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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동발 찬스, 정제 시설과 가스탱크 때문에 못쓴다

  •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

중동발 찬스, 정제 시설과 가스탱크 때문에 못쓴다

  • 정제유 70% 이상이 중동 산이어도 정제시설 때문에 다변화 어려워, 셰일혁명이 몰고 온 에너지 패권 변동에 대비해야
탱크를 가득 채우고 운항 중인 유조선의 모습. [GettyImages]

탱크를 가득 채우고 운항 중인 유조선의 모습. [GettyImages]

이란 군 사령관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대립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 국민 대부분은 ‘석유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인가?’ 또는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를 표했다. 우리가 중동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은 국내에서 정제되는 원유의 약 70% 이상이 중동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원유가격의 인상은 각종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물류 흐름의 원동력이며 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석유 가격이 인상되거나 석유를 수입하는 바닷길이 봉쇄돼 원유의 국내 반입이 어려워질 경우 경제적 어려움은 불가피하다. 특히 에너지를 이용해 반도체ㆍ자동차ㆍ선박ㆍ석유제품 등을 생산ㆍ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갖는 우리나라로서는 중동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석유 가격 급등이나 원유 수입 차질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에너지 안보 지수 25개국 중 23위

2019년 12월 29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주유소의 모습. [동아db]

2019년 12월 29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주유소의 모습. [동아db]

에너지 가격 급등이나 공급 중단에 대한 준비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에너지 안보 지수(Energy Security Index)라는 지표가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에너지 안보를 “적정 가격으로 중단 없이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가용성”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에너지 안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통일된 기준이 없다. 다만 2018년에 미국상공회의소 부설 세계에너지재단(Global Energy Institute)에서 2016년 자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 25개국에 대한 에너지 안보 지수를 평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5개국 중에 23위를 차지했다. 이는 부존자원이 없어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데서 오는 지정학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여건인 일본도 이 평가에서 21위였다.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에 대응하는 정책을 개발해 외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970년대에 발생한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이 정치ㆍ경제적으로 미친 여파는 매우 컸다.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1977년 12월, 정부는 동력자원부를 신설했다. 그리고 동력자원부는 지금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같은 탈석유 정책과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하는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1970년 국내 석유 사용 비중은 1차 에너지 사용량의 47.2%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1차 에너지는 전기나 열로 전환되기 전에 사용되는 석유, 석탄, 가스 등과 같은 에너지원을 말한다. 석유 사용 비중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1980년에는 61.1%까지 이르렀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에도 불구하고 석유의존도가 오히려 커진 것이다. 이후에도 석유의존도를 축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지속돼 석유의존도는 1990년에 54%, 2000년에 52.1% 고유가기인 2014년에는 37.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38.5%를 나타내고 있다. 

1980년대에 석유를 대체한 것은 발전부분의 석탄과 원자력이었다. 1980년에 석유화력은 전체 발전량의 72.5%를 생산했다. 이러한 점유율은 1985년에 30.1%로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그것은 1980년대 초반에 10% 내외의 발전량을 담당하던 석탄 화력이 34.5%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원자력도 1980년에는 약 9.4%의 발전 점유율을 보였는데 1985년에는 28.9%까지 치솟는다. 2018년 현재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및 섬에서 주로 사용하는 유류발전기의 발전량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다. 

1970년대의 석유 위기는 1974년에 OECD 산하에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창설하는 계기가 됐다. IEA의 핵심 임무는 회원국의 석유 비축이다. IEA는 국제적으로 석유 수급에 차질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 회원국 간 공조를 통해 비축 석유를 방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IEA의 회원자격은 OECD 회원국이면서 전년도 하루 순수입량에 대한 최소한 90일간의 석유 비축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에 OECD에 가입하면서 IEA 회원국이 될 수 있는 기본자격은 취득했다. 그러나 석유 비축량이 부족해 2002년에 비로소 IEA 회원국 자격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비축의무를 민간과 정부가 분담해 이행하고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17조에서는 민간의 석유비축의무자를 지정하고 그 의무량을 정하고 있다. 정부의 석유비축 대행기관은 한국석유공사다. 한국석유공사는 2019년 9월말 기준으로 총 1억 4600만 배럴 규모의 9개의 비축기지를 운영 중에 있으며, 약 9600만 배럴(공동비축물량 제외)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조치

전남 여천 석유화학 공단 전경.[동아db]

전남 여천 석유화학 공단 전경.[동아db]

정부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민간의 비축 의무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보험에 든 것처럼 심리적 안정감이 들겠지만, 비축에는 돈이 들어가므로 비축 의무량이 많으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사업자에게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비축 의무량을 많이 부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독과점에 의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탈석유 정책과 석유 비축 이외에도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였다. “여러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은 에너지시장에서도 통한다. 원유의 수입선을 여러 국가로 분산시키면 한 지역에 문제가 생겨도 그 충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약 11억 1,628만 배럴(bbl)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수입물량의 약 30%인 약 3억 2317만 배럴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도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2018년 기준으로 약 73%다. 다만 2019년 5월 이후에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제로 이란으로부터 들어온 원유는 없다. 2018년 이후 미국과 멕시코를 포함한 미주에서의 원유 수입량은 많지 않지만 2017년과 비교해 2018년의 수입물량은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수입해 오는 원유에 대해서는 리터당 최대 16원 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산 위주의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는 정제 기술과 관련돼 있다. 자동차는 정유사와 관계없이 어느 회사의 휘발유를 주유해도 움직인다. 하지만 휘발유의 원재료인 원유를 정제하는 설비는 원유의 특징에 맞도록 기기들이 설계돼 있어 아무 원유나 정제설비에 투입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아주 저렴한 원유가 있어도 그 특징이 현재 설비 구성과 맞지 않다면 정제가 불가능하다. 석유화학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 정제기술의 제약은 국내 수입선 다변화 정책의 한계이기도 하다. 

국제 석유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어김없이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을 가동시킨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제7조는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한 조치에 대한 근거 규정으로, 이를 통해 정부는 에너지 위기 시 사업자에 대한 에너지 저장 의무, 소비자에 대한 사용 제한ㆍ금지, 또는 배급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이 법은 에너지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더 적게 사용하는 기기로 교체할 때 이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담고 있다. 자동차 연비 즉 평균에너지소비효율제도 규정도 이 법 제17조에 따른 것이다. 

전시와 같은 극단적인 비상시에 정부는 석유 수급 조정을 위해 민간의 재산권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5장에서는 “비상시의 석유 수급 조정”이라는 조항들이 있다. 이 법 제21조에서는 주로 석유공급업자들에게 가동 및 조업에 대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을, 제22조에서는 전시·사변·천재지변 등의 상황에서의 배급제가 규정돼 있다. 이 법 제23조에서는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2월 이전에는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법’에서 규정한 유가완충계정에서 최고가격제에 의한 손실 보상이 가능했으나, 2010년에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법’에서 유가완충계정은 삭제되었고, 같은 해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해 정부 재정에서 손실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천연가스의 독특한 시장구조

1월8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아db]

1월8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아db]

탈석유 정책으로 석유제품은 이제 수송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석유를 이용한 화력 발전은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석유가격이 올라도 석유 발전이 없기 때문에 전력가격은 석유가격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왜냐하면 석유의 형제라고 볼 수 있는 천연가스의 가격은 석유 가격의 변동에 따라 오르내릴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수입물량 중 중동 국가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2017년 기준으로 약 42%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석유는 액체이기 때문에 탱크 등에 저장이 가능하고 따라서 수급에 따른 거래시장이 발달했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직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그때서야 생산자가 천연가스 개발 시설을 건설하는 독특한 시장구조다. 기체인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이를 운송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성된 거래 방식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석유 가격에 연동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석유가격이 오르면 몇 달 후에 천연가스 가격도 오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인상된 가격을 적용받기까지는 약 2개월이 더 걸린다. 이렇게 석유 가격이 천연가스 가스 가격에 전파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차로 천연가스는 석유 가격 인상의 충격을 일부 완충시킬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높은 석유가격이 장기적 지속되면 이러한 완충 효과도 한시적으로 작용하게 돼 물가를 관리하는 정책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유가가 오르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유가가 오르면 심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석유 개발도 가능하게 되는데, 이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어 조선업에게는 좋은 소식일 수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발전원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기존에 경제성이 없던 새로운 대안 기술이 발전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이번과 같은 미국ㆍ이란의 군사적 대립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1월 8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 에너지 자립을 이루었다는 언급의 배경이다. 그 배경이 바로 셰일 혁명(shale innovation)이다.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까지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수평수압파쇄법이라는 독창적인 기술로 지하 깊숙한 곳의 바위 덩어리(shale)를 물의 압력으로 깨고 이 바위틈에 고여 있던 천연가스와 경질 원유를 채굴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땅을 수직으로만 팔 수 있었는데 수평수압파쇄법은 수직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수평으로 시추 파이프를 꺾어 시추공 하나에서 광범위한 지역의 자원을 채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평수압파쇄법을 이용한 셰일 혁명은 유ㆍ가스전 개발 공기를 단축시켜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보다 단기간에 완충시킬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공급 부족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의 경제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석유시장은 셰일 오일ㆍ가스 공급자들에게 더 유리해진다. 또한 셰일 가스로 발전을 하게 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가능하다. 에너지 개발에 대한 혁신기술의 등장이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지하 지질 구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하 세계를 모델링해 지질 관련 빅데이터와 모델링 기술을 결합한 시뮬레이션으로 채굴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경제성까지도 평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한 석유ㆍ가스 탐사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취득한 거대한 자료와 3차원 모델링 기술을 결함함으로써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기술발전이 몰고 온 에너지 패권 변화

2017년1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의 모습. [동아db]

2017년1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필드카운티의 SK플리머스 셰일가스 광구 ‘K-2-8WH’의 모습. [동아db]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어떤 정책이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실제로 존재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가뭄을 대비하기 위하여 댐이 존재하는 것을 검토하기보다는 댐 안에 고인 저수의 수위가 얼마인가를 살펴보는 일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에너지 가격 위기나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 정책, 도입선 다양화 정책, 에너지 절약 정책, 그리고 효율 향상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입되는 에너지가 장기 계약인지 단기 계약인지에 따라 정책의 유연성도 달라질 수 있으며, 석유 정제 설비나 LNG 저장 탱크의 가용성 수준에 따라서도 에너지 수급은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이 에너지 수급 정책의 자세한 부분까지도 검토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처방책을 마련과 이의 집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평수압파쇄법이나 빅데이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과 같은 기술이 에너지 개발에 불러오는 혁신과 이에 따른 국제관계의 변화에도 예의주시하여야 한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그리고 전력시스템의 등장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듯, 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에너지 패권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 변화의 흐름에 걸맞은 에너지 정책이 수행될 때 우리의 에너지 안보 지표와 에너지 수급 조정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 셰일가스 탐사기술은 충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의 도움이 있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주간동아 2020.01.17 1223호 (p52~55)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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