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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수의 '합리' vs 김사부의 '낭만'

‘스토브리그’와 ‘낭만닥터 김사부2’ 수장들 비교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백승수의 '합리' vs 김사부의 '낭만'

SBS 스토브리그 백승수(남궁민 분)(왼쪽).  SBS 낭만닥터김사부2 김사부. [SBS]

SBS 스토브리그 백승수(남궁민 분)(왼쪽). SBS 낭만닥터김사부2 김사부. [SBS]

새해 벽두 치열한 드라마 시청률에서 1,2위 다툼을 벌이는 작품이 모두 SBS 드라마다. 새로운 ‘지상파 드라마 명가’ 소리를 듣게 된 SBS의 쌍두마차로 쾌속질주 중인 ‘스토브리그’와 ‘낭만닥터 김사부2’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매주 금토 방영되는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의 시청률은 첫 회 5.5%로 시작해 한 달 만에 17%로 치고 올라섰다. 스포츠드라마지만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라 구단운영진(프런트)의 활약을 다룬 이색적 작품임에도 치밀한 고증과 매회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드라마팬뿐 아니라 야구팬까지 흡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버매트릭스(통계학적 야구 분석) 붐을 불러온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과 신인선수 선발전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드래프트 데이’에 필적한다는 상찬을 받을만하다. 

올해 1월 6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2’(극본 강은경·연출 유인식, 이길복·이하 김사부2)는 첫 회부터 시청률 14.6%로 시작하더니 1월 28일 20.7%까지 치고나가며 선두를 질주중이다. 2016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며 최고 시청률 29%를 찍었던 작품의 연작이라는 아우라가 주효했다. 여기에 주인공의 모델인 ‘국민외과의’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 대한 병원장의 갑질 스캔들까지 더해졌다. ‘스토브리그’가 ‘낯설음’을 ‘신선함’으로 전환해 성공했다면 ‘김사부2’는 ‘친숙함’에 ‘고난도’를 더했다. 거대병원의 시골 분원인 돌담병원 외과과장 김사부(한석규 분)의 숙적인 도윤완(최진호 분) 병원장이 그보다 더 높은 이사장이 돼 등장한 점이 이를 대변한다. 

두 드라마의 인기는 2015년 ‘응답하라 1988’ 이후 ‘드라마 왕좌’의 타이틀을 독차지해온 tvN의 야심작 ‘사랑의 불시착’이 3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쓰고 현빈·손예진 커플을 앞세워 나름 선전 중인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이 14.6%이다.


야구 문외한 vs 천재 외과의

SBS 스토브리그 포스터.  SBS 낭만닥터김사부2 포스터. [SBS]

SBS 스토브리그 포스터. SBS 낭만닥터김사부2 포스터. [SBS]

두 드라마의 인기비결을 ‘스토브리그’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과 ‘김사부2’의 돌담병원 외과과장 김사부의 리더십으로 풀어보자. 드라마에 구체적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백승수가 40대 초중반, 김사부는 50대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두 사람은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에게 원리원칙을 강조하고 그에 벗어나면 매섭게 구는 모나고 까칠한 성격이다. 그래서 두 사람을 처음 접한 이들에겐 ‘젊은 꼰대’와 ‘늙은 꼰대’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들의 리더십은 안티꼰대 정신에 충만하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안팎의 부당한 현실에 눈감거나 모르는 척하는 것과는 담을 쌓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출발점을 보면 둘은 극명하게 갈린다.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드림즈의 단장으로 발탁된 백승수는 야구 문외한이다. ‘선출’(선수출신)도 아니고 야구단 프론트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단장을 맡게 됐을까. 거창하게 말하면 ‘우승 청부사’요, 속내를 알면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야구단 해체를 위한 ‘극약처방’에 가깝다. 백승수는 씨름단, 하키팀, 핸드볼팀의 단장을 맡아 우승을 이끌었지만 그 직후 바로 팀이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드림즈 구단주 대행인 권경민 상무(오정세 분)는 그런 백승수를 발탁한 이유가 “우승, 해체”를 반복한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라며 만년적자를 면치 못하는 야구단 해체를 노골적으로 주문한다. 하지만 백승수는 전자인 우승에 방점을 찍고 대대적 전력 개편에 착수한다. 

반면 김사부는 최고의 전문가다. 일반외과(GS) 흉부외과(CS) 신경외과(NS) 전문의 자격증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트리플 보드(Triple Board) 외과의'다. 수술성공률 97%를 자랑하며 ‘신의 손’으로 불렸지만 잠시잠깐 생명의 경중을 저울질한 실수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한동안 잠적했던 그는 부용주라는 본명을 버리고 사건사고가 많은 강원도 산골 외상센터 외과과장 김사부로 변신한다. 이후 낭중지추의 수술 실력으로 돌담병원 의료진은 물론 그곳으로 쫓겨 와 낙망한 젊은 의사들의 우상으로 떠오른다. 

백승수와 김사부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으로 뛰어들어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열정을 불어넣고 그곳을 최고의 기관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백승수가 역외자 취급을 받는 반면 김사부는 재야고수로 인정받은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은 두 사라의 리더십에서도 차이를 발생시킨다. 백승수의 무기가 ‘합리’라면 김사부의 무기는 ‘낭만’이다.


합리적 리더 vs 낭만적 리더

한재희(조병규 분) 이세영(박은빈 분) 백승수(남궁민 분)(왼쪽). SBS 낭만닥터김사부2 서우진(안효재 분)과 차은재(이성경 분). [SBS]

한재희(조병규 분) 이세영(박은빈 분) 백승수(남궁민 분)(왼쪽). SBS 낭만닥터김사부2 서우진(안효재 분)과 차은재(이성경 분). [SBS]

백승수는 “야구단 잘 모르지만 배워가면서 하겠습니다”라며 진짜 책으로 야구를 공부한다. 이를 비웃는 사람들에게 “야구를 몰라서 책으로 배우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 1년이 지나도 야구를 모르는 게 창피한 겁니다”라고 일갈한다. 대신 객관적인 ‘매의 눈’으로 드림즈의 약점과 그 대안을 족집게처럼 집어내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드림즈 부동의 4번 타자이자 대표스타인 임동균(조한선 분)이 새가슴의 중거리타자여서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가 낮고 팀 분위기를 저해한다며 드림즈 출신의 15승 투수 강두기(하도권 분)와 맞트레이드를 성사시킨다. 드림즈 내부자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또 감독후보로 물망에 오를 만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스카우트팀장 고세혁(이준혁 분)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엉뚱한 선수를 선발한 것이 뇌물수수와 관련 있음을 밝혀내 옷을 벗긴다. 돈이 부족해 외국인 용병 스카웃에 실패했을 때는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라며 현지가이드를 맡은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길창주(이용우 분)를 외국인선수 ‘로버트 길’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길창주의 인간됨됨이부터 살펴봤지만 결코 이를 앞세우진 않는다. 

이런 백승수의 업무스타일은 ‘문제해결 중심’이다. 비용 대비 효용이 높으면 아무리 난코스라 해도 최단거리로 승부하려는 직진남이다. 대신 그 과정에서 인간적 감정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백승수를 도우려는 이세영(박은빈 분) 운영팀장이 “저를 못 믿으세요”라고 하자 “믿음으로 일하는 거 아니다”고 선을 긋고, 야구선수 출신으로 장애인이 된 동생 백영수(윤선우 분)가 드림즈 전력분석관에 자원하자 면접점수를 최저점으로 준 이유다. 연봉협상 과정에서 단장에게 무례하게 구는 선수에게 이세영 팀장이 먼저 나서 “야, 너 선 넘었어”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세영이 백승수 스타일에 감화됐음을 보여준다. 

반면 김사부는 합리성보다는 인간미를 추구한다. 두세 명의 환자를 동시 수술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어느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의료사고의 두려움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꺼리는 출세 지향적 의사들이 “무모하다”거나 “미친 짓”이라고 부르는 수술을 태연히 도전하고 간난신고 끝에 성공한다. 그때 경탄 또는 경악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개멋부린다고 하지. 조금 더 고급진 단어로는 낭만이라고 그러고.” 

낭만을 추구한다지만 환자의 목숨 앞에선 일체의 타협을 거부한다. 수술 울렁증으로 수술실에서 뛰쳐나간 펠로우 2년차 차은재(이성경 분)에게 “그럴 거면 차라리 의사를 때려 쳐”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내부자고발로 의사사회의 미운털이 박혀 페이닥터로 전락한 서우진(안효섭 분)이 돈부터 요구하자 “내가 필요한 건 사람목숨 살릴 의사니 그냥 꺼지라”고 말한다. 

차은재와 서우진은 처음엔 그런 김사부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면서 자신의 잣대만 강요하는 꼰대라고 여긴다. 하지만 김사부는 이미 그들이 봉착한 문제가 뭔지를 간파하고 그걸 극복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충격요법이었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난다. 자존감이 낮은 차은재에겐 위약과 믿음을 주며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세상살이에 환멸을 느낀 서우진에겐 어른다운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상대를 감화시키는 ‘안티꼰대의 리더십’

SBS 스토브리그 권경민(오정세 분)과 백승수(남궁민 분)(왼쪽). SBS

SBS 스토브리그 권경민(오정세 분)과 백승수(남궁민 분)(왼쪽).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의 박민국(김주헌 분)과 김사부(한석규 분) [SBS]

백승수와 김사부 리더십의 진가는 아랫사람뿐만 아니라 윗사람까지 감화시키는데 있다. 백승수의 상사인 권경민은 “일은 잘 하는데 묘하게 싸가지가 없다”면서 백승수가 하는 일에 자꾸만 어깃장을 놓는다. 능력이 출중해도 모기업 오너인 큰아버지와 그 장자인 사촌동생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자신과 달리 꼿꼿하기만 한 백승수에 대한 묘한 열등감의 발로다. 

술 취한 권경민은 포장마차로 백승수를 불러놓고 “넌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냐”고 따진다. 백승수는 답한다.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 일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잘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란 말도 남긴다. 미식축구 감독인 배리 스위처가 불평등 문제를 야구에 빗대 표현한 명언이다. 그 말을 들은 권경민은 영혼의 지진을 일으킨다. 

도윤완 이사장의 사주를 받고 돌담병원 신임 병원장으로 부임한 박민국(김주헌 분)은 미국 존스홉킨스 출신의 최고 엘리트 의사다. 평생 누구에게 열등감 따위를 느껴본 적이 없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 그런데 버스전복 사고현장에서 의사로서 사명감도 팽개치고 도망치면서 현장에 남아 환자를 돌보던 김사부에게서 평생 처음 열등감이란 걸 맛봤다. 

그래서 환자 중심주의를 내세운 김사부가 틀렸고, 매뉴얼 중심의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몸부림친다. 총상환자와 자해환자를 동시 수술에 반대하며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김사부를 압박하던 박민국은 “살릴 수 있겠습니까? 먼저 그렇게 물었어야죠”라는 대답을 듣고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한국사회엔 백승수의 합리와 김사부의 낭만 중 무엇이 더 필요할까.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공통점일지 모른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든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상대를 감화할 줄 아는 ‘안티꼰대의 리더십’ 말이다.






주간동아 2020.01.31 1224호 (p4~7)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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