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8

2020.02.28

책 읽기 만보

우아하고 커다랗고 완벽한 곡선 外

  • 입력2020-02-28 15: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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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아하고 커다랗고 완벽한 곡선
    데이비드 조이 외 25명 지음/ 방진이 옮김/ 현암사/ 304쪽/ 1만5000원 

    제목만 보고 책 내용을 간파한 당신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시인 아니면 강태공. 초등학교 6학년 때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낚싯대를 들고 일주일이나 학교를 빠져가며 연어낚시를 떠나, 황혼녘에 할머니가 조용히 연어를 낚아 올리던 순간을 인생 최고 순간으로 기억하는 데이비드 조이가 기획하고 서문을 썼다. 이에 호응해 에세이를 보내온 25명의 재기 넘치는 작가의 글 중에는 바닷가재, 상어, 메기, 심지어 개구리까지 다양한 낚시감에 대한 전문가적 글도 있다. 반대로 낚시를 갈 때마다 허탕 치기 일쑤이거나 ‘제일 큰 물고기는 언제나 놓친 물고기’라는 낚시꾼의 변명을 몸소 실천한 낚시 문외한의 유머 넘치는 글도 있다.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낚시는 늘 다음으로 미룬다거나, 자신이 잡은 1m짜리 고등어를 산 속에 박제해 걸어놓은 산골 출신 작가의 미묘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원제는 ‘Gather at the River’.

    포토아크, 새
    조엘 사토리·노아 스트리커 지음/ 권기호 옮김/ 사이언스북스/ 240쪽/ 2만9500원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는 스스로를 남극에서 온 자이언트 펭귄이며 나이가 열 살이라고 소개한다. 키는 180cm가 넘고 몸무게도 90kg 이상인 자이언트 펭귄은 4000만 년 전에 살다 멸종된 펭귄이다. 또 펭귄의 수명은 스물 살 정도이므로 열 살이면 중년으로 봐야 한다. 예능을 다큐로 받자는 말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새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사진으로 기록해두자는 ‘포토아크’의 기획자이자 사진작가인 조엘 사토리가 촬영한 279종 300여 컷의 다양한 새 사진과 잡지 ‘탐조’의 부편집장으로 1년 동안 6042종의 새로운 새를 찾아내 이 부문 신기록을 갖고 있는 노아 스트리커의 글이 만났다. 아름다운 깃털과 경이로운 비행능력을 지닌 새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실리콘 제국
    루시 그린 지음/ 이영진 옮김/ 예문아카이브/ 392쪽/ 1만8000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 ‘빅 테크’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집단이자 문화 아이콘이다. 이들은 단지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멈추지 않고 정치, 의료, 교육, 주거 등 전통적인 정부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기자 출신 미래학자인 저자는 기업 리더, 벤처캐피털리스트, 학자, 활동가와 인터뷰를 통해 빅 테크가 목표로 하는 ‘테크노토피아’의 본질을 파헤친다. ‘그들이 추구하는 미래가 우리가 원하는 것인가’가 저자의 문제 의식이다.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가부장적인 백인 중심의 기술업계에 가장 강력한 지위를 허용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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