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9조 달러(약 1989조9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세계 GDP가 88조 달러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GDP의 10%가 날아가는 셈이다. 

세계경제가 악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국 경제가 대공황 당시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되면서 앞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국제경제기관과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은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에서 -10%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6%를 보인 뒤 2분기에는 -24%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3%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3% 예상

미국 뉴욕 증시 중개인들이 주가 하락 폭을 확인하고 있다. [NYSE]

미국 뉴욕 증시 중개인들이 주가 하락 폭을 확인하고 있다. [NYSE]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제악화에 따른 실업대란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2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둘째 주(8〜14일)의 28만1000건과 비교하면 12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3월 셋째 주 신청 건수는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69만5000건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일자리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미국의 2월 실업률은 3.5%로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폭증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 주정부가 자택 대피령을 비롯해 이동제한과 의무휴업 같은 각종 조치를 내리면서 실물경제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뉴욕, 뉴저지, 오리건, 켄터키, 콜로라도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실업수당 신청이 폭주하면서 전산 시스템이 다운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의 실업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함에 따라 기업들이 줄도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미국 의회가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 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실업대란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27일 서명해 발효된 이 법안의 핵심은 △기업 대출 5000억 달러 △중소기업 구제 3670억 달러 △실업보험 확대 2500억 달러 △국민 개개인에 대한 현금 지원 2500억 달러 등이다. 이 법은 기업 도산을 막고, 해고된 실업자들을 도우면서 소비도 진작하려는 의도로 제정됐다. 특히 이 법에 따라 연간 소득이 7만5000달러(약 9161만 원) 이하인 경우 성인은 인당 1200달러(약 147만 원), 자녀는 인당 500달러(약 61만 원)를 받게 된다. 다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지급액은 줄어들고, 연소득이 9만9000달러(약 1억2000만 원)를 넘는 국민은 돈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3월 23일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해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달러화를 제한 없이 찍겠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기업의 줄도산을 막고자 회사채까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카드로, 코로나19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 14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

미국 뉴욕주 응급요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구급차에 타우고 있다. [USA 투데이]

미국 뉴욕주 응급요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구급차에 타우고 있다. [USA 투데이]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수그러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실업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올여름까지 최대 14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실업률이 9%까지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비가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실업대란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유럽 등 각국 실업대란을 촉발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로존 실업률이 1월 7.4%에서 6월에는 9%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도 최대 200만 명이 실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적으로 실업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200만 명)보다 많은 최대 2470만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각국이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판 페스트’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지구촌에 대공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주간동아 2020.04.03 1233호 (p18~2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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