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8

2020.02.28

[단독] 진단키트 싸게 판다? 코로나 불안감 파고든 유통업자 주의보

채팅방에서 “2만 원에 사서 3만5000원에 팔라” 권유 … 전문가 “중국 CFDA 허가 못 받은 부정확한 제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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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2-25 1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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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 일당이 판매하는 무허가 코로나19 검사키트(왼쪽)와 해당 제품이 중국 방송에도 소개됐다며 제시한 사진. 해당 제품 패키지에는 제조사는 달서생물(达瑞生物)이며, 제품명은 ‘신형관상바이러스 lgM 항체검사용 약제키트’라고 쓰여 있다. [최진렬 기자]

    A씨 일당이 판매하는 무허가 코로나19 검사키트(왼쪽)와 해당 제품이 중국 방송에도 소개됐다며 제시한 사진. 해당 제품 패키지에는 제조사는 달서생물(达瑞生物)이며, 제품명은 ‘신형관상바이러스 lgM 항체검사용 약제키트’라고 쓰여 있다. [최진렬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불안감을 노리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자가진단 키트’를 국내에 유통시키려는 판매업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재 식약처가 판매 허가한 진단 제품은 두 개뿐”이라며 “식약처 허가 없이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면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문이 꽤 많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마스크코로나키트판매공유방’에서 코로나19 검사키트 관련 대화내용 갈무리. [최진렬 기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마스크코로나키트판매공유방’에서 코로나19 검사키트 관련 대화내용 갈무리. [최진렬 기자]

    2월 22일 카카오톡에 개설된 오픈채팅방 ‘마스크코로나키트판매공유방’에서는 중국산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에 대한 수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 채팅방을 개설한 업자들은 자신들을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무역업자라고 소개하면서 해당 제품이 “15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오며 정확도가 90% 이상이다. 중국 방송에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2월25일 오전 현재 이 채팅방에는 70여 명이 들어와 있다. ‘얼마에 살 수 있느냐’, ‘온라인 재판매가 가능하냐’, ‘허위광고에 걸리진 않느냐’ 등 문의가 올라온 상태다. 이들 업자 중 한 명인 A씨는 기자와 따로 개설한 채팅방에서 ‘주문이 꽤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진단 키트를 개당 2만 원에 판매한다. 최소 주문 물량은 1000개. ‘현금만 받는다’고 했다. 총 구매금액의 절반을 먼저 입금하고, 중국에서 물건을 배에 선적할 때 나머지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A씨는 “이 진단 키트를 온라인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3만5000원에 팔 수 있을 것”이라며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처럼 설명했다. 그는 “진단 키트는 의약외품이라 별도의 허가가 필요 없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식약처가 허가한 코로나19 진단 제품은 씨젠의 ‘올플렉스 2019-nCoV’와 코젠바이오텍의 ‘파워체크 2019-nCoV’로 두 개뿐이다. 이 밖의 코로나19 진단 제품은 판매가 금지돼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질병 진단에 쓰이는 진단시약은 의료기기”라며 “무허가 의료기기를 제조하거나 수입해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무허가 의료기기 판매를 감시하는 별도의 조사단도 두고 있다.



    코로나 공포심 노린 돈벌이

    코로나19 진단시약 제조업체 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허가 받은 진단시약을 제조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진단시약 제조업체 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허가 받은 진단시약을 제조하고 있다. [뉴시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A씨 일당이 판매하려는 제품 사진을 기자로부터 받아본 뒤 “중국 현지 의사를 통해 알아봤던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CFDA(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가 허가한 제품 중 해당 제품은 없다고 중국 의사가 확인해줬다”며 “진단 정확도 역시 5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확도가 낮은 제품으로 진단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통해 감염자가 비감염자로 나타날 수도 있다. 자가진단 키트를 사용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섣불리 확신하지 말고 매사 조심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민의 공포심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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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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