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4

2020.04.10

의료봉사 체험기

코로나 사투 환자들의 생환 기적, “드라마에도 없는 감동”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입력2020-03-27 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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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환자들을 응원하는 한 간호사

    코로나 환자들을 응원하는 한 간호사

    지난주 필자는 의사 출신 기자로 대구에서 10일 동안 의료봉사를 하면서 긴박하게 돌아갔던 병동 현장을 자세하게 적어 올리고 동영상으로 소개했다. 그 중 친구 어머니인 김종래(65)씨가 중환자실에서 자식들의 편지와 사진을 받았던 장면과 입원 뒤 폐렴이 심해지면서 중증으로 악화된 윤모 할아버지(87)를 대구에서 전북대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사투를 벌였던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정말 다행인 점은 두 분 모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내고 회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김 씨는 아직은 산소 투여를 하는 중이지만 상태가 거의 호전된 상태다. 

    중환자실 주치의였던 박재석 호흡기내과 교수는 “김 어머님은 26일 찍은 CT에서 폐에 흉터가 남아어서 산소를 투여했다가 다시 끊었다가 하면서 폐의 상태를 계속 관찰 중이다”면서 “폐의 기능이 좀 더 호전돼 코로나19 음성이 나오면 퇴원 예정이다”고 말했다. 

    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도착하자마자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지금은 인공호흡을 떼어내고 산소에 의지하지 않고 자가 호흡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윤 할아버지의 이송과 관련해서는 지난주 기사가 소개되면서 감동의 이메일을 두개를 받았다. 하나는 윤 할아버지 아들 부부의 편지이고 또 하나는 전북대병원 주치의인 호흡기 내과 이흥범 교수의 이메일이었다. 모두 죽음의 문턱을 오간 환자를 두고 의료진과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 졸이며 힘을 쏟았는지를 보여주기에 아래에 그대로 싣는다.

    윤씨 아들의 편지, “2번의 기적”

    안녕하세요, 이진한 동아일보기자 & 의사선생님? 방금 오후3시에 올라온 기사를 보았습니다. 보자마자 제 아버지였습니다. 6일 오후 1시 대구 동산병원에서 앰뷸런스로 출발해 전북대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되어 오후 3시전 도착하자마자 기도삽관을 하였고, 사실 양쪽 병원에서도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었으나, 전북대병원 호흡기내과 코로나 대응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집중적인 치료로 인해 기도삽관 14일 째인 어제 기도삽관 기계호흡을 떼고 자가호흡을 하는 두 번째 기적의 치료과정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동산병원 5인실 일반 격리병동에서 13일간 있는 동안 7일차부터 갑자기 폐렴이 급속히 악화돼 불과 48시간 만에 폐 전체에 폐렴이 번졌습니다. 산소마스크 산소공급 최대상태에서도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눕지 않고 앉혀놓으면 그나마 호흡이 유지되어서, 옆 병실에 코로나로 입원한 큰누나가 남자 5인실에 들어와서 3일간 잠을 못자고 아버지를 붙잡아 세우면서 호흡을 유지하는, 그야말로 두 분이 사투 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만87세 고령에, 심장수술 기저질환자로 심장기능이 정상인의 3분의 1 수준 밖에 남아있질 않기 때문에, 이미 폐렴이 최악으로 번진 상태에서 가망이 없다고 의료진들은 판단하고 준비하라는 말을 4일간 몇 차례 하던 상태였습니다. 

    유일한 치료희망은 기도삽관 기계호흡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송할 중환자실도 4일간 애타게 찾았으나 국립중앙의료원, 대구시 방역센터 등 어느 기관에서도 방법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와 중에 6일 10시 반쯤, 거의 호흡이 멎어가고 큰누나, 아버지도 체력이 소진되고 큰누나의 교차 감염 위험성도 커져서 온 가족이 애만 타고 현실적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상태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나중에 알았지만, 당시 대구에서 중환자실 이송 요청 중인 총 환자수는 100여명이었다고 합니다).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에서 전북대병원의 지원을 받아냈고 아버지를 이송하게 되었는데, 앰뷸런스에 호흡기내과 의사 한 분과 다른 이송요원 한 분이 동승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송 중에 이동형 산소마스크 간이장비의 성능 차이와 바이탈의 악화 등 가중되는 위험으로 인해 돌아가실 확률이 매우 높고 이미 사례들이 많아서, 거기에 대한 동의를 두 세 번씩 했습니다. 가는 동안 동승하는 분들이 최선으로 케어해 주기를 염원하며 노심초사 2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서울, 인천에서 아들 2명이 각자 출발하여 전주에 3시에 도착했는데, 이송 2시간 반 정도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불과 1시간45분 정도 만에 이송이 되었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도삽관 시술이 진행된 후였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다행스럽게 이송과 기도삽관 시술을 무사히 받으셨고 그날 밤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동산병원의료진이 전북대병원 중환자실에 연락이 되고 전북대병원에서 받아져 이송이 무사히 되고 기도삽관이 무사히 된 것까지가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은 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고 그날 거기에 인류애를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기적이었습니다. 이후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살아나시기를 바라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사태초기에 대구 시스템 역부족으로 대구동산병윈 의료진들이 아비규환 사투를 벌이며 치료해주셨습니다.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생명의 은인처럼 이송을 받아준 전북대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어디 드라마에서도 본적 없는 환상적인 치료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동했습니다. 마음깊이 사랑합니다, 전주, 전북대병원. 그리고, 아버지의 치료가 더디지만 안정적으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3윌 6일 이송 앰뷸런스에서 애써주신 분이 누구일까, 그 시간 속에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를 궁금하게 생각했는데, 기사를 읽고 이진한 선생님인걸 알았습니다, 그 과정도 알게 됐구요.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자원해서 대구동산병원 봉사를 해주신 봉사. 희생. 용기에 정말 감동과 찬사를 보냅니다. 이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가 살아나시는 기적의 한 조각이십니다. 우리 부부가 울면서 기사를 읽고 이 글을 드립니다. -인천에서 윤동현, 김혜경 드림

    전북대병원의 치료기, ‘당신의 애절함과 땀방울’ 기억

    이진한 기자님이 ‘주간동아’에 올린 ‘죽음의 경계에 선 코로나환자들, 처절한 몸부림에 의사도 눈물 쏟아져’란 기사를 보았습니다. 먼저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감사합니다. 동산병원으로부터 전원 되신 87세 환자분을 처음 뵐 때 느낀 점은 최대량의 산소 투여에도 이미 말초 부위는 청색증(cyanotic) 상태이고 의식도 흐릿한 상태였습니다. 더욱이 전원 시 자녀분께서는 심폐소생술(CPR)은 원하지 않는 상태였기에 그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하고 그 먼 길을 장시간 달려온 선생님들과 지금도 땀 흘리시는 대구, 경북의 의료진을 생각하며 MICU(내과중환자실)에 입실과 동시에 힘든 치료와 경과가 예상되었지만 기도삽관과 인공호흡을 시작했습니다. 기저 질환으로 심장혈관이식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과 그 이후에도 스텐트 삽입술을 받으신 분이었으나 다행이 심장기능도 잘 버텨주셨고 중간에 악화되었던 간기능 이상도 회복되어 힘들었던 13일간의 인공호흡기 치료 후 발관하였고 현재는 추가적인 산소 공급 없이 침상에서 재활 중이십니다. 

    저는 응급센터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송차와 함께 오신 그때 선생님들의 눈빛, 고글 사이에 숨겨져 있던 애절함과 땀방울을 기억합니다. 다행히 환자분 경과가 호전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힘든 치료 과정을 잘 견뎌내신 환자분 외에도 이송 등과 관련한 빠른 결정과 힘든 이송과정 문제를 해결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가져온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노고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저희가 대구, 경북의 모든 의료진 여러분께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하고 또한 저희 전북대병원 MICU 팀을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북대학교병원 MICU 이흥범.

    의료진의 노력과 가족의 지지, 환자가 살고자 하는 노력

    많은 환자들이 회복돼 퇴원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기 때문에 악화되면 치료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 물론 에볼라 치료제가 임상 시험에서 사용되고 있고 HIV 치료제가 많은 환자들에게 초기에 사용되고 있다. 어떤 의사들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들을 옆에서 지지해주는 의료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의 지지도 코로나 극복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의료계의 자발적인 참여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데 큰 힘이 됐다.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모든 의사들이 도와 달라고 성명서를 냈다. 흡사 의병을 모집한 것과 유사했다. 전국에 250여명의 의사들이 화답했다. 1300여명의 간호사들도 달려왔다. 개인적으로 찾아온 의료진도 많았다. 

    이를 본 한 의사는 일본의사회에서는 의사들이 감염 우려가 있다고 검체검사를 안하겠다고 선언도 하는데 한국의사들은 무식하고 용감해서 '내가 안하면 누가 하겠어' 이러면서 감염의 우려가 높은 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하고 진찰하고 치료한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본인은 코로나 걸리는 건 괜찮은데, 본인 때문에 다른 의료진들이 자가 격리 되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따른 나라에서는 시도를 못했던 드라이브스루, 워크스루, 그리고 경증환자 위주로 격리시키는 생활치료센터 도입 등은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대유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선도적 역할, 위험에 환자들을 살려내기 위한 그들의 자발적 노력에 우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10일간 의료봉사 기간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과 가족들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모두 삶의 의지를 다지고 하루속히 건강한 사회가 돌아오길 고대하고 있다. 이분들의 염원은 지금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생환(生還) 기적을 불러오는, 작지만 빼놓을 수없는 조각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병원에서 감염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와 가족 여러분, 의료진과 함께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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