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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보다 공포 확산이 더 문제… 한국 의료진 잘하고 있다”

세계적 바이러스 전문가인 강칠용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교수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바이러스보다 공포 확산이 더 문제… 한국 의료진 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강칠용]

[사진 제공 · 강칠용]

강칠용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Microbiology & Immunology) 교수는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다. 바이러스 분자구조를 밝히는 분자 바이러스학 1세대 학자로 평생을 바이러스 연구에 바쳐온 그는 1993년 캐나다 학자들도 가입이 어렵다는 왕립캐나다학술원(Fellow of Royal Society of Canada Academy of Science)에 한국인으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바이러스의 자기억제 메커니즘을 구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의학 분야 호암상을 받기도 했다. 

강 교수는 2월 11일 기자와의 국제전화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주의 깊은 대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너무 과도한 공포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치사율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증상도 약하고 치사율도 낮다

“사람에게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그 모양이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 ‘코로나’라고 명명됐는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이번 신종은 ‘COVID-19’로 명명됐다. 이번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치사율이 지금까지 볼 때 2%가량이니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높지 않다. 2002~2003년 사스는 약 10%에 달했고, 2015~2016년 메르스는 치사율이 35%가 넘어 코로나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위험했다.” 

그런데도 그때에 버금가는 공포가 번지는 이유는 뭔가. 

“감염이 돼도 증상이 약해 전달자가 ‘무증상 상태’, 즉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전파 속도가 빠른 가장 큰 이유도 감염자들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감염시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독감보다 증상이 약하다. 고열이 나고, 기침·가래가 있으며, 나중에 폐렴까지 가지만 이 증상을 다 보이는 환자는 많지 않다. 증상이 시작되고 2주가량 지나면 완치돼 퇴원하는 사례도 많다. 중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증상으로만 따지면 독감(Influenza)이 더 심하다. 한국만 해도 1년에 약 2000명이 독감으로 죽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최초 발생국인 중국에서는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감염자의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사람은 증상이 심하지 않고 보통 2주 후면 완치된다.” 



중국은 이미 사망자 수가 1000명을 훌쩍 넘겼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총 4만2000여 명이고 그중 1000여 명이 죽었다. 치사율이 2%대다. 초반에 격리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갑자기 감염자가 늘어나니까 수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는 “바이러스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심리적 공포의 확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공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바이러스나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여행과 교역 중단은 아직 불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도 이번 사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HO는 바이러스가 번지는 지역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할 뿐 차단은 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이 권고를 따랐으면 좋겠다.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것만큼 주의해야 할 것은 공포의 확산을 막는 일이다. 언론 역시 국민에게 너무 겁을 주거나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를 자제했으면 한다. 캐나다에서 한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데, 단정적인 보도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내용들이 있어 걱정이다.” 

예를 든다면? 

“격리 중인 사람 가운데 확진자가 드문데도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Biosafety Lebel 4)가 발생했을 때만 입는 우주복처럼 생긴 복장을 한 의료진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은 국민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고 느껴진다.”


글로벌 세상에서 완벽한 검역은 불가능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교민과 중국 국적의 가족 중 코로나19 유증상자가 2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통해 귀국한 교민과 중국 국적의 가족 중 코로나19 유증상자가 2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확진자들이 각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음식점이나 백화점 등에 다니고, 불특정다수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국경이 없어진 요즘 같은 글로벌 세상에서는 완벽한 공항 검역이나 추적 조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접촉했다고 다 감염되는 것도 아니다.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이나 대형마트, 회사를 폐쇄하는 조치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선제적 조치라고 할 만하다. 일단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게 중요하니까.” 

폐렴이 완치된다 해도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보도도 있다. 

“아직은 완치 후 퇴원한 환자들의 상태가 자세히 보고되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다. 폐렴을 동반하지 않은 확진자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고 들었다.”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공중방역 수준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정부가 크게 신경 쓰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나아지리라 생각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음압병실 1000개를 설치한 것도 대단한 거다.” 

중국인의 입국을 다 막아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중국 우한시의 치사율은 4%가량으로 가장 높다. 중증환자들이 갑자기 몰려드는데 의료진과 관리 병상이 적어 사망자가 많이 생긴 거다.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湖北)성 전체의 치사율은 약 3%이고, 이를 벗어난 중국의 다른 지역은 0.1~0.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같은 의료 수준에서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후베이성 사람들에 대한 입국 단속에는 동의하지만 베이징, 난징 등 모든 중국인을 막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거듭 말하지만 WHO 권고를 따르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까지 한국의료진의 대처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모범적”이라고도 말했다. 

“우리 의료시설이 매우 잘돼 있다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지난번 메르스는 전 세계적으로 치사율이 34.5%였는데 우리나라는 19.4%였다. 의료시설은 물론, 환자 케어 시스템이 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신속하게 격리치료를 잘하고 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가 모든 감염자를 추려내고 있는데 6~7시간이면 진단이 가능한 것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이제는 행정력만으로 막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 무엇보다 개개인이 위생수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진 것 같은데. 

“마스크는 필수다.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감염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할 때 침이나 콧물의 미세 물방울에 들어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어서다. 코로나19는 증상이 약하기 때문에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호흡기 감염은 손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디어는 공포 부추기지 말아야

의학이 급속도로 발달했다 해도 바이러스에 전 지구촌이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무력감이 느껴진다. 

“바이러스는 생물체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로, 그 자체만으로는 성장과 번식이 불가능해 숙주세포가 필요한 세포 내 미생물이다. 숙주세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바이러스도 있지만, 무서운 병을 일으키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인수공통감염병의 65% 이상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세포가 없으면 증식이 불가능하니 이걸 죽이려면 멀쩡한 세포까지 죽여야 하는데 이것을 컨트롤한다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증상 치료에 먼저 집중하고 면역력에 의지해 나을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방법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예방 차원에서 바이러스 질병을 다루면 효과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옛날에 ‘마마’(천연두)라고 해서, 많은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 병이 있었다. 하지만 WHO가 1967년부터 천연두 백신(Smallpox vaccine)을 이용한 퇴치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그 결과 1978년 이후 전 세계에서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전히 사라진 거다. 무서운 바이러스 질병을 퇴치한 인간의 대승리라 할 수 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도 전 세계적으로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라고 비관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보고 희망을 가져야 할 때다.” 

코로나19는 언제까지 갈까. 

“사스나 메르스는 8개월에서 1년 걸렸다. 세계가 합심해 확산을 방지하고 예방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잠잠해지기까지 최장 1년가량은 걸리지 않을까.” 

캐나다도 확진자가 나왔나. 

“2월 10일 현재 7명이 나왔는데, 첫 번째 확진자는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중국에 다녀온 우리 대학 학생도 있는데 증상이 매우 약해 집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금요일, 매우 호전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른 확진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들었다.” 

5~6년 간격으로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또 어떤 종류의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기는 어렵다. 정상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바이러스만 죽이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필요하지만 역시 어려운 과제다. 다만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를 단시간에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해두면 예상치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강칠용 교수
[사진 제공 · 강칠용]

[사진 제공 · 강칠용]

“바이러스보다 공포 확산이 더 문제… 한국 의료진 잘하고 있다”

1961년 덴마크 맬링농대 입학, 1971년 캐나다 맥마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캐나다 토론토대 부설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일하며 바이러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사학위 취득 후 1971년 바이러스학 권위자이자 1975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인 하워드 테민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의 연구실에 합류했다. 1974년 텍사스주립대 사우스웨스턴 의대 교수, 1982년 캐나다 오타와대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주임교수를 거쳐 1992년 웨스턴온타리오대로 자리를 옮겼다. 4만여 명이 재학 중인 이곳에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7년간 동양인 최초로 자연대학장을 지내기도 했다. 웨스턴온타리오대는 그를 위해 의대에 연구실 건물(Sirbens-Drake Research Institut)을 특별히 만들기도 했다. 2012년 데이비드 존스턴 전 총독으로부터 영연방 각 분야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인 다이아몬드 주빌리 메달을 받았다.






주간동아 2020.02.14 1226호 (p10~13)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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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날 때 이 마스크 쓰면 큰 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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